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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부시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아주 무례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그런 부시에게 무시당했다는 기분을 느꼈다.


"나(부시)는 북한 지도자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모든 합의를 준수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내 답변을 가로챘고 심지어 나를 디스맨(this man)이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하나 매우 불쾌했다. (김대중 자서전 2권 414p)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불쾌한 감정에만 머물지 않고 곧바로 이 상황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전화를 들었다.


(2001년) 3월9일 시카고에 도착했다. 그날 일정을 끝내고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집에 있었다. 내 전화에 놀란 듯했다. 나는 대통령의 아버지를 에둘러 설득했다.(김대중 자서전 2권 415P)


1년 뒤 부시 대통령이 한국을 답방하자 김대중 대통령은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를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격의 없는 텍사스식 대화를 하라고 권했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을 휴전선으로 안내해서 남과 북을 잇는 철도공사 현장을 둘러보게 하라고 조언했다. 그의 조언은 치밀했다.(김대중 자서전 2권 465P)


2월 20일 답방한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께 문제를 안겨 드릴 생각은 없으며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과격한 발언을 또 쏟아냈다.


김정일 위원장은 자기 백성을 굶주리게 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악랄한 독재자입니다. 북한에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어 체제를 붕괴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김위원장은 왜 서울 방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입니까?(김대중 자서전 2권 466P)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이번엔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이 공세적 질문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러시아를 악의 제국으로 지칭했지만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대화를 했고 데탕트를 추진했습니다. 결국 공산 체제의 변화와 냉정 종식을 이룩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전범자라고 규탄하면서도 중국을 방문하여 관계 개선과 개방 개혁을 유도했습니다. 친구와 대화는 쉽고 싫은 사람과의 대화는 어렵지만 국가를 위해 필요에 의해 대화할 때는 해야 합니다. 미국은 한국전쟁 때 공산당하고도 대화를 했습니다.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북한의 살길을 열어 주면 북한은 핵과 대량 살상 무기를 틀림없이 포기할 것입니다.(김대중 자서전 2권 466P)


이 회담의 결과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받아냈다.


부시 대통령은 회견에서 햇볕정책을 지지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으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김대중 자서전 2권 468P)


김대중 대통령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날 오후엔 그레그 전 주한대사가 제안한 철로공사현장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여주는 평화이벤트를 벌였다.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 최전장 전투 부대를 찾는 게 관행이었다. 분단과 대결의 현장을 보여주자는 구상이었다.(김대중 자서전 2권 468P)


김대통령의 노력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대통령께서 하신 얘기 오늘 낮 회견에서 써먹었습니다." 그가 비로소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2001년 워싱턴 회담 때 한국을 변방으로 나를 촌놈으로 알고 그냥 무시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김대통령을 다시 봤다. 존경한다"고 말했단다.(김대중 자서전 2권 470P)


김대중 대통령은 감동적인 마지막 일격까지 가했다. 종교 얘기를 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이휘호 여사와 같은 감리교 신자임을 알고 반가움을 표시하면서 영국에서의 감리교의 훌륭한 역할에 대해서 곁들였다.


폭동의 위기로부터 영국을 구출하여 19세기 찬란한 빅토리아 왕조 시대를 열게 만든 세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언론이고 둘째는 법원이요 셋째는 감리교였습니다... 감리교는 당시 시민들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안정을 찾아주었습니다. 당시 성공회는 왕족이나 귀족들 종교로서 사교 그룹 비슷했으나 대중들의 고통은 외면했지요. 존 웨슬리가 감리교를 창시해서 성공회가 외면한 사람들을 품어준 것입니다. 감리교는 버림받은 그들을 위로하고 보호했기 때문에 불만과 분노에 찬 그들을 위로하고 희망속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감리교가 영국 사회를 구원한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믿는 감리교가 그래서 위대합니다. 

설명을 마치자 그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그는 더욱 친밀하게 다가왔다.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을 보니 지도자의 품격과 가치가 어떻게 국가에 이바지하는지 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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