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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예절논쟁을 꺼내는 건 명분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입니다. 우위에 선 예절명분으로 토론의 내용과 상관 없이 상대를 제압하려는 것이 많은 예절논쟁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내용에 대한 적절한 반론이 수반되지 않은 예절논쟁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수많은 토론을 봐았지만 예절논쟁만으로 승복해서 물러나는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예절논쟁은 먼저 상대의 글의 핵심을 깬 후 나중에 첨부하는 것이 맞습니다. 예절논쟁부터 먼저 앞세운다는 것은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음의 반증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절논쟁 자체가 의미를 가지기 힘들지만 '닥쳐줄래'식의 도발적 글엔 더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류의 글은 이미 상대의 반발을 감수하고 쓰는 것입니다. 내가 도발한 만큼 당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거죠. 이런 글은 그 도발한 상대와의 싸움을 각오해야 합니다. 같이 링으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각오한 도발자에게 예절을 읊는 것은 싸움판에서 예절 찾는 꼴입니다. 불편하다면, 불쾌하다면 혼을 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짜로 밥을 준다고 했을 때 이미 블로거컨퍼런스 행사엔 마케팅이 전제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마케팅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하지 말란 말인가요. 전제를 벗어난 과도한 마케팅은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제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마케팅을 비판하는 것은 이미 참석할 때 인정했던 전제를 부정하는 꼴이라는 겁니다.

비판은 막 휘두르는 칼이 아닙니다. 비판하기 전에 전제와 논리를 확인하고 검토한 후 꺼내야 합니다.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비판이 반론에 의해 비판받지 않으면 논쟁은 혼란스럽고 피곤해집니다. 마케팅을 앞세우는 자본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순수성이란 명분으로 막휘두르는 블로거의 오류도 비판받아야 합니다. 같은 블로거라고 그들과 같은 입장에서고 이런 오류에 관대해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블로그근본주의라는 단어가 장황하게 설명을 나열해야 이해되는 단어는 아닙니다. 이 조어의 뜻을 왠만한 블로거라면 감잡을 수 있습니다. 정색하고 묻는 것은 그 뜻이 아니라 이 단어가 해당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일겁니다. 이 단어의 뜻을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이 단어의 의미가 아니라 비판하는 대상이 누구인가를 묻고 있는 것일겁니다.

블로그근본주의라는 조어는 어떤 부류의 모습을 포착한 것입니다. 이건 개념규정이 필요한 단어가 아니라 공감과 동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 말이 그럴듯 하고 잘 포착되었다면 회자되고 인기를 끌 것입니다. 블로그근본주의라는 글이 블로고스피어에서 관심을 끈 것으로 봤을 때 이 단어가 포착한 것이 어느 정도 성공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포착한 의미를 적잖은 사람들이 받아들였다는 말이죠.

우리가 어떤 단어를 주고 받는 것은 그 단어의 의미가 다른 어딘가에 규정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양방이 동의하고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포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토론 중에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단어의 규정을 요구해선 안되고 자신이 포착한 것을 상대의 포착과 맞추어 보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규정했다해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의미한 작업이 되니까 말입니다. 나는 모르겠다 나자빠지는 것도 토론의 예의는 아닙니다. 한 단어의 의미를 대략 포착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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