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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4일 작성


 

올해 12월 문재인씨가 대통령이 되면 약간 애매한 문제가 하나 생긴다. 대통령 생가가 어디냐 하는 것이다.

 

문재인의 부모님은 1950년 12월 유명한 흥남철수 작전 때 그 배를 타고 거제도로 내려온 이북 사람이다. 문재인은 피난생활 중인 1953년 1월에 낳았다. 피난지의 임시거처가 문재인의 생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임시거처도 문재인이 실제 출생한 곳은 아니다. 문재인을 임신했을 당시 공교롭게도 주인집 아주머니도 임신중이었다. 같은 집에서 애를 낳으면 안된다는 속설 때문에 문재인의 어머니는 다시 임시로 마련한 다른 집에서 문재인을 낳았다.

 

문재인에게 사전적 의미의 생가는 있겠지만 그건 우리가 여태 봐왔던 생가와는 많이 다르다. 생가가 지금까지 흔적이라도 남아있을지 알 수 없고 있다해도 생가라는 표지 이상의 의미를 두기가 어렵다. 물론 그렇다해도 대통령 생가마케팅은 이루어질 것이다. 

 

 

 


문재인의 생가가 애매한 것은 문재인 가족이 이산가족이기 때문이다. 피난민인 문재인의 부모는 문재인을 낳을 자신들의 집이 없었다. 세들어 사는 집에서조차 주인에게 출산권이 밀려 나가서 애를 낳아야 했다.


문재인의 부모에게 부산 영도는 잠시 머무르는 곳이다. 흥남의 고향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야할 곳이었다. 문재인이 자란 영도는 문재인의 부모처럼 북한에서 내려온 피난만들이 많이 모여살았는데 문재인이 경남중학교에 입학 했을 때 아버지는 흥남사람이 하는 양복점엘 데려가기도 했다. 


문재인은 아버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보고 자랐다. 부모님께 부산에서 멀리 떨어졌고 갈 수도 없는 북한의 흥남 얘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문재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부산 영도 말고 다른 세계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자랐다. 이런 디아스포라적 환경은 분명 문재인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두 세계를 경험했다는 건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계말고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건 이 세계에만 집착하지 않게 만들고 다른 세계를 염두에 두고 생각하고 판단하게 만든다. 자신이 살고 있는 영도와 아버지가 살았던 흥남 두 세계의 충돌을 조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던 문재인은 보다 보편적이고 다원적인 세계관을 머리 속에서 형성했을 것이다.


피난민에게 이곳은 궁극적 거처가 아니다, 이곳이 궁극적 거처는 아니라는 의식은 근원적 성찰에 가깝다. 이러한 성찰은 이 세상을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문재인의 초월적 태도는 이런 성찰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때 서울에 갔던 문재인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당시 문재인의 성적은 차석으로 수도권 유명 법무법인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에 돌아온 것이다. 


한 세계만을 가진 사람에게 고향은 그저 고향일뿐이다. 그러나 두 세계를 가진 문재인에게 고향 부산은 부모님과 자신에게 도움을 준 지역사회이다. 한 세계를 가진 사람보다 두 세계를 경험한 사람이 보답의식이 강할 수밖에 없다. 


2013년 87체제 이후 새로운 체제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 새로운 체제에 어울리는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일까? 그건 경북 대통령도 부산 대통령도 호남 대통령도 아닌 '모두의 대통령'이어야 할 것이다. 한 세계에만 갖힌 지도자가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는 지도자가 이 나라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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