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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초등학교 6학년부터였던 거 같습니다. 벌초하는 날 아침이면 아버지가 저를 깨우셨습니다.





늦잠을 기대한 일요일 아침 아버지의 기상 소리가 반가울리 없죠.





몇년 뒤엔 동생도 같이 깨워졌는데 아버지의 기상 소리가 몇차례 더 들려오는 동안 동생과 저는 이불속에서 아버지 흉을 보았습니다.  다른 집 애들은 벌초하러 같이 안 간다는데 우리 아버지는 왜 우릴 꼭 이렇게 데리고 갈려고 하냐며 투덜댔습니다.





그러나 일요일 아침의 늦잠을 놓쳐 불평하는 우리와 달리 





동생과 저를 뒤에 데리고 길을 나서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약간 들떠보였습니다. 





집안 선산은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 있습니다. 버스정거장 서너개만 지나 내려 20여 분 걸어올라가면 되는 곳입니다.






그 길을 가면서 아버지는 당신의 어린시절 흔적들을 찾아내 들려줬습니다. 





이 길을 따라 나무를 지고 다녔던 이야기, 만주갔다 돌아온 할아버지가 동네에서도 무섭기로 소문났던 이야기 등을 하며 "지금 그렇게 하라면 아마 못할끼다"라는 말을 붙이곤 하셨습니다.  





세월이 지나 이제 제가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지금 보니 그때 아버지 기분을 조금 알 것같습니다.





벌초날은 아니지만 명절 때 아이들을 깨워 준비시키는 내 모습이 그때 아버지를 닮았단 느낌을 받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명절의 감흥이 없어질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잠이 덜 깬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자 이제 큰할아버지 집에 간다"라고 할 땐 제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짐을 느낍니다. 





옛날 내가 본 골목길을 나서던 아버지의 들뜬 어깨를 지금 내 아이가 차 뒷칸에서 보고 있을 겁니다. 





큰집엔 제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사촌들과 뛰어놀던 그 집을 큰아버지는 40년 가까이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가 신기해하며 만지는 풍금은 30년 전 사촌동생이 치던 것입니다. 





제 입이 간질해지고 30년 전 아버지처럼 저도 아빠 어렸을 적 얘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민호야 느그 아빠 있제..."하며 동생이 끼어들고





사촌이 맞장구 치며...





아이는 되 묻고 하면서 그렇게 아이들과 어른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합천 영상테마파크에 팸투어를 다녀왔습니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일제시대부터 80년대까지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입니다. 





근현대를 다룬 세트장은 합천영상테마파트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조선시대는 아이도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살아본 적이 없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일제시대와 80년대까지 근현대는 할아버지가 살았고 아버지가 걸친 시대입니다.





"이 트럭을 재무시라고 부르는데 왜 그런지 아니?"

아이들에게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곳입니다. 명절날 아이들을 뒤에 대동하고 나서는 아버지처럼 이 곳은 어른을 들뜨게 하는 곳입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합천으로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내리실 역은 가호역입니다. 

그리고 재무시는 GMC를 한국식으로 읽은 말입니다.


*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갱상도문화학교 추진단 주최의 합천 팸투어를 다녀와서 적은 글입니다. 합천영상테마파크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합천영상테마파크


지도를 클릭하면 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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