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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사태가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사태 해결에 가장 중요했던 이석기·김재연 제명안이 부결되고 당 내에선 분당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강기갑 대표가 당선될 때만해도 통합진보당의 쇄신은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김제남 의원이 기권으로 구당권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태는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이로서 진보진영 전체가 석달 넘게 매달렸던 통합진보당 사태는 가장 우려하던 결말로 끝났고 기대했던 진보시즌2는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7월 20일 통진당 사태를 최초 폭로한 이청호 의원을 만났다. 이청호 의원은 첫 폭로 이후에도 계속 핵폭탄급 폭로를 이어가면서 이 사태에 핵심적 역할을 떠나지 않은 인물이다. 이청호 의원을 만났을 때는 강기갑 대표 당선으로 통진당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을 때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청호 의원은 많이 지친 모습이였다. 강기갑 대표의 당선에도 이청호 의원은 통진당의 미래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청호 의원은 정보의 출처에 대한 질문에 오히려 참여계로부터 사태 폭로로 인해 제제까지 받았으며 유시민과는 단 한차례 통화했을 뿐 어떤 정보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구당권파에서 참여계를 의심하고 그때문에 참여계 간부들이 곤혹스런 입장이지만 자신이 얻은 정보는 오히려 구당권파가 실마리를 주었고 그 실마리를 근거로 구글의 검색에 의해서 얻은 정보라고 했다.


이청호 의원은 종편에 인터뷰한 일로 내부로부터 적잖은 비난을 받았다. 내부 중에 내부랄 수 있는 참여계는 종편인터뷰를 자제하는 결의안을 주도했는데 이는 사실상 이청호를 겨냥한 것이었다. 참여계가 뒤에서 부추긴다는 통진당 내부의 시선에 대한 자기방어적 조치라고 볼만한 것이다. 그러나 진보언론은 이 사태의 핵심적 인물인 이청호 의원을 거의 취재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이청호 의원에게 취재 관련해 단 한번의 연락도 없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청호 의원은 혼자 싸우기 시작했다. 다음은 이청호 의원이 치른 석달 간의 전쟁 이야기다.




이청호 : 제 페이스북에 와서 집단적으로 난리를 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짤라버렸죠. 트위터는 워낙 꼴통들 많으니까 서로 쌩까는데 페이스북은 다르잖아요. 자기 프로필 사진도 있고.


거다란 : 걔 중엔 그전부터 알고지낸 분도 있죠.


이청호 : 그렇죠. 좀 갑갑하죠. 사실에 근거해 얘기해도 그분들은 안 믿어요. 가장 나쁜 게 누구냐면 강병기 같은 사람들이예요. 잘못인 거 확실한데 마치 중립인척하면서 저 쪽 편 들잖아요. 걔들은 결국은 '우리가 남이가'하는 범NL이예요.


거다란 : 이게 내부 싸움이라 참 힘들었을 거 같아요. 날을 확실히 세울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적당히 하자니 그럴만한 상대도 아니고. 연막 속에서 싸운 느낌일 거 같은데.


이청호 : 걔들이랑 싸운 건 힘든 거 없었어요. 가장 힘든 게 뭐냐면요 내부였어요.


거다란 : 내부라면 참여계를 말하는 겁니까?


이청호 : 예. 사태가 시작되고 처음엔 좋았는데 한달쯤 지나고 나니 중앙당 천호선, 권태홍 이런 분들이 '언론 인터뷰 하지마라' '블로그 글 쓰지 마라' 하면서 연락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왜 나한테 하지말라고 그러냐'면서 '바꿔놓고 그런 말 하라'고 했죠.


거다란 : 그분들 걱정이 뭐죠?


이청호 : 한낱 구의원이 그런 정보를 알리 없다는 저쪽의 의심이겠죠. '참여계 유시민이 정보를 줘서 공격하게 한다'는 상대의 의심이 곤혹스러웠던 겁니다. 


거다란 : 유시민 전 대표와도 얘기 나눠봤습니까?


이청호 : '이석기는 참여당의 유시민 같은 존재다' 그 글 오픈할 때 제가 전화를 요청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시민 전 대표와 통화했죠. 이 말에 유시민이 들어가잖아요. '이석기는 참여당의 유시민같은 존재다'란 말이 '이석기가 경기동부 1인자다'란 말도 되지만 유시민 전 대표에게 나쁜 의미가 될 수도 있거든요. 유시민 전 대표는 '그거 다들 잘 알고 있는 거'라며 '뉴스거리 안된다'면서 '안했으면 좋겠다'고 해요. 하지만 그걸 공론화 시킬 수 있도록 책임있게 까발린 사람은 없잖아요. 


거다란 : 유시민 전 대표 말 안들으셨죠.


이청호 : 그랬더니 고창권 부산시당 공동위원장을 통해서 계속 얘기 하는 거예요. 천호선 이런 분들이야 멀리 있으니까 안보면 그만아닙니까. 고창권 위원장은 안면이 받치잖아요. '이거 하면 당 깨진다'며 계속 말리는 거예요. 


거다란 : 가장 심하게 압박 받은 거 하나만 말씀해주시요.


이청호 : 고창권 위원장이랑 마지막엔 연달아 통화를 세번을 했는데 한 번에 한 시간씩 했어요. 제가 그걸 기억하는 게 울산에서 부산까지 운전하면 한시간이거든요.


거다란 : 그러니까 이청호 의원 압박한 게 참여계 내부였군요.


이청호 : 그렇죠. 고창권 위원장이 부산사당 차원에서 제재 들어갈 수 있다는 거예요. 대판 싸우고 전화를 끊었죠. 제가 대학원을 다니는데 수업 들으러 간 그날 안건에도 없던 권고안을 올려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거예요. 그래도 권고안을 낼려면 소명할 기회는 줘야하지 않습니까? 그러고도 제가 말을 안들으니까 참여당 내에서 왕따가 된 거죠.


거다란 : 참여계 사람들과 한동안 분위기 이상했겠네요.


이청호 : 한달 정도 말을 안했죠. 페이스북 상에서 '좋아요'도 누르고 하는데 그것조차 없었어요. 페이스북으로 참여계 사람들한테 '당신들 지금 똑바로 하는 건지 생각해보라'며 링크도 걸고 그랬어요. 


거다란 : 그 때부턴 혼자서 싸운 거네요.


이청호 : 아무도 없었죠. 그때부턴 혼자서 죽기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나가니까 나중엔 내부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거다란 : 이해해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까. 막다른 골목에 몰린 자들의 발악으로 생각하고 빠져나갈 구멍을 줘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요.


이청호 : 저쪽은 기본적인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소양이 없습니다. 당대표 두들겨 패는 거 보세요. 말종입니다 말종. 그래놓고 대변인 격이라는 사람이 뭐라고 했습니까? 맞을짓했다고 그랬잖아요. 이거 좀 봐주면 나아질거란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권태홍이나 천호선 이 분들 순해빠져서 모진 소리를 못해요. 초창기 방송인터뷰 했을 땐 사실 이렇게까지 될거라 생각 못했어오. 그래서 많이 순화시켜서 저쪽에 자극이 될 말은 피해가면서 했죠. 만약 다시 시간을 돌리 수 있다면 아예 처음부터 다 밝혀버릴 겁니다.


거다란 : 그런데 공개하신 그 자료들은 어떻게 구하신 겁니까? 쉽게 찾기 어려운 정보라는 점에서 여전히 정보 출처에 의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청호 : 구글 치면 다 찾을 수 있습니다.(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몰랐어요. CNP 금영재씨에게 전화와 메일이 오기 전까지는요. 금영재씨가 전화로 왜 아무 관련도 없는 이석기를 건드리냐며 사과하라고 하더라구요. 이석기가 했다고 쓴적도 없는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하냐고 받았죠. 그러고나서 얼마뒤 제 전화통에 불이났습니다. 약 한시간 동안 오십명 정도로부터 전화가 줄기차게 오는 거예요. 그게 통진당 사태 관련해서 절 압박하는 전화였어요. 그 때 금영재씨에 대해 정황상의 의심이 들었고 그래서 메일의 이름과 전화번호로 검색을 해본 거죠. 





이청호는 자신의 태블릿피시를 꺼내 당게시판과 금영재씨가 보낸 메일을 보여줬다.


이청호 : 여기 보세요 베스트글 추천 숫자가 딱 100개 내외예요. 이건 집단적 여론조작임을 보여주는 거예요. 글읽고 추천하는 사람 많지 않거든요. 추천수도 많지만 200명 조회한 글이나 500명 조회한 글이나 추천수가 100개로 비슷해요. 


조회수와 추천수가 비례해야하는데 통합진보당 당게시판 글은 조회수와 상관없이 추천수는 100개 내외였다. 이건 정황상 조직적 추천의 의심을 할만했다.


거다란 : 그러니까 금영재의 전화와 메일이 온 후 감지된 의원님 주변의 이상한 움직임 때문에 금영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단 말이군요.


이청호 : 금영재가 꼭 그거라고 생각은 안했어요. 근데 이거 보세요, VOP.


거다란 : 이건 민중의 소리(VOICE OF PEOPLE) 아닙니까.


이청호 : 저한테 이렇게 보낸 거예요. 구글에 검색 하니까 금영재가 CNP 부장으로 되어있어요. 그래서 CNP도 검색해봤죠. 제가 습득한 모든 정보는 금영재씨가 보내준 메일 덕분이예요.


거다란 : 그러니까 긁어 부스럼 만든 셈이군요.


이청호 : 자기들이 분란을 일으킨 거예요. 금영재씨가 전화하고 메일 보낼 쯤에 50여명 집단적으로 전화오고 그런 걸 당하면서 이상하게 생각하다 파고들었고. 나중에 서대련은 홈페이지 화면을 초기화 시켰더라구요. 제가 CNP 관련 자료를 거기서 뽑았거든요.


거다란 : 이거 추적자 스토리 비슷한데요. 거대한 조직과 맞서 싸우는 그런 그림이.


이청호 : 걔들은 그 많은 고급정보를 찾을 수 없다는데 대단한 건 구글이예요. 금영재로 치니까 나오고, CNP로 치니까 또 엄청나게 나와요. 문제는 그 정보를 어떻게 엮느냐죠. 이 정보 저 정보 찾아 엮다보면 점이 선이 되고, 선이 연결돼 면이 되고, 나중엔 입체가 나오는 거죠. 걔들은 아직까지도 그걸 저혼자 했을리 없다 생각하죠.


거다란 : 선거는 어떻게 예상하셨습니까.


이청호 : 중단되기 전엔 이긴다고 봤어요. 


거다란 : 그전엔 분위기가 좋았나요.


이청호 : 처음 여론은 80:20 압도적이었는데 그 여론이 뒤집혔어요. 사실 전 이번에 질줄 알았어요. 제 페이스북 여론을 보니까 강병기가 6:4 정도로 앞서나가더라구요. 선거 중단되고 10일 공백이 있었는데 그 10일 사이에 확 바뀐 거예요. 그전엔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바뀌니까 성나잖아요. 술먹고 권태홍씨 페이스북 담벼락에 '당신들 무능 때문에 이번 선거는 진 걸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유시민 천호선 당신들에게 책임 묻겠다. 그러나 내가 틀리길 바란다.'이렇게 썼죠. 


거다란 : 이청호 의원에게도 중요한 선거였는데 어떻게 활동하셨습니까.


이청호 : 원래 제가 최고위원 출마를 할려고 했어요. 제가 최고위원 그릇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도저히 쟤들이 승복을 하지 않을 거같더라구요. 선거에서 마이크 잡고 자료 까면 언론들이 받아쓸거 아닙니까. 그래서 더 이상 찍소리 못하게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결국 나가는 걸 접었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당시 제가 부산 참여계에서조차 왕따가 된 상황이라 어찌 해볼 수가 없었어요. 외부는 몰라도 내부는 협조되어야 할거 아닙니까. 서울경기는 제가 하는 걸 지지해요. 그 사람들은 수도권에 있으면서 구당권파 행태를 봤으니까 알거든요. 그런데 부산은 사실 아무것도 없잖아요. 민노당 국참당 둘 다 원래 아무것도 없다보니 우리끼리 잘 해보자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거다란 : 종편 인터뷰를 안할 수는 없었나요? 그거 때문에 더 공격받은 거 같은데.


이청호 : 제가 신문 인터뷰 했을 때 가장 큰 불만이 뭐냐면 자기들이 필요한 거만 따는 거예요. 몇시간을 얘기해도 자기들 필요한 거만 따요. 이래선 안되겠다 해서 제가 생방을 고집했죠. 채널A에서 인터뷰 요청하길래 제가 생방 아니면 안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딱 둘이서 30분 동안 생방으로 했습니다. 사전 질문지를 주는데 마음에 안드는 건 빼달라고 할 수있고 원하는 것도 넣을 수 있었어요.


거다란 : 진보언론과 인터뷰는 안 하셨나요.


이청호 : 한겨레는 인터뷰 한적이 없습니다.


거다란 : 취재 관련해서 연락도 못받았나요.


이청호 : 한겨레는 제게 단 한번도 연락 없었습니다. 


거다란 : 다른 데는요.


이청호 : 시사인은 처음에 제가 주진우 기자한테 연락을 했어요. 그러니까 자신은 정치부가 아니라면서 정치부를 알려드리겠데요. 그래서 천관율 기자에게 전화했는데 당시 자리에 없어서 통화는 못하고 메모를 남겼거든요. 지금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나중에 보니 그 주에 이정희 전 대표 기사가 나왔더군요. 몸에 변호사의 피가 흐르니 하면서 쉴드 쳐주는 기사였어요. 경향도 처음엔 연락이 없었어요. 나중에 오긴 왔는데 거의 인턴 수준이더라구요. 통합진보당 자체를 잘 모르는 거예요. 


거다란 : 말씀대로라면 이청호 의원을 둘러싼 미디어환경이 종편 인터뷰 했다고 야단칠 수 있는 게 아니네요.


이청호 : 조선일보 기자는 먼저 제안을 해왔어오, 기사 나가기 전에 검사받겠다고. 조선일보에 제 기사가 3번 나갔는데 모두가 다 검사받고 나간 거예요. 


거다란 : 통합진보당 대표가 강기갑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청호 : 이석기 김재연은 당연히 제명 돼야죠. 우리가 제명을 못시켜도 국회에서 제명을 시킵니다. 민주당은 이석기 김재연 끌고 가는 순간 종북문제에 말려들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머리가 있다면 이석기 김재연 제명시킬때 문대성과 김형태를 팩키지로 같이 제명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 형태로 가야하는데 민주당이 그걸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거다란 : 통합진보당 대선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이청호 : 저는 이번 대선에서 통합진보당은 대선후보를 안 내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한달 안에 해결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도 피곤하게 하는데 짜증난 국민들이 통합진보당 후보 처다보기나 할까요? 이번에는 후보내지 말고 '야권연대에 어느 후보가 되더라도 지지하겠다' 이런 식으로 가야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깔끔하게 우리가 책임을 지는 모습 보여줘야죠.


거다란 : 통합하기 전 이석기에 대해 들은 얘기는 없습니까.


이청호 : 전혀 없습니다. 통합진보당 사태는 이석기라서 터진 겁니다. 김재연이면 벌써 해결되었습니다. 이석기가 대장인데 누가 이석기한테 사퇴하라고 합니까? 이석기 사퇴시킬 사람이 없습니다. 





이석기•김재연 제명안이 부결되기 전 날인 25일 이청호 의원에게 문자가 왔다.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데 구당권파의 방해로 늦춰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청호 의원은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통합진보당을 살리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웠다. 만약 이청호 의원과 뜻을 같이하고 움직이는 내부 조력자가 몇명만 더 있었더라면 그래서 이청호가 혼자 싸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통합진보당 사태의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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