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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폭력사태가 주말 언론의 메인을 장식했습니다. 당권파가 단상에 올라와 대표단을 주먹과 발로 때리고 차는 모습이 방송과 지면에 그대로 보도되었습니다.
이 장면은 진보의 가치를 믿고 통합진보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많은 진보인사들이 당권파의 폭력을 즉각 성토했고 통합진보당의 최대주주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은 17일 지지철회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통합진보당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비례대표 경선부정에 폭력사태까지 통합진보당은 정당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추태는 다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진보진영 최대의 위기입니다. 분당이 문제가 아닙니다. 진보진영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당원 게시판에 올려진 경선부정 의혹을 제기한 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진상조사 결과 제기한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고 통합진보당은 이에 대한 조치로 비례대표 후보 전원사퇴라는 쇄신안을 의결하고자 했지만 당권파 측 당원들의 폭력에 의해 12일 중앙위는 저지당한 상태입니다.
지난 5월 10일 비례대표 경선부정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부산 금정구 이청호 구의원을 트위플 몇분과 함게 만났습니다.
이청호 구의원에겐 3가지가 궁금했습니다. 먼저 어떻게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나? 둘째 여당의 텃밭이라는 부산 그중에서도 가장 여권의 핵심 지역이랄 수 있는 금정구에서 구의원에 당선된 비결. 마지막으로 이번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의혹을 제기하게 된 과정. 3가지 질문에 대해 모두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무실을 방문한다고 하자 이청호 구의원이 맥주와 과자를 직접 준비했습니다. 정치인 사무실을 다녀봤지만 이런 대접은 처음입니다 ^^
첫번째 궁금증에 대한 이청호 의원의 답은 책임감이었습니다. 정치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모임에서 책임감 있게 활동하다보니 구의원 출마까지 하게되었다는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고 봉하마을 오셨을 때 '노삼모'란 카페에 가입했거든요. 이 카페는 노사모처럼 노무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활동을 하는 카페는 아니구요... 노사모와는 다르죠."
노삼모는 노무현과 삼겹살 파티를 준비하는 모임의 약자입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카페는 정치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주로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정착을 돕는 활동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한달에 한번 40명 정도 오프모임을 가졌거든요... 부산의 모임 대장 노순기씨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하시기 전인데 새로운 정당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땐 다들 정치에 관심없었습니다. 개혁당이나 열린우리당 꼴 날 거다 그랬죠... 나중엔 대부분 국민참여당 창당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노순기씨의 헌신과 설득도 있었지만 정치와 거리를 두려던 노삼모의 태도를 변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었을 겁니다.
"처음엔 머리수 채워줄려고 앉았습니다. 근데 제가 빠지니까 표가 나더라고요... 제가 당시 모임에서 어린편이었고요... 제가 책임감 하나는 확실하거든요."
이청호 구의원은 책임감과 창당을 준비하는 분들에 대한 안스러움으로 도와주고 자리를 맡다보니 발기인에서 주비위와 준비위를 거쳐 국민참여당 금정구 지역위원장까지 맡게되었습니다.
이청호 의원은 무척 바빠 보였습니다. 우리와의 대화 중에도 계속해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만나기 전날에도 세개 언론사와 인터뷰 했다고 합니다.
금정구 구의원에 당선된 비결에 대해선 이청호 의원은 노래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노래를 잘합니다. 노래방 기기와 엠프 들고 시장통에서 노래 불렀습니다. 노래 하나 하고 내 할 얘기 하고... 무너진 사랑탑,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런 노래들 불러제꼈죠. 이렇게 하니까 소문이 퍼지면서..."
이청호 구의원은 선거에 이길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합니다. 명색이 정당인데 후보가 없어서 되겠냐는 책임감이 지역위원장인 그를 짓눌러 선거비용 손실을 감수하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는 재밌는 선거운동이 알려지면서 당선된 것입니다.
이날 우리가 가장 듣고싶었던 대답은 세번째 질문이었습니다. 이청호 구의원이 어떻게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의혹을 제기하게 되었는가 하는 겁니다. 이청호 구의원의 한마디가 뇌리에 그대로 꽂혔습니다. "참여당 당원들은 누구말도 안들어요.
"과거 국민참여당은 당원을 모집한 적이 없습니다. 모두 자발적 당원입니다... 참여당계 출신들은 누구 찍어라 하면 니가 뭔데 하면서 반발합니다. 유시민 말도 안들어요. 저도 당게시판에서 유시민 욕한 적 있습니다. 보여드릴까요?"
경선부정 사태를 참여당계와 당권파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 시각이 설득력 있으려면 유시민 대표와 참여당 당원들 간에 교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청호 구의원은 참여당계는 그런 교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번 사건은 이청호 개인의 의지와 판단이라는 겁니다.
이날 대화 중 이청호 구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얘기하던 중 갑자기 눈물을 쏟았습니다. 노무현을 떠올리면 눈물을 짓는 정치인들을 몇명 봤지만 이청호 구의원의 눈물은 의외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대화 중 상당히 강해보이고 확신에 차있던 얼굴이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져 그랬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청호 구의원은 4년 간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청호 구의원과의 그외 대화 내용들입니다.
이청호 구의원은 강릉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금정구는 10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부산에 내려오게 되었는지 묻자 사천이 고향이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강릉에선 대학교를 다녔고 지역기반이 있는 곳에 돌아왔다는 말입니다.
이청호 구의원은 의사들을 상대로 의료기판매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덕션이니 인공관절이니 하는 의료용어로 통화하는 모습도 잠깐 볼 수 있었습니다. 이청호 구의원은 의사들이 대부분 보수적인데 그들이 노무현을 비판할 땐 참 자신의 입장에선 항변하기 쉽지않아 참 곤혹스러운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부산 통진당 당원들도 쇄신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우리와 만나기 전날 당원토론회가 있었는데 조심러우면서도 당권파의 행태에 대해선 성토하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민병렬, 고창권 두 분 위원장도 같은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청호 구의원은 당권파가 아닌 패권파라고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이청호 구의원은 노래방에서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가장 잘 부르는데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친구들은 실패한 386의 노래라고 놀린다고 합니다. 이청호 구의원은 이 노래가 자신에게 쓰는 편지같아 좋다고 합니다. 그 가사를 아래 소개합니다.
나에게 쓰는 편지. (신해철)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내 마음깊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 있는 나를 안아주고 싶어
난 약해질때 마다 나에게 말을하지.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하고 있니?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 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기다릴뿐...우~~~~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소중했던 동화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호의 불꽃 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입은 분노도 스스로 현실엔 더이상 도움될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구좌의 잔고액수가 모든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이 과연 우리에게 행복이 잇을까?
나민 혼자 뒤떨어져 다른곳으로 가는걸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바라보는 친구여
결국우린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때로는 내마음을 남에게 감춰왔지. 난 슬플땐 그냥 맘껏 소리 내 울고 싶어.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 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기다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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