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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고통스런 야근경험을 기사화 해달라는 'IT맨'님의 메일을 받은 날이 6월 5일이었다. IT맨님의 사직서가 전해준 개발자의 현실은 참담했다. 반드시 알려야 했다. 그러나 체험담만으로 주요기사화를 확신할 수 없었다. 기사의 타게팅을 위해 IT맨님께 보충 인터뷰를 요청했고, 이후 정리한 기사에 대한 IT맨님의 확인 절차를 거쳐 인터뷰와 사직서를 쓴 이유를 묶어 6월 10일 기사를 내보냈다. 제목은 직전에 이슈화된 삼성맨 사직서의 후광을 노리고 "IT맨 사직서를 쓴 이유"로 정했다.

기사에 대한 반응은 놀라웠다. 800개의 댓글과 34개의 트랙백이 붙었다. 블로거저널리즘에 뛰어든 후 겪어본 적 없는 경이적인 반응이었다. 지금도 이 기사는 아직도 매일 천여회 조회와 대여섯개의 반론과 공감의 댓글들이 이어지면서 야근으로 고통받는 IT의 노동자의 커뮤니티역할까지 하고 있다.

사회적인 파급효과도 컸다. 'IT맨&사직서'로 검색해보니 듣도 보도 못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이 기사에 대해 진지한 댓글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noname님은 IT맨의 사직서에 필받아 며칠을 날밤 새우면서 '야근굴욕동영상' 두 편을 만들어 또 한번의 이슈를 만들었고,  IT연맹에서는 수당청구운동으로 몇 개의 언론으로부터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다 과연 이런 현상들을 만들어낸 본인은 이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까. 예상못한 세상의 소란에 약간 두려움 느낄까 아니면 통쾌해하고 있을까. 자신의 사직서를 두고 벌어지는 이 소란에 대해 IT맨에게 직접 들어봤다.

6월 10일 기사가 나간 후 20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질문지를 보낸 날이 29일입니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가족과 놀고, 어학원도 등록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IT맨님 인터뷰로 야근수당청구 운동도 생기는 등 사회적 파급효과가 커지는 느낌입니다. 혹시 의외로 자신의 인터뷰가 커진 것에 대해 두려움 같은 것을 느끼시진 않았습니까.

회사 관계자의 연락, 회사 내부에서 움직임에 대한 소식 등으로 조금 긴장하기도 했었습니다. "내가 무슨일을 저지른거지" 하는 맘도 들었었구요. 그리고 이젠 정말 두번 다시 돌아 갈 수 없겠구나 하는 걱정도 살짝됩니다.

“회사에서 'XX씨가 총대 매고 분신하세요. 저희가 옆에서 소화기로 꺼들릴께요, 제비뽑기로 할까요?'” 

사직서 기사와 댓글을 소개한 후속기사들을 지켜보시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습니까. 특히 IT맨님 인터뷰엔 댓글들이 참 좋았는데 그 댓글 중에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 몇개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진실되고 감동적인 800개의 댓글러쉬를 보면서 그간 맺혔던 감정이 풀리는 감격 같은 것도 느끼셨을 거 같은데, 어떠셨습니까.

사실 전 그 기사가 이렇게까지 커지리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찬찬히 수많은 리플들을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저와 같은 처지의 수많은 개발자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댓글들을 보면서 이땅의 현실이 이렇다는 것에 감격보단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는 것. 예를 들어 기계 설계하시는 분의 하도급업체로서 원청업체의 무리한 일정과 박봉을 모두 몸으로 때우고 있다는 것과, 해외로 오라는 수많은 댓글들, 그리고 “경영자는 직원이 그만두지 않을 만큼만 보상하고 직원은 보상받은 만큼만 일한다”라는 글이 생각나네요… 이말은 당사자인 우리 스스로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다른 게시판에 달렸던 댓글중에 웃으면서도 기분이 별로 였던 것도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XX씨가 총대 매고 분신하세요. 저희가 옆에서 소화기로 꺼들릴께요, 제비뽑기로 할까요?'” 라는 내용이요.

부인께서도 기사와 댓글을 다 보셨습니까. 어떤 반응을 보이시던가요. 댓글 중에 부인이나 부모님 등 IT맨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의 글도 많았는데, 그 댓글들에 공감을 많이 하시던가요.

부모님은 겁을 내시더군요. 취직 어떻게 하려고 하냐구요. ^^  아내는 골치 아픈 거 싫어해서 리플들을 다 보진 않았구요. 그냥 “사고하나 쳤구나. 이제 뭐해먹고 살라고?” 그런 업무 방식이 불합리고, 맘에 안든다고 생각하면 퇴사하고 최대한 그런 회사는 들어가지 말아야 고쳐지는데 계속 가만있으니까 그런거다라고만 하네요.

부인말고 친구와 가족 중 본인이 인터뷰 했다는 것을 아시는 분이 있으십니까. 그 분들은 뭐라고 그러시던가요. 아는 친구나 동료와 술자리에서 나눈 얘기도 있을텐데.

같은 개발에 있는 친구들은 “혹시 이거 너 아냐?”라고 전화도 많이 오고 다른 분야의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얘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그 글 나다.” 라고 하면 깜짝 놀라더군요. “왜 그렇게 일을 했냐?” “너 이러다 테러 당하는거 아니냐?” “그만두길 정말 잘했다. 이게 진짜 기회인지도 모른다.” “건강 회복하고 기회 잘살려” 하기도 하고 재테크와 사업으로 상당한 부를 축척한 친구는 “그건 너한테 100%손해다. 왜 사장주머니를 불려주고 있었냐?” 하더군

한국 IT업계에는 다시 돌아갈 맘은 없습니다. 지금 하는 어학공부를 최대한 해서 이민으로 방향을 잡으려고 합니다. 

처음 이 일을 시도할 때 어떤 계기와 각오가 있었습니까. IT업계가 좁아 많이 불안하기도 했을텐데.

지난 글에도 썼었던 것 같은데. 이 업계를 떠날 생각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구요. 만에 하나 돌아갈 길인데 아예 없애 버리는구나 하고 생각했으면 좀 불안했죠. 그냥 남들처럼 묵묵히 참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굳이 난 떠나는데 내가 해야 할 필요있나 싶었기도 했는데 같은 처지의 많은 분들도 생각하고 계시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하고싶은 말 못하시는 것, 떠나는 제가 총대매고 저질러 보자 였습니다. 어느 정도의 개인적인 분노도 있었구요. 복잡하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인터뷰한 기사의 댓글에 보면 연락달라는 회사가 몇개 있던데, 혹시 연락 해보셨나요. 다른 데서 스카우트 연락은 없으셨는지. 사직서와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대로 IT업계 다시는 안돌아가실 생각입니까.

댓글보고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마음에 “연락 한 번 해봐?” 라는 맘도 들긴햇는데 해보진 않았습니다. 요즘도 여전히 제 메일에는 프리렌서나 스카우트제의가 들어오곤 합니다. 개발자가 부족하긴 한가봅니다. 한국 IT업계에는 다시 돌아갈 맘은 없습니다. 지금 하는 어학공부를 최대한 해서 이민으로 방향을 잡으려고 합니다. 뭐 이길도 힘들겠지만 한국에 있어도 몇 년이고 밤새서 개발할 꺼 이민가서 2년만 고생하면 원하는 개발자로 인간답게 살겠지 생각합니다. 부동산 관련 사업하자는 지인들도 있었고, 이미 IT회사를 차린 지인이 참여하라고 연락오고 했는데 사실 쉽지 않죠. 이민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IT맨님 사직서를 계기로 IT연맹에서 수당청구운동을 벌이겠다고 합니다. IT연맹과 수당소송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저도  8년의 제직했던 회사들한테서 야근한 댓가를 소송을 통해서라도 돌려받고 싶은 맘이 들 정도입니다. 제가 소송을 하지 못할 확율이 크지만...  저 자신조차도 "개발자는 밤을 새야" "저사람은 왜 일찍퇴근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이렇게 의식전환이 되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낍니다. 저는 IT회사 경영진과 프로젝트 발주사의 의식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런 의식전환을 불러올수 있는 길의 가장 첫 단추는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업무효율을 기반으로 개발 비용을 따져보면 오히려 불법적인 노동형태가 더 낭비라는 인식을 함께 심어 줬으면 합니다. 집중해서 1시간만에 끝내고 퇴근하는 사람보다 멍한 정신으로 10시간을 헤메고 수많은 sideeffect를 양산하고 밤새는 사람을 더 쳐주는 이런 문화를 없애 주세요!!

외국에선 한국의 소프트웨어 품질을 하급으로 본다는 기사를 본적도 있습니다. 

혹시 언론사에서 사직서 관련해서 인터뷰 요청이 있으면 하실 만나 보실 생각은 있으신지요. 물론 신상노출을 최대한 막은 상태로.

음..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득보단 해가 많을것 같네요. 그래도 아직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나봅니다.

혹시 사직서와 인터뷰에 다하지 못한 말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위에서도 말했지만 IT회사 경영진, 프로젝트 발주사 그리고 크게 사외 통념에 대한 의식전환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 스스로도 "IT노동운동이 필요하다" "회사에 노조를 만들까" "다함께 뭉쳐서 회사에 들이 받아보자" 라고 항상 얘기는 해오지만 막상 실행해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총대매면...", "나 아니여도 다른 사람이 하겠지.." 하는 생각이죠. 이런 생각은 “내가 나섰다가 회사에서 짤리고 좁은 이 업계에서 업주들에게 소문이 돌면 취직 못 할꺼야” 라는 우려가 큰 부분을 차지 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엔 기존에 노동운동이 "왜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젠 아닙니다. 노동자의 일에 대한 정당한 댓가, 정상적인 프로젝트 기간 산출및 금액산정등은 오직 경영자나 발주사의 의식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해당 노동자의 권리주장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처럼 "안좋은 근무환경에는 좋은 개발자를 뽑을 수 없다." "부당한 노동의 강요는 법적 제재를 받는다." "적은 수의 개발자를 쫘서 산출물을 뽑아내는 것보다. 적정인원의 개발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수준높은 제품을 만드는 비결이다" 라는 의식을 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외국에선 한국의 소프트웨어 품질을 하급으로 본다는 기사를 본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집단이 개인에 우선한다는 의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쩔수 없는 여건상 다니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깊이 생각 해봐야 합니다. 자신이 한달 동안, 1년 동안 회사발전을 위해서 자신의 건강, 인생, 시간, 젊음을 희생한 것의 댓가가 그것인지. 우리의 월급과 연봉은 정규 노동시간에 대한 댓가입니다. 막상 우리가 쓰러 졌을 때 아플 때 회사는 분명 과로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회사 이미지와 상장등에 안좋다고 산재보상도 못받게 합니다. 제 주위엔 과로로 쓰러져서 뇌진탕에 걸렸는데도 회사에 소송해야만 하는 현실에 보상을 못받은 분도 있습니다. 저 또한 폐질환을 얻었지만 병원비 한푼 지원해주지 않았습니다. 모든 기업들이 이런 것은 아니겠지만 절대 다수가 이렇다고는 자신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근, 주말반납등의 과잉근무는 결국 회사에 대한 무료 봉사일 뿐이죠. 직원이 있고 회사가 있는 것이지 회사가 있어서 직원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작은 회사가 먼저 일지 몰라도 핵심 개발자인력가 떠나버린 회사가 성공 한 것은 단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막상 상장하고 핵심 개발자들이 다 떠나버린 회사가 헤메면서 계속 그수준을 못 벗어 나고 위태위태 해지는 회사들, 고생하고 나면 보상이 있을 꺼다라는 얘기에 수당도 없고 주말도 반납하고 열심히 했지만 보상이 없자. 소스의 주석을 다 엉망으로 만들고 모조리 이직 했다는 개발자들. 머나먼 얘기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IT맨님 사직서를 읽은 개발자를 꿈꾸는 한 중학생이 야근NO카페에 올린 편지 소개합니다.

우선 전 16살 중3 학생입니다. 인천살구요
다름이 아니라, http://blog.daum.net/moveon21/5423451 사이트에서
글을 읽은 뒤 질문드리는겁니다 ..

저는 어릴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해왔고, 초등학교때 자격증(지금보니 쓸모없는..)도 딸만큼
매우 관심있었고
장래에 컴퓨터 관련 직업을 가지겠다고 어릴때부터 생각해왔는데요 .
컴퓨터직업중에서도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머가 되고싶습니다.

성적이 중간정도 되는데 ,
고입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컴퓨터고(실업)에나 가서 공부하려고 이제 마음먹고 있었는데.
그 글을 보고 좀 충격.. 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불리오는데..
할만하겠지.. 생각해왔는데..참..(중략)

아무튼..
전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컴퓨터 자체를 포기해야하나요 ?
IT 가 컴퓨터,모바일 등 그런쪽 말하는거죠.?
우리나라IT 는 왜이런건지..
댓글보니까 일본쪽은 할만하던거같은데.
거길 갈수도 없는거고..

 

한국 노동자 인터뷰 

열심히 일해봤자 배부른 사람 따로 있다 - 건설직 노동자

IT맨, 내가 사직서를 쓴 이유 - 프로그래머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회사를 관뒀습니다" - 휴대폰 생산

"언제까지 제 꿈을 간직할 수 있을까요" - 일식요리사

"프랜차이즈 업체때문에 고전하고 있습니다" - 제빵사

"우리도 힘들어 죽겠습니다" - 대기업 노동자

"여보, 좀 가난해도 좋으니 야근 안하면 안돼?" - 노동자 가족

"우리 남편도 힘들어요" - 노동자 가족

'불합리한 초과수당 지급행태를 고발합니다" - 삼성전자 노동자

야근을 금지한 회사가 있다 - 사이냅소프트

삼성전자 직원이 들려주는 삼성전자 

생탁, 지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매달 2천만원씩 받아가는 41명의 사장들

한국 보육환경 그 자체가 아동학대다 -17년 경력 보육교사가 본 부산 아동학대 사건


재외 노동자 인터뷰

"허락이 떨어져야만 야근을 할 수 있다" - 외국계 IT 회사

"한국으로 돌아가기 두려워요" 아일랜드 웹프로그래머

시급 만원(980엔)에 차비까지 주는 아르바이트" - 일본 교환학생

"중복된 업무지시는 상사의 무능력이다" - 오스트리아 금융계 IT 회사

"상사의 말만 따르는 직원은 무능력한 직원으로 찍힌다" - 독일 자동차 디자이너

"부서장들이 절대 명령하는 일은 없다" - 일본 자동차 회사

"psp 사려고 오버타임 한다" - 미국 연구원

"노동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선진적입니다" - 싱가폴 IT 회사

 

분석

한국 사회에 야근이 많은 이유

한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질서

기획력 없는 간부가 야근을 만든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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