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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층 해운대관광리조트 건축심의 통과


부산 해운대 해변에 거대한 초고층 건물이 들어섭니다. 해운대 관광리조트라는 이름의 이 건물은 지난 3월 24일 심의를 통과하여 2012년 착공, 2016년 완공 예정입니다. 사업시행사인 트리플스퀘어는 이 건물을 두바이 부르즈카리파(162층), 상하이 월드 파이낸셜센터(101층) 등과 같은 부산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부산시민인 입장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더 앞섭니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지역민이 자유롭게 누려왔던 해운대가 108층 짜리 건물로 인해 그 본 모습을 잃고 여러모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먼저 해운대 해변 경관에 대한 걱정입니다. 이미 해운대 해안가엔 초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합니다. 아파트들이 해운대 경관을 막았다며 이제는 해운대가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아파트를 보는 곳이라는 원성이 자자합니다. (실제로 부산시는 동백섬의 바다 경관을 막은 아파트를 야경 경관이 좋은 장소라고 소개하는 황당한 짓을 저질러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초고층 아파트 두배나 되는 건물을 바로 해변에다 세우면 어떻게 될까요? 



사진 오른쪽 맨 아래 전망대엔 건너 바다를 막은 초고층 아파트를 야경이 좋다고 소개해놓고 있다. 사진속 가장 높은 초고층 아파트는 현재 짓고있는 50층짜리 두산위브


108층이 들어서면 그걸로 끝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해변의 다른 지역들도 형평성을 들어 관광리조트와 같은 건물의 신축을 요구할 것이고 그렇게 하나둘 초고층 건물에 해변을 내주다보면 몇십년 뒤에는 해변을 백층 짜리 건물이 모두 막아서게 될지도 모릅니다.

108층 짜리 건물이 해운대 해변에 어떤 환경 영향을 줄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해변에 저 거대한 건물이 박혀있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 없겠죠. 해변의 모래가 유실할 수도 있고 우리가 알 수 없는 환경파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108층에 상응하는 인구가 유입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혼잡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주변 도로를 확장하더라도 도 인근 지역은 교통혼잡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시간은 물론이고 그로 인한 에너지 낭비도 발생합니다. 

비용의 부담도 문제입니다. 환경파괴가 일어났을 때 복구하는 비용을 건축주가 책임질지 의문입니다. 건축주의 책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비용은 시민의 세금으로 부담하게 됩니다. 이미 주변 도로의 확장도 건축주가 아닌 시에서 부담하기로 되어있다고 합니다. 미래에 발생할 비용을 이미 시민이 부담하거나 부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해운대가 부자들의 앞마당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 해운대 해변에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주거지를 승인한 관광리조트가 완공되면 가족까지 포함해 3000여 명의 사람이 해운대 해변을 주소로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5천만의 놀이터인 해운대는 개인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우리모두 다함께 누려야할 공공의 장소에 자기 집을 만들고 그 해변을 앞마당처럼 드나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108층 건물이 들어서면 900여 가구에서 쏟아지는 조깅과 산책객들이 해운대 해변을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분명 다른 차림과 몸짓으로 오랜만에 해변을 즐기러 온 시민의 눈에 띄게 될 것이고 그런 차이가 쌓이면서 해운대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만들어 일반 시민을 내쫓게 될 것입니다. 공공의 장소인 해운대에 주거지가 만들어짐으로써 해운대는 위화감이 가득한 사적 공간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의 쫓겨남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관광리조트가 들어서면 다른 초고층 건물들도 곧 들어서게 되고 그렇게 부자들은 해변을 점령해서 해운대를 부자들의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해운대 초고층빌딩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파괴입니다. 환경파괴 경관파괴보다 더 무서운 게 인간파괴입니다. 강남은 서울 하나만으로 족합니다. 부산에도 인간을 갈라놓고 파괴하는 강남같은 공간을 또 만들게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5000만의 추억과 낭만이 있는 해운대입니다. 절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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