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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소리바다는 가입자수 2000만명이었다. 한국 인터넷 산업에서 또 하나의 뭔가가 일어서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소리바다의 성장은 거기까지였다. 이후부터 소리바다 잔혹사가 펼쳐진다. 




첫 시련은 2002년 7월에 찾아왔다. 음저협이 낸 음반복제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소리바다는 법원으로부터 서버 3대를 중지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로 서비스를 중지한 소리바다는 24일 후 서버가 없는 P2P 서비스인 소리바다2를 다시 시작했다.




그러자 권리자들은 법적 공방을 피해간 소리바다2를 고발하는 대신 이용자의 사냥에 들어갔다. 소리바다 입장에선 압박이었다. 소리바다 양정환 대표 스스로도 소리바다2는 꼼수라고 말했다. 양정환 대표는 소리바다를 권리자들과 합의한 책임있는 유통 서비스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권리자들과 계약을 체결해갔다.   




그러나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일부 권리자들이 또 소송을 걸었다. 그리고 그들의 소송이 또 받아들여져 소리바다3는 3년 뒤 다시 서비스가 중지된다. 이번에는 서비스가 시작되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분초를 다투는 인터넷에서 5개월 간 서비스 중지는 사형선고였다.




결국 소리바다는 음제협이란 단체와 총 85억원에 합의를 한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음제협과의 85억 합의문이 발표된지 한 달 만인 2006년 3월 이번에는 단체가 아닌 기업에서 소송을 걸었다. 실질적으로 SKT가 주도한 이 재판에서 소리바다는 1심 승리에도 불구하고 2심에서 다시 패했다. 이 재판엔 유령 회사의 서비스와 조사방법도 공개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필터링률 조사가 판결 근거로 쓰였다. 양정환 대표는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라고 말한다.




소리바다는 이러한 소송의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보상금으로 총 300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소리바다 양정환 대표가 가장 아쉬워 하는 건 돈이 아니다. 정말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소리바다는 마지막 소송에 패배하기 직전 삼성과 모바일 전용 음악서비스를 준비중이었다. 판결이 나고 사업이 무산된 한달 뒤 노키아에서 비슷한 컴즈위드뮤직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애플의 아이튠즈와 유럽 모바일 음악시장을 반분하고 있다.




대한민국 IT는 왜 세계적인 스타를 만들지 못할까? 그 답은 바로 소리바다 잔혹사에 있다. 이렇게 가혹한 환경에서 신생IT 기업이 어떻게 그 가능성을 펼칠 수 있을까. 소리바다가 아직 생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라고 한다.




그런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허락 없는 서비스는 불법이 아니냐고. 소리바다는 신생 벤처기업이 아니라 불법기업이라고. 소리바다의 서비스는 신기술이다보니 기존 법에서 볼 때 애매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소리바다는 이것을 산업적 합의로 풀어볼려 했다. 그러나 권리자와 관련 기업은 과거의 방식에 갖혀있거나 자신들 이익에만 몰두했다.




전축이 발명된 이후 대중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법은 계속 변했다. LP에서 카세트 테이프, CD로 왔다가 이제 MP3로 넘어왔다. 이런 변화는 편하게 좋은 음악을 소비하려는 소비자의 편의에 맞춰져있다. 그런데 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음악산업은 흐름을 거슬러 대중의 MP3 사용을 방해했다. 그로인해 이미 MP3로 넘어간 음악시장에서 과금은 발생하지 않고 CD시장은 점점 줄어들면서 음악시장이 축소된 것이다. 

음악계는 소리바다를 음악시장 축소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10여 년 간 두들겨 팼다. 만약 음악계가 소리바다 죽이기에 몰두하지 않고 소리바다와  함께 MP3 과금에 대해 고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아이튠즈와 유사한 싸이트에서 음악계는 큰 수익을 거두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휴대폰 시장엔 애플의 아이폰이 지금처럼 위세를 떨치지 못했을지도. 그러나 현실은 소리바다 두들겨 패서 얻어낸 고작 300억원 삥 뿐이다.

김태훈·양정훈의 <소리바다는 왜>는 TGIF에 포위당한 IT 한국이 가슴에 꼭 새겨두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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