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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말한다' 이번 기사는 대기업 사원을 남편으로 둔 여성분의 얘기다.

그동안 한국의 노동환경에 대한 6번의 취재가 있었지만 많은 직장인들의 선망을 받는 대기업 직장인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 몇분을 접촉하긴 했는데 꼭 마지막 단계에서 인터뷰가 좌절되곤했다. 아마도 거대 조직으로서 개인을 쉽게 추적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대기업 직장인의 얘기를 아내를 통해 간접적으로 들어보자. 역시 한국의 과로체제는 그들도 내버려 두진 않았다.

선진국에서 그래서 새벽에 퇴근하는 남편의 회사를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합니다.

현재 남편분이 입사 몇 년차입니까. 결혼한지는 몇 년 되셨는지요. 아이는 있으십니까.

입사한지 5년차입니다. 결혼한지는 8년째구요. 하나 있습니다.

남편의 하루는 어떻습니까. 몇시에 일어나시고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은? 수면시간은 얼마나 됩니까. 아침은 드시고 출근하십니까.

아침 5시 50분쯤 기상해서 6시 20분에 집에서 나갑니다. 8시까지 수원에 가야하기 때문에 일찍 서둘러야 회사버스를 탈 수 있기에 아침은 주로 회사에서 먹습니다. 평균퇴근시간은 10시정도로 해두죠. 물론 출근시간은 일정하지만 퇴근 시간이 항상 늦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젝트가 잡히면 그때부터 야근이 밥먹듯 시작되는 거죠. 사실 요즘은 10시 퇴근이 양호한 퇴근이 되버렸습니다. 수면시간은 대여섯 시간밖에 안되는 것같습니다. 버스에서 자는 시간을 제외한다면요.

야근을 자주하는 이유가 뭐죠. 남편분은 뭐라고 말씀하십니까. 회사에 대해 어떤 불합리한 점을 지적합니까. 아내로서 보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까.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놓고 부족한 인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니까 야근을 해야겠지요. 남편은 야근의 불합리한 점을 자주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며칠 연속 야근에 휴일도 없이 일하다보면 회사입장에서도 그렇게 이익이 안된다구요. 집중력 저하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니까요. 저는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지금 회사가 세계적 대기업이긴 하지만 그렇게 인건비를 줄이고 부족한 인력으로 시간외 근무를 하게 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라고 봅니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서 근무 조건도 일류로 성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례로 남편은 해외출장도 자주가는 데 거기서도 야근을 한다고 합니다. 선진국에서 그래서 새벽에 퇴근하는 남편의 회사를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합니다. 현지 휴일에도 근무하고 그렇다고 한국 휴일이라고 쉬는 것도 없구요. 현지 남편 회사뿐 아니라 남편 회사와 제휴하는 다른 현지 하청업체들도 남편 회사 때문에 늦게 퇴근하고 휴일에 나오기는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친구분들끼리 남편의 직장생활에 대해 얘기 나누신 적 있습니까. 친구들 남편과 비교하면 남편의 직장의 근로시간은 많은 편인가요. 회사동료 부인들과 회사의 야근에 대해 말씀 나눈 적은?

IT업계가 주로 야근을 많이 하기는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퇴근시간이 늦어지면 출근시간도 유연성있게 늦춰주거나 좀더 덜 경직적인 분위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밖에 금융쪽 업무는 칼퇴근인 경우가 대부분이구요. 대체적으로 주 5일제는 잘 지켜지는 것같습니다.

어디 앉거나 누우면 바로 잠들고 만사가 귀찮은 표정을 하고 가끔 자다가도 회사업무를 하는지 회사일에 관한 잠꼬대도 합니다. 

남편이 회사일이 힘들다고 얘기하진 않습니까. 업무외에 경쟁스트레스도 있을텐데. 대기업의 경우 조직이 크다 보니 사내 경쟁이 치열해 그런 경쟁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어떻습니까.

사내 경쟁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한 바가 없습니다. 다만 나이 어린 상사가 주말에 근무하라고 할 때 스트레스는 받는 듯 했습니다. 그 외에도 상사 중에 좀 완고한 분이 복장단속이며 휴식시간 단속 등 지나치게 사생활을 간섭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좀 짜증날 수 있긴 하지만 그에 대한 문제보다는 근본적으로 일을 너무 많이 시키는 게 문제겠지요. 경쟁이라기보다는 같이 팀웍을 이루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자율권(일찍 근무하는 것, 주말에 쉬는 것)을 맘대로 행사할 수 없어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것같습니다.

남편이 힘들어할 때 어떻게 위로 하십니까.

남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가급적 남편의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받아주죠. 사실 과감하게 그냥 쉴 권리를 행사하라고 종용해서 그럴 수 없는 남편의 맘을 불편하게 합니다.

건강이 걱정되진 않으십니까. 남편이 과로로 아픈 적 있습니까. 휴유증 같은 것은.

많이 걱정됩니다.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게 과로해서 버틸 수 있을 지 걱정이고, 종일 앉아 있으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는 붓고, 머리는 자꾸 빠지고 눈은 충혈되기 일수고 한마디로 빨리 늙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좋은 음식을 해주려고는 하지만 해도 같이 먹을 시간도 없으니까요. 주말에 쉬게 되더라도 그냥 집에서 쉬자고 말해주는 게 위안이겠죠.

퇴근해서 야근에 찌들어 올때 남편은 어떤 모습인지요. 한 번 묘사해주실 수 있습니까.

위에서 언급한데로입니다. 한마디로 녹초가 됩니다. 어디 앉거나 누우면 바로 잠들고 만사가 귀찮은 표정을 하고 가끔 자다가도 회사업무를 하는지 회사일에 관한 잠꼬대도 합니다.

주말에도 핸드폰이나 이멜 등으로 출근하라는 압력을 넣어 남편분이 강제적으로 근무하신다는데 그 내용을 보신 적 있습니까. 어떤 식의 압력입니까.

주로 무언의 압력입니다. 직접적으로 주말에 출근하라고 명령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정황상 안 나올 수 없게 하죠. 주로 월요일까지 (무리한 일정) 다 끝내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죠. 힘드시겠지만 언제까지 다 마쳐야 하니 주말에 바쁘시지만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직원 여러분의 협조 요청바란다는 식입니다. 부드럽게 들리지만 데드라인이 정해진 업무를 방치할 직원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직장생활에만 올인한다면 가족 생활은 무슨 의미를 갖겠습니까.

남편과 같이 시간을 보낼 기회가 거의 없어보이는데, 외식이나 나들이를 한달에 몇 번 가십니까. 어떤 분은 쉬지도 못하는 남편이 걱정돼 그냥 집에 있자고 한다던데. 

남편은 힘들어도 어떻게든 저나 아이를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제가 쉬자고 해도 놀이동산을 가거나 외식을 하려고 하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그럴 경우가 많죠) 산책이라도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같은 간이식이라도 즐기려고 합니다. 내지는 마트에 같이 가서 장을 보면서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내죠.

남편분께서 힘들어 회사를 관두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거 같습니까. 혹시 그런 뜻을 내비친 적은 없는지요. 회사 관두고 공기업이나 공무원 등을 알아보거나 자영업을 하겠다는 말을 하신 적 없으신지.

사실 그렇게 종종 말하곤 합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그럴 수는 없는 남편에게 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죠. 공기업, 공무원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시험을 봐야하는데 공부할 시간조차 없는데 무작정 관두고 합격이 보장되지 않은 시험공부를 할 수는 없죠. 직장을 관두고 싶다고 하면 냉정하게 후속 대책을 세우고 그만 두라고 합니다. 요즘 같은 때 먼저 그만두고 때를 기다리는 것은 불안할 것같기때문이죠.

현재의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는 않으신 거 같은데 다른 계획은 있으십니까. 제가 알기로 현재 직장의 퇴사율이 의외로 높다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부모님은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강하지만 저나 남편은 반대입니다. 이렇게 계속 나가다가는 몸만 해치고 다른 기회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식으로 계속 직장생활에만 올인한다면 가족 생활은 무슨 의미를 갖겠습니까. 남편도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합니다. 아이가 커가는 것도 보고 육아에도 일조하기를 원하구요.

어떻게 살고 싶으신지요. 지금처럼은 아닐텐데 최소한의 기대하고 누리고 싶은 삶은 어떤 삶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최소한의 가족을 위한 시간은 보장되어야한다고 생각됩니다. 적어도 주말은 가족에게 반납해야겠죠. 일주일에 한두번 야근은 눈감아줄수있지만 연속적으로 야근을 하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무리가 갈 건 뻔합니다.

남편분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힘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외의 사적인 표현은 삼가겠습니다.

육아와 출산 관련해 남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곤란을 겪거나 겪고 있는 것을 얘기 해주십시오

일단 애의 육아나 기타 가르침에 관해 부부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하는 데 같이 의논할 시간조차 부족한 것 같습니다. 또 둘째를 원하지만 회사가 아빠를 붙잡아두고 있는 상황에서 엄마혼자 둘을 감당하는 것은 참 쓸쓸하고 어려운 일인 듯 싶습니다.

그 외 하시고 싶은 말씀은.

남편회사가 한국 대기업답게 최소한의 노동 규정을 지키면서 외국 업계와 경쟁하는 초일류기업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 노동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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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 노동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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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국 사회에 야근이 많은 이유

한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질서

기획력 없는 간부가 야근을 만든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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