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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리비아의 카다피 군대에 대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을 외세개입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 진보진영 일부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심지어 이들은 카다피가 리비아 민중을 만명 가까이 학살했다는 것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사실로 돌려버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이런 주장엔 미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하고 있다. 학살을 막는다는 핑계로 군사적 개입을 한 미국이 향후 리비아를 자신들 입맛에 맞게 만들어 리비아 민중을 배신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그간 중동 지역에서 석유 이권을 노리고 미국이 자행한 짓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경계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전략적 우려 때문에 당장 학살당하는 리비아 민중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카다피의 총에 하루에도 수백명이 죽어가는 리비아 민중 앞에서 국제정세와 미국의 전략을 논하는 것은 어떤 면에선 잔인해 보인다.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비교했을 때 리비아에 대한 서구 세계의 대처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다. 유고슬라비아는 명백한 내전 상황임에도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었지만 리비아는 명백히 민주화 시위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궤멸되기 직전 상황에서도 아직 군사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서구세계가 리비아 민중과 유럽인의 생명 가치를 다르게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리비아에 자국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다는 것은 우려이고 지금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학살은 현실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것은 현실이고 우려는 차차 대응해야할 부분이다. 미국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외세개입을 반대하는 것은 총 한자루 들고 카다피의 폭격기에 맞서는 리비아 민중의 어깨에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을 막으라는 중책을 지우는 꼴이다. 

카다피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악랄함을 계속 떨치고 있다. 유엔의 비행금지구열 설정 이후 곧바로 휴전을 제의해 시민군과 국제사회를 안심시키는 듯 하더니 다음날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막강한 화력을 동원해 시민군이 장악한 모든 도시를 총공격하고 있다. 유엔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본격화 되기 전에 시민군을 제압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카다피의 우세한 공군력과 미사일 공격에 리비아 시민군은 궤멸직전이다. 더 두려운 것은 시민군이 패배한 후에 벌어질 학살이다. 현재도 시민을 상대로 꺼리낌없이 학살을 자행하는 카다피가 리비아를 재 장악한 후에는 어떤 짓을 벌일지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외세개입을 이유로 유엔의 개입을 반대하는 것은 거의 신앙수준이라 할 수 있다.   

민족의 가치가 있다. 진보와 보수의 가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우선시 해야할 가치는 인류의 가치다. 학살을 막는 것은 인류가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야할 가치다. 진보든 보수든 반미든 친미든 그 누구의 가치도 리비아에서 카다피에 맞서 인류의 가치를 살리는 걸 막아서면 안된다. 그걸 막는 자는 누구든 인류의 적이고 카다피의 친구고 카다피가 될 수 있는 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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