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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모 나랑 동갑이다. 나이뿐 아니라 그는 시대도 우리와 함께했다. 93-94년 백만장씩 팔아치우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로 나서던 때가 68년생이 대학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딘 시기였다.

노래방에서 핑계 등을 부르면서 우리는 같은 나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의 노래에 감성의 끈을 하나 더 얹었다. 경이로운 그의 목소리와 끼 넘치는 무대 매너는 우리 세대의 상징처럼 보였다.

90년대 2000년대 중반까지 가수 얘기가 나오면 우리 세대가 하는 말은 그거였다. "김건모보다 잘해?" "요즘 애들 들을 노래가 없어. 김건모가 빨리 나와서 평정해야지."

그러던 김건모였지만 시간은 어쩔 수 없었다. 내 아이폰에 저장된 유일한 김건모 노래가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미안해요'이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그의 목소리로 내 귀를 적신다.

이렇게 우리 세대의 영웅이었던 김건모가 요즘 다시 뉴스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 안타까운 사건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몇년 전 보수정당의 지지 연예인 리스트에 김건모의 이름이 올라가있는 걸 보고 실망한적 있었다. 하지만 그후에도 나는 그가 TV에 등장하면 언제나 볼륨을 올린 후 리모컨을 내려두었다. 그의 노래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나는 가수다에서 야기된 대중의 실망은 이전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것 같다. 자칫하면 김건모 가수 인생 20년을 침몰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 정도다. 

만약 김건모가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김건모와 함께한 우리 세대의 추억은 어찌될 건가.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를 보면 그래서 실망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누군가 우리의 추억을 삭제하려고 꾸민 음모는 아닐까... 

김건모의 앨범을 들쳐보았다. 기억하지 못했는데 2008년에 나온 게 마지막 음반이라고 한다. 그중 한 곡을 들어보았다.


 서울의 달



역시 김건모다. 귀를 파고든 목소리가 발끝까지 스며든다. 어느 가수를 두고 호흡까지 놓칠 수 없다고 했나. 나는 김건모 노래가 내 몸을 감싸는 것 같다. 그 선율이 내 몸이 되는 느낌이다. 

김건모는 너무나 크다. 이렇게 큰 김건모가 고작 그 순위 하나 때문에 후배들 앞에서 왜 그랬는지... 

김건모를 아직 잊을 수 없다. 친구라서 그리고 너무 커서... 김건모, 다시 사건 잘 마무리하고 쉬면서 맘 추스렸다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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