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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광주의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김정길 전 장관의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말이 출판기념회지 사실상 김정길 전 장관의 대선출정식이었다. 김정길 전 장관은 연설에서 "내년 총선 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들고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론조사에 이름도 올리지 않은 김정길 전 장관의 대권도전은 대중에겐 뜬금없는 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행사에 전국에서 1만명 이상의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1만명이면 김대중컨벤션센터 개관 이래 가장 많이 모인 인파라고 한다. 조직이 움직였다 해도 심상치않은 숫자다.

김정길 전 장관 스스로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대권 도전이 생소해 보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인지도부족을 인정하면서도 대권도전을 선언한 김정길 전 장관의 그 자신감이 궁금하다. 김정길 전 장관은 그 의문에 '확장성'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연설에서 김정길 전 장관은 "2012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표의 확장성"이라며 "우리가 가진 표 위에 더 많은 표를 가져올 수 있는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높은 대권지지율은 박근혜다. 그러나 야권 단일 후보와 여당 후보의 조사에선 야권단일부호에게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50%를 넘어서 여권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이 여론조사를 놓고 볼때 10여 명의 대권 후보들을 줄 세우는 현재의 대선지지율 조사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야권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사람들의 표를 가장 많이 흡수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는 게 더 중요해진다. 김정길 전 장관이 말하는 바로 그 확장성이 관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확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김정길 전 장관은 얼마나 높은 확장성을 가지고 있을까? 김정길 전 장관이 강조한 지역적 확장성 외에도 4가지 더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확장성들은 단초다. 확장성의 발현은 김정길 전 장관의 활약 여부에 달렸다. 

첫째, 지역적 확장성

김정길 전 장관은 호남에서 인기 있는 영남의 정치인이다. 호남의 지지 바탕에 영남의 안정적 득표를 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길 전 장관이 사실상 대선출정식인 출판기념회를 부산이나 서울이 아닌 광주에서 열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지역적 확장성 때문이다. 호남의 지지를 안고 한나라당이 안방처럼 생각하는 영남을 잠식하는 것만큼 강력한 확장성은 없다. 

지역적 확장성은 재탕이라는 비판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 한번 써먹은 방정식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거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이 방정식은 오히려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 봉하마을에 가보면 호남에서 온 관광버스를 적잖이 볼 수 있다. 영남에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싸워온 노무현에게 호남사람들은 애틋한 감정이 있다. 그 애틋함은 노무현의 친구인 대권후보 김정길에 대한 지지로 전이될 수 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떠나보낸 것에 부채의식을 가진 영남은 김정길에 대한 지지로 그걸 갚으려 할 것이다. 지난 6.2부산시장 선거에서 김정길 전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보다 많은 45%의 지지율을 얻은 것이 그 방증이다.

호남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적잖게 나온다는 점도 야권 후보로서 김정길 전 장관을 돌아보게 한다. 호남과 호남출신의 유권자들이 박근혜와 야권의 다른 대권 후보들의 대결 앞에선 선택에 의문을 가질지 모르나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노무현과 함께 지역주의에 맞서 싸운 김정길 전 장관 앞에선 숙연함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을 것이다. 김정길 전 장관은 여권의 잠식에 대항해 호남의 표를 가두어두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둘째, 정치적 확장성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구라는 배경은 김정길 전 장관을 친노뿐 아니라 비노 반노까지도 아우를 수 있게 한다. 지난 6.2 부산시장에서 친노만이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 친노와 각을 세우는 조경태 의원의 지지도 받은 것에서도 김정길 전 장관의 정치적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길 전 장관은 현재 민주당 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김정길 전 장관의 정치적 확장성은 야당에만 그치지 않는다. 김정길 전 장관은 김영삼 대통령의 고향후배(거제도 장목면)이기도 하다. 말만 고향후배가 아니라 실제 가족 간의 교류도 빈번했다고 한다. 그래선지 비록 정치적으로는 결별했지만 김정길 전 장관은 고향 선배인 김영삼 대통령을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찾아기 인사할 정도로 존중해주었고 김영삼 대통령도 김정길 전 장관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민주화 이후 3명의 대통령과 모두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치인은 김정길 전 장관이 유일할 듯하다. 한나라당 윤여준 전 의원의 서평도 김정길 전 장관의 여야를 넘나드는 정치적 확장성의 크기를 보여준다. 
 
셋째, 시대적 확장성

2002년 개혁을 외치며 집권한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의 대통령이다. 진보가 무능하다고 공격하며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의 대통령이다. 이념이 다른 두 정치세력의 대결을 겪으면서 국민들은 정치권의 이념 대결에 지쳤다. 이제 국민은 진보의 대통령도 보수의 대통령도 아닌 국민의 대통령을 원한다. 2012년 대선엔 이념적 색깔이 옅은 화합형 리더쉽에 국민이 눈길을 줄 가능성이 높다.

김정길 전 장관은 정치권에서 화합협 정치인으로 통한다. 김정길 전 장관의 정치적 성장도 대결보다 화합을 통해 이루어졌다. 85년 중선거구제에서 김정길 전 장관은 "아빠는 박찬종 엄마는 김정길"이란 절묘한 구호로 야권 후보 둘 다 당선 시켜내 주목받았다. 87항쟁 이후 만들어진 정치구도에서는 평민당과 통일민주당의 통합을 위해 움직였고 3당 합당 이후엔 꼬마 민주당과 평민당의 통합에 애썼다. 그런 모습이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행자부 장관에 발탁되었고 정치력을 발휘해야하는 정무수석까지 맡게 되었다. 정무수석 취임 시 한나라당에서도 환영했을 정도로 당시 김정길 전 장관은 화합형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2012년 화합형 리더쉽을 찾는다면 당연히 김정길 전 장관은 그 대상이다.





네째, 차별적 확장성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길 전 장관은 같으면서 다르다. 지역주의와 싸운 정치역정은 같지만 정치를 하는 방식은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이 '논'의 정치라면 김정길 전 장관은 '의'의 정치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길 전 장관 둘 다 항상 옳은 길에 섰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논' 속에서 길을 찾았고 김정길 전 장관은 '의'를 쫓아 옳은 길에 들어섰다. 김정길 전 장관은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대해 복잡한 논리를 동원하지 않는다. '아닌 건 아닌 거다'라며 가지 않을뿐이다. 김정길 전 장관의 정치는 쉽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는 사실 어려웠다. 어려운 걸 쉽게 얘기했지만 줄기차게 던지는 정치적 화두는 민초들을 정치피로증에 빠지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 한다는 건 확장성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친노후보들은 이런 확장성에선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친노 후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배경이 그대로 후보 자신을 덮어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의 논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취하면서도 자신만의 의의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는 김정길 전 장관은 친노 후보 중에 가장 차별적 확장성이 뛰어난 후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정치자산의 확장성

김정길 전 장관은 현재 거론되는 대권 후보 중엔 가장 화려한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부산대총학생회장 시절의 교련반대투쟁부터 시작해서 87항쟁을 거쳐 지역주의와의 투쟁까지 김정길 전 장관의 20대부터 현재까지는 한국 정치사의 일부이다. 김정길이 유력 후보로 부각된다면 이런 정치 자산은 급속히 내부를 채워 대권 후보의 무게감을 채울 것이다. 대권후보로서 채울 수 있는 컨텐츠가  풍부한 김정길에겐 거품이 있을 수 없다.

마치며...

김정길 전 장관의 대권 주자로서의 분기점은 내년 총선이 될 것이다. 내년 총선 부산에서 의미있는 의석을 획득한다면 김정길 전 장관은 대권 유력주자가 될 수 있다. 이미 지난 40년 간의 정치인생으로 스스로를 검증한 김정길 전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한번 더 검증받는다. 2007년 대선에서 검증되지 않은 문국현의 지지율 떼먹기에 진보진영은 식겁한 적이 있다. 김정길 전 장관은 진보진영이 그런 부담은 전혀 없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이다. 이 새로운 시도에 우리의 관심과 응원을 얼마든지 줘도 될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안법을 없애지 못했다. 그러나 김정길은 없앨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보안법 없애는 노무현엔 불안감을 주입할 수 있지만 김정길에겐 그러기 어렵다. 개혁은 얼굴까지 개혁적일 필요는 없다. 구호가 아닌 인자하고 부드러운 얼굴로 개혁을 할때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지긋한 표정으로 한자 한자 설명할 때 개혁의 리더쉽을 더 발휘될 수 있다. 김정길의 리더쉽이 개혁에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김정길 전 장관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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