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지난 5월 20일 부산일보에 해운대의 108층 관광리조트를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그것도 2개나 실렸는데 해운대를 망칠까 '두렵다'거나 108층을 올리는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강한 어조의 비판들이었다. 

그간 부산의 지역 신문들은 시민단체들의 줄기찬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해운대 해변의 108층 난개발 문제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렇기에 부산일보의 이날 기사들은 108층 반대운동을 해왔던 시민단체들을 고무시켰다. 이제 지역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이 문제를 기사화하기 시작했다는 기대를 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도 있었다.  


(해운대)관광리조트가 과연 해운대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진행된 개발 사업 대부분이 경제적 이윤만을 노렸을 뿐 진정 해운대를 위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상업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세태가 '천년 절경' 해운대까지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로 마뜩잖고 두렵다. [이명관 칼럼] 해운대 개발이 마뜩잖은 이유 (5월20일)
나는 이렇게 빽빽하고도 숨막히는 마천루를 본 적이 없다. 거기에 도시계획이나 주변과의 조화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막개발'이다. 해수욕장 저쪽의 달맞이고개는 부산에서 가장 '아픈 곳'이다. 그 아름답던 곳이 무계획 난개발로 인해 다 깎여 나가고 시멘트로 덮였다. 십 년 만에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그런 달맞이고개 위에 53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아홉 개가 올라간다. 그런데 요즘 듣자 하니 해수욕장 바로 코앞엔 무려 108층짜리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다고 한다. 제 정신이 아니다. [기고] 부산은 아프다 (5월20일)


그러나 11일 뒤인 5월 31일 부산일보는 사람들의 기대를 경악으로 바꾸어버렸다. 이날 부산일보는 <해운대 중동이 뜬다>라는 기획으로 16면과 17면 2개면 전체를 108층 관광리조트를 포함한 해운대 부동산개발 관련 기사로 도배했다. 해운대 난개발을 강력하게 비판했던 11일 전 논조는 난개발을 찬양하는 논조로 확 바뀌어버렸다. 





부산일보의 5월20일과 5월 31일 두 기사를 비교하면 과연 이 기사들이 같은 신문사에서 나온 게 맞나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막개발'이라고 비판받던 해운대 난개발은 11일만에 뻬어난 입지로 치켜세워지고 무려 6개나 뽑은 이날 특집기사는 신문기사인지 건설회사의 분양광고 찌라시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


중동을 최고급 주거지로 변모시킬 최강타자는 해운대관광리조트 내 주거시설.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과 붙은 해운대관광리조트는 입지적인 측면에서 다른 어떤 곳도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여기에 초고층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중동을 최고급 주거지로 바꿀 태세다. 해운대관광리조트는 87층짜리 주거 타워동 2개(타워당 각 302가구)와 108층짜리 랜드마크 타워동(290가구) 등에 모두 894가구의 아파트를 올 하반기에 분양할 예정이다. 
[해운대 중동이 뜬다]'좌동천하' 10년 만에 마감, '중동' 신주거지로 개발 (5월31일)


부산일보 논조가 이렇게 미친듯 극과극을 오간 이유는 뭘까? 부산일보가 그동안 외면하던 해운대 이슈에 갑자기 뛰어든 이유도 궁금해진다. 부산일보의 논조가 급변한 11일 사이에 부산일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올해 해운대 108층이 이슈화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20일 위키트리의 관련 기사가 트위터에서 1300회 이상의 RT폭풍을 일으키면서부터다. 이후 해운대 108층 이슈는 경향신문과 KBS부산의 시사인 등에서 다루어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RT' 안해주시면 해운대가 죽습니다 
해운대 108층 특혜와 편법의 종결자 - kbs부산 시사인 강력 비판
“해운대가 부자 앞마당이냐” 주민들 해수욕장 주변 난개발 막기 팔 걷어 


그러자 그에 맞서 해운대 108층을 옹호하는 언론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트위터에서 이슈화 된지 10일만인 5월 1일 조선일보는 108층 관광리조트를 중심에 둔 16개의 관련 기사와 해운대 지역의 부동산 광고들로 채운 8개 지면의 해운대 특집판을 발행한다. 여기서 조선일보는 해운대 관광리조트를 '해운대 변화의 화룡점점'이라며 낯간지러운 홍보를 하는데 이 기사는 뜬금없게도 포털 다음의 메인에 걸린다. 


[세계 일류 도시 해운대] 피서철에만 반짝?… 사계절 반짝이는 '한국의 뉴욕...
해운대 108층 광고하는 조선일보 특집면 기사들


그리고 조선일보의 홍보성 기사 이후 19일만에 부산일보가 해운대 108층을 비판하는 주요 기사를 쓰게 된다. 지역 언론으로서 첫 비판적 기사라는 점에서 부산 지역의 시민단체들을 들뜨게 했던 부산일보는 앞서 밝힌 것처럼 11일만에 180도 급변해 해운대 난개발을 찬양하는 기사를 다시 쓴다.

해운대 108층 최근 이슈를 시간순으로 짚어봤다. 혹시 짚이는 데가 있는가? 나는 언론계에 있던 한 분이 해줬던 이런 얘기가 문득 떠오른다.  

"지역 언론은 언론사 아니예요. 다 장사꾼이예요"

당시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은 조금 알듯도 하다.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