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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장이 대권 후보로 급부상 했다. 기존의 정치판에 식상한 사람들이 도덕과 원칙에 투철한 안철수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그러나 안철수의 도덕과 원칙을 불안하게 보는 사람도 있다. 과연 안철수가 흙탕물 튀기는 정치판에서도 지금 이 모습으로 설 수 있을지 우려한다. 

정치는 수많은 집단이 참여하는 아주 복잡한 게임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책에서 그런 고충을 토로했지만 정치는 도덕과 원칙만으로 헤처나갈 수 없는 곳이다. 그걸 넘어선 정치적 리더쉽과 지혜가 필요하다.

과연 안철수는가 정치에 뛰어든다면 도덕과 원칙을 넘어서는 정치적 리더쉽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안철수는 그의 잠재적 지지세력인 진보진영을 대변할만한 정치적 인식을 가지고는 있을까? 안철수가 쓴 몇권의 책에서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봤다. 




 
안철수는 지독할 정도로 원칙적인 사람이다. 영화 홍보 문구에 '상상 그 이상을 볼 것'이란 말이 있는데 안철수의 원칙을 따르는 삶은 그 문구로 표현해도 모자람이 없다. 살아오면서 약속을 한번도 어기지 않은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안철수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나는 한번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이렇게 되물었다. "말도 안돼요 소소한 것은 회사 사정 때문에 몇 번 어겼을 거 아니예요?" 나는 주저함 없이 이렇게 답했다. "그런 적 없는데요." 나의 이말은 진실이었는데 상대방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경우 항상 되돌아 오는 질문이 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처음부터 안하나까요."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는 말도 놀라운데 안철수는 자신의 원칙에 대해서 더 놀라운 얘기도 한다. 아무도 보지않는 곳에서도 그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자신을 자책할 정도다. 
 

내 앞에 있던 좌회전 차량이 직진할 차를 피해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했고 바빴던 나도 덩달아 좌회전했다. 나는 경찰에게 적발되었다. 그날밤 나는 심한 자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으로 해보는 위반이었다. 결과를 떠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에 나도 참여했다는 사실에 무척 괴로웠다. 그날 이후 나는 위반을 하지 않는 나만의 운전방식을 만즐었다. 행선지로 가기 전 지도로 길부터 익히고 주차장은 어디 있는지까지 획인한 후 길을 떠났다. 


 "인생을 허비하는 것같은 군대 시절조차도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는 안철수다. 안철수의 원칙은 누가 있든 없든, 극한 상황이든 아니든 예외가 없다. 
 

그러나 도덕과 원칙의 삶이 좋은 말만 듣고 살 수는 없다. 때론 안철수가 고수하는 도덕과 원칙에 야속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2000년 벤처 붐이 불 때 아무리 친한 사람의 개업식이라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야박하단 소리를 감수하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내 얼굴을 보고 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미지의 투자자에게 왜곡된 판단기준을 주기는 싫었다. 


상대는 야박하게 느꼈겠지만 공인을 바라보는 시민의 입장에선 박수받을만한 태도다. 사실 원칙을 지킨다는 사람들도 이런 것까지는 원칙의 틀 안에 두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원칙이 공인으로서 더 요구되는 원칙이다. 안철수의 원칙이 자신의 이미지나 결벽증 충족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안철수의 원칙 중엔 우리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도 있다. 


나와 다른 직원은 두 사람이 교대로 식대를 부담하며 밥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예정에도 없이 다른 직원이 같이 식사하게 되었다. 그날은 내가 부담할 날이었는데 식사를 마친 후 나는 두 사람분만 계산하고 식당을 나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내막을 모르는 다른 한 직원은 "어떻게 저럴 수가!"하며 자기 돈으로 식대를 낸 후 꽤나 나를 오해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왜 생겼을까 생각해보니까 내가 회사돈과 내 돈을 너무 엄격하게 구분하는 게 버릇이 된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요즘도 그게 달라진 게 없어서 부서회식 명목이 아니면 우리는 각자가 알아서 계산한다. 물론 나에게 지급된 법인카드가 있지만 그걸 기분 내키는 대로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짜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수 없는 게 이렇게 아낀 돈은 나중에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면 다소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안철수의 원칙이 도가 지나친 걸까? 

보통 다른 유명인이라면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뒷부분이 달랐을지 모른다. 앞으론 그런 부분을 잘 헤아려 고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물러서지 않는다. 타인이 오해할 수 있지만 앞으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안철수가 물러날 생각이 없으니 안철수와 같이 밥을 먹을 일 있는 사람들이 참고해두어야 할 것 같다. 공적 이익에 기여하려는 그의 원칙에서 상대가 이 정도의 정서적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혹시나 이런 일이 안철수의 짠돌이 기질에서 비롯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을 수 있어 직원들에게 자신의 주식을 나누어준 안철수의 일화도 하나 소개하고 넘어가자.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만큼, 결과와 실적에 근거한 공정한 분배도 해야 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우리사주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대두되기도 했다. 나는 그보다 내가 소유한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고 2000년에 이 일을 실천했다. 직원들의 수고가 참으로 감사했기 때문에 주식 증여에 대한 세금도 직원들이 부담하지 않도록 했다.


 안철수가 도덕과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그럼 그걸로 안철수의 도덕과 원칙은 검증받은 걸까? 안철수는 10년 넘게 경영인으로 살아왔고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의 도덕과 원칙은 자본의 논리에 가까운 경영철학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안철수의 도덕과 원칙은 그의 잠재적 지지세력인 진보진영과 갈등을 일으켜 오히려 정치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런 우려를 갖게하는 장면을 안철수의 책에 몇개 보인다.


아니 저럴 수가... 아이들이 우리가 처방해준 알약으로 공기놀이를 하고 있어요. 구로동 성당에서 진료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의료동아리 학생 중에서 누군가 놀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진료소 마당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모여 나누어준 알약으로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약갑을 받지 않으니까 싸구려 약인 줄 아는가봐." "병이 잘 낫지 않는 이유가 있었군요." 의료동아리 학생들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아리 학생들이 용돈을 모으고 주머니를 털어 사다가 처방해준 약이었으니까요. 이러한 마음을 몰라주니 섭섭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더구나 밤낮없이 공부해도 모자라는 시간을 쪼개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는데 말입니다. "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약값을 받아야겠어." 동아리 학생들은 이렇게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진료받는 환자들에게 약이 많건 적건 모두 500원씩 받았습니다. 그러자 환자들이 약을 잘 챙겨 먹었고 병도 낫게 되었습니다.


안철수는 소위 말하는 '공유지의 비극'을 대학교 때 의료봉사를 하면서 실감했다. 자본이 항상 주장하는 것이긴 하지만 '공유지의 비극'은 어느 정도 현실이다. 안철수가 잘못 안 것은 아니지만 '공유지의 비극'을 인상깊은 경험으로 밝힐 정도라는 건 다소 걱정스럽다. 세상엔 공유지의 비극보다 훨씬 더 슬프고 시급한 '독점의 비극', '자본의 비극' 등이 있다. 이런 문제의식의 토대 위에 공유지의 비극을 곁들이는 게 더 올바른 인식일 것이다. 

기업인 안철수가 하는 말은 진보적 정치인 안철수를 기대했던 우리에게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평등보다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그의 말이 그렇다.

평등과 공정은 다르다. 민주주의도 그러하지만 자신의 연봉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평등하나 결과는 평등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보상도 평등할 수 없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재화는 만인을 충족시킬 만큼 무한할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이 충분히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평등보다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기업 차원에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국가차원에서 공정함의 평가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는 기업보다 평등에 맡길 일이 더 많다.

그런데 기업가 안철수를 고려해도 좀 우려스런 발언이 있다. 안철수가 노동자라는 단어를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노동자라는 말이 편안하지 않다 물론 이 단어에 담겨진 역사적•사회적인 의미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에는 상하간의 계층구분, 분리의식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러한 고정관념이 생겨난 데에는 많이 가진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안철수는 안철수 연구소의 성공적 경영에 근거해 경영진과 노동자의 동업자적 관계를 그리는 것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자본가와 노동자의 입장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충돌은 힘의 균형으로 해결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자본가는 나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배제한 경영관은 위험하다. 그래도 안철수가 "노동자에 담긴 역사적•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진 사람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는 점은 다행이다.

경영자 안철수의 발언엔 다소 걱정스런 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성공한 벤처기업가로서 경영지침서로서 말한 점을 고려한다면 그의 발언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성급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책엔 이런 걱정을 몇번은 덮고도 남을 정치적으로 더 희망적인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는 다음의 세가지이다 
1.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2.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
3.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안철수가 내세운 회사의 핵심가치 첫번째가 개인이라는 점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회사였다면 고객서비스 같은 자본의 논리를 첫번째로 두었을텐데 안철수 연구소는 고객이란 말이 세번째 맨 마지막에 나온다. 회사는 두번째이다. 안철수가 자본보다 집단, 집단보다 개인을 더 우선시하는 것이다.


1번에서 회사 발전에 앞서 자신의 발전을 내세운 것은, 단체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되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속성상, 회사는 발전한 개인들이 모여서 만들어가야 개인의 목적과 회사의 목적을 한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을 무시하는 회사는 설령 아무리 사회공헌을 많이 한다 하더라도 바람직한 기업은 아니라고 본다.


안철수는 인간을 1번으로 둔 게 우연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안철수는 회사의 핵심가치를 통해 자신이 경영자이지 자본가는 아니라고 말하는듯하다.

자본가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서일까? 안철수는 심지어 사장할 자격이 없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달에 공휴일이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요. 그리고 월급날이 되어도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사장할 자격이 없습니다." 이런 지적이 옳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ceo로 있는 한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달력을 보다가 월급이 나오는 날짜를 보면 기분이 좋고 일요일은 늘 기다려진다.


안철수의 노동자란 단어가 불편하다는 말이 맘에 걸렸는데 이 부분에서 단번에 해소되는 느낌이다. 노동자를 이해하고 말 것도 없이 안철수는 이미 노동자적 마인드가 내면화 되어있는 것이다. 휴일과 월급날을 기다리는, 노동의 의미를 직원들과 구분하지 않는 안철수를 경영노동자라 할만하다. 

안철수를 안철수로 만들어준 것은 공동체에 대한 책임 정신이다. 안철수가 공동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검증할 부분이 아니라 경청할 부분이다. 잠시귀기울여 보자.
 

나는 일말의 갈등도 없이 그 제의를 거절했다. 그 아무리 높은 금액이라도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보호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앞에서는 나에게 수용조건이 되지 못했다. 만약 그때 회사를 넘겼다면 국내 백신 가격은 턱없이 비싸져서 지금쯤 바이러스가 훨씬 더 기승을 부리고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혜택받는 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은 선조들이 쌓아온 지식과 동시대의 땀흘리며 일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노력 속에서 일구어진 것이다. 사회를 살아가는 한 일원으로서 일방적으로 혜택을 받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일부라도 돌려주고 싶었다.


동시대뿐 아니라 선조의 기여까지 말하는 안철수의 생각에 주목한다. 선조의 기여까지 고려한다면 개인이 기본적 소유라고 주장할 재화는 줄어들고 우리가 공유하고 분배해야할 부분은 늘어난다. 과연 안철수의 생각이 여기까지 닿아있는지는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전자공학의 경우에도 간단한 회로는 설계자에 따른 성능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회로가 복잡해질 수록 부품종류의 선택 보드상의 배치 연결방법이나 위치에 따라서의 성능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영역에서는 최고 수준 기술자가 가지고있는 예술적 감각에 의한 선택이 성능을 좌우하게 된다. 기술은 과학을 근간으로 하지만 수준이 높아질 수록 예술적 영역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안철수의 발언 중 가장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아이폰같은 탁월한 상품이 인문학에 바탕한다는 것을 안철수는 10년 전에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선 신념만이 아니라 참을성도 있어야 한다. 주변의 평가에 일일이 다 신경을 곤두세우다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정치인 안철수라는 점에선 이 발언이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안철수의 종교관을 소개하고 이 글을 끝내자. 안철수는 종교가 없다. 카톨릭학생회로 의료봉사를 했지만 카톨릭은 아니라고 한다. 종교관으로만 본다면 불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도 나와 비슷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쾌락을 탐닉하는 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 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참고 서적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기심 소년 안철수 창의적 리더가 되다



* 부산출신 야권 유력 후보 5인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다음엔 문재인 변호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산 출신 범야권 5인방의 유년학창시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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