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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강점은 상식이다. 경향신문 이대근의 말처럼 유시민이 결정하면 뭔가 있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던 건 유시민이 상식에 근거한 행동을 하고 상식에 머리 숙여 양해를 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해을 선거과정에서 유시민의 그런 강점은 사라졌다. 유시민이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니나 상식에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가 의심을 사고 있다.

선거에 패배할 수 있다. 단일화의 과정도 정치인으로서 그 정도 권력욕은 필요하다고 이해해줄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 유시민의 대처다. 친노의 성지 김해을 패배에 합당한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했지만 유시민은 2%라는 이중적 해석의 여지가 있는 말만 남겼다. 수도권 지역 근거지인 분당의 패배로 여권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인 것과 비교해볼 때 유시민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해을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모셔진 친노의 상징적인 지역이다. 유시민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자신을 친노의 큰 형으로 소개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국민참여당의 핵심 정체성도 친노이다. 그런 세력이 친노의 성지에서 패배함으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정당했고 그로 인해 전체 친노도 위기에 빠뜨렸다.

김해을은 또한 내년 총선 부산경남지역 야권의 교두보였다. 경남의 인구 밀집 지역이면서 부산과의 경계에 있는 김해에 기반을 확고히 한다면 내년 총선 부산경남에 야권의 지지세를 확산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거꾸로 김태호라는 여권의 유력주자를 당선시켜줌으로써 김해을이 여권 내 한 세력의 지지세를 퍼뜨려줄 수 있는 교두보가 되어버렸다.

김해을의 패배는 단순한 지역구 하나의 패배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욕보이고 부산경남지역 야권을 총체적 위기에 빠뜨린 패배이다. 김해을 선거에 나선 유시민 대표는 이 참혹한 패배에 상응한 대답을 해줄 책임이 있다. 친노의 패배와 야권 교두보 확보의 실패, 이 모든 걸 짊어진다는 각오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유시민 대표는 여기에 대한 말한 것이 없다.  

좀 더 숙고한 결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 수록 유시민 대표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상식은 타이밍이다. 상식이 강점인 유시민 대표에게 타이밍은 생명이다. 숙고한 결정으로 좀 더 나은 기회를 가진다 해도 그때문에 쌓인 의심은 유시민 대표의 정치일생 내내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항상 상식의 공간에서 다른 세력에게 상식을 주문했던 유시민 대표가 상식의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은 유시민에 대한 믿음을 급속히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일부 참여당 당원들이 김해을 패배를 민주당 탓으로 돌린다고 한다. 민주당원이 적극적으로 선거에 나서지 않은 점이 패배에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해을 승리로 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얻을 이익을 생각한다면 차마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김해을을 승리했다면 참여당이 얻을 전리품은 상상을 초월한다. 참여당이 김해을을 그렇게 고집한 이유도 그때문이었다. 그런 기회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남 탓하는 건 비상식 중에 비상식이다. 이런 사람들이 상식의 정치인 유시민을 또 망치고 있다.

유시민은 야권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지금 유시민 자신과 지지자들이 그 자산을 스스로 갉아먹는 느낌이다. 유시민이 감동을 줄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시간과 비례해 그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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