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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회사와 미국회사 어디가 더 힘들까?” 이런 의문을 처음 떠올리게 한 건 '스켑티컬레프트'라는 싸이트의 ‘오돌또기’님의 글이었다. 원글과 댓글에서 거의 “뽕을 뽑아버릴” 정도의 미국직장의 타이트함에 대한 얘기가 오갔는데, 역으로 해석하면 한국직장은 좀 느슨하다는 뉘앙스였다. 약간의 반발심이 발동하여 답글을 달면서 한국회사의 핍진함을 역설했다.(핍진 : 죄다 없어짐)

미국은 업무로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한국은 사람이 힘들게 한다. 업무로 힘든 것은 나중에 능력개발로 나타나지만 사람에게 치이는 것은 눈치와 정치로 피곤에 절은 육신만이 남을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의 피곤한 직장문화는 서구식 조직과 한국적 정서의 충돌에서 나타난 불가피한 과정이다. 이런 내용의 반론이었다.

답글을 쓰고나니 호기심이 생겼다. 정말로 두 나라의 직장문화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두 나라의 직장을 모두 경험한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래서 위에 적었던 답글을 약간 수정해서 ‘듀나’라는 싸이트와 ‘다음세계엔’에 의견청취를 위한 게시물을 올렸다‘ 다행히 게시물은 묻히지 않고 많은 호응을 받았다’ 한국과 미국에서 다양한 입장의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아주었다. 낚시(?)한 댓글을 통해 알아본 한국과 미국의 직장 문화는 이랬다.

한국 직장 좀 피곤해

대부분 일치하는 것이 한국은 사생활 간섭이 많다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신 id ‘머루다래’님은 한국과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비슷한 직장문화이지만, 한국이 그래도 조금 더 간섭적인거 같다며, 일본은 공과 사의 구별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어떤 분들은 한국은 직장이 아니라 사회자체가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많다며, 사회문화 자체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현이아빠’님은 한국은 관계지향적이란 심도있는 분석을 했다. “즉, 옳고 그름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게 아니라 호불호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죠.”라는 날카로운 지적을 하면서, 미국은 “내가 너를 싫어하고 좋아하고는 지금 중요하지 않아, 너의 주장이 옳고 타당하므로 수용하겠어, 하지만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지는 말아줘.”라는 식이라며 미국의 합리적 업무방식을 얘기했다.

‘yangsuahee’님은 솔직히 한국은 실력이나 판단능력보다는 관계적인 면을 더 많이 보는데, 교수님도 일은 좀 못해도 잘 놀고 이런 사람이 회사에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국의 관계지향적 직장문화에 동감을 표했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는 ‘푸른하늘’님도 한국직장에 환멸을 느낀 적이 있다.며 미국의 직장이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가 적은 건 인정한다고 했다.

위와 같은 관계지향적인 직장문화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는데, 네티즌들이 또 지적하는 한국직장문화의 문제점은 비효율성이었다.

‘로메인’님은 전문컨설팅 업체에 의뢰하면 송두리째 뜯어고칠 회사가 수두룩하다며 “직장에서 일부러 일을 천천히 하느라 고역을 치르는 친구도 본적이 있다.”고 했고 이런 비합리적인 생산구조에서 비롯된 부족한 생산성을 철야 등의 착취와 같은 근무조건으로 보충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미국도 힘든 건 마찬가지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머피의법칙’님은 “미국직장은 상사눈치 안보는 줄 아십니까?”라며 정도의 차이일뿐 비위맞춰줘야 하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했고, ‘xingxing’님은 진짜 눈치봐야 될 곳은 미국이라며 “다만 언어나 뉘앙스에 딸려서 분위기 파악이 안되니까 편할뿐”이고, 그래서 눈치코치가 없어 외국인은 고위직이 어렵다는 지적을 했다.

특히 ‘검은색’님은 미국도 회사 내 정치싸움이 대단하다면서, 오피스 역사가 한국보다 긴만큼 뒤에서 로비하고 인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주 지능적이고 파벌을 이용해서 올라가지 못하면 바보취급 받는 것은 비슷하다는 실제 겪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실감나는 답글을 달았다

다른 반론으로는 한국직장의 이점을 역설한 주장이 있었다. ‘아이리스’님은 미국직장은 한국처럼 사수가 이것 저것 알려주는 것도 없고 못하면 알아서 도태되는 식이라며, 미국의 냉혹한 기업문화를 언급했고, ‘zhfpdlf’님은 니꺼 내꺼 분명하고 소송만능주의의 피곤한 미국보다 우리 네 덜떨어진 정서가 훨씬 좋다며 한국의 온정주의적 직장문화를 지지했다

미국직장이 좋다

서구의 직장문화를 그런대로 만족한다는 분들도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직장을 다니시는 ‘holiddy’님은 “별로 상사 눈치 안보고 자기일에 충실하면 되는 것은 서양인들의 특징”이라며 5시 되면 퇴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검은색님’도 “여기는 정이 없는 대신 사생활에 대한 간섭이 적어서 힘들어도 그 부분 덕에 견딜만하다고 스스로 위안한다”고 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직장의 장점을 말씀하신 분들이 계신데, 한국에서 직장을 몇 년 다닌 후 미국에서 20년을 직장 다니신다는 ‘가을나그네’님은 미국이 더 공평하게 실력, 능력에 따른 기회가 주어진다며 그만큼 냉혹하다고 볼 수 있지만 한국처럼 학연 지연 기타 다른 요소로 인한 불공평한 우대 홀대는 물론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 8년 직장생활을 하신 ‘jungwhan’님도 ‘가을나그네’님의 글에 동감을 표시하면서 자신이 가진 학연이나 지연으론 한국에서 지금의 위치에 올 수없었을 거라며 미국 직장생활에 만족을 나타냈다. 또 한국서 8년 미국서 3년 반도체 엔지니어를 하신 ‘GJ’님은 한국이 미국에 비해 육체적으로 3배 정신적으로 10배쯤 힘들었다고 의견을 올렸다.

한국직장문화 이것만은 개선하자

사실 어느 나라의 직장문화가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내리긴 어렵다. 미국의 직장에 잘 적응하고 만족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 그리고 미국에는 없는 한국직장만의 장점도 분명 존재한다.

한국의 직장문화를 불평하지만 분명 우린 한국의 온정적 직장문화의 수혜를 받아가며 한국적 직장인으로 성장했다. 그만둔다는 직원의 사퇴서를 보류시켜주기도 하고 동료들의 사적업무의 편의를 봐주기도 하는 것은 한국이 아니면 보기 힘든 일이다. 이런 온정적 교감을 통해 조직력을 다지고 방향이 잡히면 돌파력을 발휘하기도 하는 것이 한국직장문화의 장점이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자면 이러한 온정주의적 문화를 포기해야 하고 문화적 장벽도 극복해야하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조건이 되더라도 미국직장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두나라의 직장문화의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 한국의 불합리한 직장문화를 그저 견뎌내라는 쪽으로 흘러선 안될것이다. 위의 비교에서도 보았듯이 분명 한국직장은 불합리한 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간단하게 두가지 정도만 짚고 넘어가보자.

첫째, 상사들이 기획력이 없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많은 회사에서 한국의 상사들은 기획력 부족을 많이 드러내보인다. 업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직원에게 공평하게 분담시키는 등의 기획력이 거의 없다. 아랫사람의 분석에 의존하고 일 맡기기 편한 사람에게 업무를 주는 경우가 많다 또 직원들 경조사 챙겨주는 것을 상사의 임무로 알고 거기에 더 열심히 뛰어다니는 분들도 있다. 업무에 관한 날카로운 지적을 못하니 상사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꼬투리를 잘 발견한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실수를 발견하면 대단한 발견처럼 쾌재를 부르고 그걸로 관리자의 업무 다했다는 식이다.  

둘째, 사회 초년병들이 첫 직장생활에서 많이 당황한다. 학교에서 배운 교육내용은 서구식 조직문화이다. 그러나 현실은 한국적 공동체정서로 움직이는 한국적 조직이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고참말 잘들으라고 배운 적이 없다. 그러나 회사를 가면 그렇게 해야 한다. 고참을 따른다는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학교에서 배운것과 사회에서 겪는 것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갈등을 서구 젊은이라면 조금 적게 느낄 것이다. 그들의 조직은 그들의 역사와 함께 만들어졌으니 교과서와 조직의 불일치는 별로 없다.

상사들이 좀 더 자신들의 기획력을 보완하고 한국적조직과 학교에서의 배움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개선된다면, 한국직장 문화는 좀 더 행복한 직장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만 우리가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개선할려고 노력한다면 한국은 미국보다 더 유쾌한 직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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