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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관광을 가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서울 바로 밑에 있어 거쳐가는 곳이거나 삼성전자 공장이 있다는 게 수원에 대한 나의 인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던 거 같다. 일행 중 한 명도 수원의 인구가 울산광역시에 맞먹는 110만이란 얘기를 듣고 놀라기도 했다. 우린 수원에 대해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너무 몰랐다.

 

말은 들었지만 수원화성이 이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다. 한국에도 이렇게 장관을 연출하는 성곽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수원화성은 역사적˙문화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 문화재다. 건축의 한글 같은 것으로 수원화성은 당시 조선의 과학기술이 총동원되어 아무도 없던 땅에 4천명의 인구를 모이게 한 혁명적 신도시였다.

 

 

 

 

성곽 근처는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옛날에 사람이 살았거나 도로나 펜스로 둘러싸여 바라보는 것만 허락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내게 일상의 장면이 벌어지는 수원화성 아래 지동 마을의 풍경은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 없었던 볼거리였다. 

 

 

 

 

수원에 참 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수원의 진짜 결정타가 아직 남아 있었다. 수원제일교회 13층에 있는 그 결정타는 포만해질대로 포만해진 우리의 감성을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 지경으로 만들어 버렸다. 

 

 

 

 

수원제일교회 엘리베이터는 7층까지만 운행된다. 7층부터 13층까지는 이런 작은 원형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처음엔 계단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데가 없을까 둘러도 봤다. 그러나 단 한층을 올라간 후엔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여기 엘리베이터가 있더라도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용할 사람들은 거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설레이는 풍경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나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7층부터 13층까지는 각 층마다 다른 색깔의 벽과 다른 높이의 야경을 가지고 있다. 이 풍경들을 정신없이 둘러보다 가면 오히려 몇 층 더 있었으면 생각할 정도로 13층까지의 걸음이 아쉬울 정도다.

 

 

 

 

드디어 13층에 올라서자 환상적인 수원화성의 야경이 펼쳐진다. 

 

 

 

 

성곽의 불빛 윤곽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다. 성곽 주위에 건물 높이가 제한되니 이런 야경도 가능한 것이다.

 

 

 

 

수원제일교회는 지난 9월 교회의 종탑을 노을빛 전망대로 명명하고 대중에 개방했다. 아직 다 꾸며지지 않았는데 각 층엔 다양한 지역의 사진 작가와 미술인을 위한 갤러리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노을빛 전망대는 수원시가 추진하는 '마을르네상스 운동'에 교회가 적극 호응하면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노을빛 전망대가 알려지면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올 거라는데 우리 일행은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자 교회에 대한 걱정도 살짝 들었다. 관광객이 몰려들면 아무래도 교회와 신자들에게 적잖은 피해가 갈텐데 입장료 같은 것도 받지 않는 교회가 그걸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교회 관계자의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교회가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였다. 수원제일교회가 여러모로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것 같다. 수원'제일'교회가 맞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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