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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0월20일) 신의 아그네스를 봤습니다. 연극이라면 '신의 아그네스'를 떠올릴 정도로 들어왔던 연극입니다. 20년 전부터 그렇게 귀에 못 박히게 들었던 연극을 이제서야 본 것입니다.

듣기는 했는데 본 적이 없으니 이 연극은 항상 제게 의문이었습니다. 왜 이 연극이 그렇게 유명한 걸까? 이 연극으로 윤석화씨는 스타가 되었는데 30여 년 전 당시 TV나 영화도 아닌 연극으로 어떻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까?  




연극을 보고나니 그 의문들이 풀렸습니다. 신의 아그네스는 감동적이었습니다. 끝날 때 쯤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도 느낀 그 눈물은 깊었습니다. 폐부 깊숙이서 밀려오는 눈물에 침샘부터 압통이 느껴졌습니다. 멈추지 않는 눈물에 범벅이 되어 뛰쳐나가는 분도 보였고 앞자리의 몇 분은 연극이 끝나고도 한참동안 앉아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삭이고 있었습니다. 원작의 힘이 대단했습니다.

윤석화가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알 것 같았습니다. 윤석화가 연기한 아그네스는 강렬한 캐릭터였습니다. 세상과 고립된 채 어머니의 학대 속에서 17년을 살아온 아그네스는 분열적 자아 상태 속에서도 진실의 몸부림을 터뜨리면서 관객을 몰입시켰습니다. 아그네스는 준비된 연기자라면 관객에게 연기를 극대화시켜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30여 년 전 윤석화처럼 이날 아그네스를 연기한 김신애씨도 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신의 아그네스'엔 단 3사람만 등장합니다. 원장 수녀와 닥터 리빙스턴이 아그네스를 둘러싸고 치열한 심리전을 벌이는 연극입니다. 점점 진실이 드러나고 그 사이 몇가지 우리는 몇가지 통찰을 얻게 됩니다.  

원장 수녀와 닥터 리빙스턴이 벌이는 심리 싸움은 누가 진실이냐를 가리는 게 아니라 진실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냐는 다툼입니다. 종교는 점점 밀리고 있지만 과학은 아직 한계가 있습니다. 원장수녀와 리빙스턴, 종교와 과학 둘은 서로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진실의 소유권을 두고 싸웁니다. 누가 이길까요?  누가 진실을 가지는 게 인간에게 더 좋을까요? 아그네스의 진실은 과학이 가져야 할까요 신이 가져야 할까요? 연극 아그네스는 진실에 대해 통찰합니다. 

여성의 '생리와 임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생리와 임신은 신성시 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성에게 죄의식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아그네스는 성적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어머니에게 학대 당합니다. 그에게 생리와 임신은 축복보다 죄의식에 가깝습니다. 아그네스만 그럴까요? 보통의 여성에게도 생리와 임신은 조심스러운 것입니다. 조심스럽다는 것은 죄와 연결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그네스는 죄의식과 연결 될 수 있는 육체적 의식과 기관을 가진 존재가 여성이라는 걸 말해줍니다.




연극은 아그네스가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면서 끝납니다. 마지막에 아그네스가 부르는 노래는 정해진 게 아닙니다. 팜플렛을 보면 작가 존 필미어가 익숙한 곡은 피하라고 했으나 연출가 이성민씨가 넬라 판타지아가 아그네스의 이미지를 잘 표현했기에 고민 끝에 사용했다고 나옵니다. 최근 남자의 자격을 통해 이 노래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는데 연출가 이성민씨가 작품 계획 당시엔 이렇게 유명해질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박칼린 선생을 떠올리며 넬라판타지아 한 소절 흥얼거려 보세요. 어떻습니까. 아그네스가 보고싶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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