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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회사의 부당한 야근이나 불합리한 업무방식에 대한 제보와 하소연이 담긴 메일을 많이 받습니다. 대개 회사와 상대하다 울화통이 터져 보낸 사연들인데 읽어보면 저도 같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대기업 다니는 사위의 야근 때문에 딸이 결국 이혼했다고 전하신 한 어머니는 사위의 회사에 딸이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소송이라도 걸고 싶다고 했습니다. 야근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어떤 경우엔 잘 알려진 사건의 안좋은 뒷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기사화 된다면 사회적 파장이 있을만한 내용이었는데 인터뷰 해주신분의 요청으로 결국 그 부분은 삭제되었습니다.

최근엔 정말 우스운 내용을 한 분이 보내주셨습니다.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대기업에 종사하는 사무직 노동자이신데 밤늦게 야근하면서 듣게된 간부 3명의 기가막힌 대화를 전해주셨습니다.

"그때가 밤 열한시였던가 열두시였던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부장 셋이 모여 진지하게 회의를 하더군요. 일하다가 잠깐 들어보니 이 보고서에서 이 부분은 산돌고딕이 나을까 견고딕이 나을까에 대한 토론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울화통이 터졌습니다. 우리나라 최고기업의 연봉 1억 부장 셋이 밤늦게 모여서 아주 진지하게 한다는 토론이 글쎄 보고서 폰트를 뭘 쓸지 줄간격을 어떻게 할지 큰 제목과 작은 제목 사이를 한칸을 띄울지 두칸을 띄울지라니요."   

보고서의 줄간격과 폰트를 결정하기 힘들어 밤을 새는 이분들, 그 고민 혼자하면 그래도 다행입니다. 밑에 직원에게까지 그 고민을 시킵니다. 보고서 들고가면 내용이 아니라 줄이나 철자 골라내고는 으쓱거리십니다. 그게 간부의 할일이라면서. 이런 간부들에게 업무지시를 받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부하직원들은 정말 기가 막히죠. 그래서 메일 주신 분도 대기업노동자인데도 이 직장에서 도망가고 싶다고 하십니다.

"저런 것 가지고 고위간부가 진지하게 토론하는 이상 근무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정해진 포맷외엔 용납하지 않는 회사분위기에서 창의성은 도대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여길 도망가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휘유."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이런 모습 대한민국 직장에서 흔한 모습인가요. 이거보다 더 한 것도 있나요. 지금 도망가고 싶으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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