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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툴일 뿐이다."
"블로그나 제로보드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단지 기능과 편의가 조금 더 낫고 덜할 뿐이다."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맞는 소리다. 블로그를 이용해 이전과 똑같이 글을 쓸 뿐인데, 게시판과 별 다를 바 없는 이 도구에 심각하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부질 없어 보일 수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블로그 논쟁도 이렇게 개인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인의 글쓰기 행위를 사회적으로 규정하고 조직화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그들이 거부감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블로그는 그저 "툴일뿐"이라고 심드렁하게 말해질만한 것은 절대 아니다. 블로그로 인해 개인매체가 급속히 확산되었고, 한 사회에 다양한 시각의 매체가 수백개에서 수백만개로 늘어나게 되었다. 블로그라는 개인브랜드의 컨텐츠 생산과 보상이 가능하게 되면서 조직이 아닌 개인의 컨텐츠 생산이 급증하게 되었다.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글쓰기의 이동이지만, 그 이동이 사회적으로는 혁명을 만들고 있다.

매체 혁명이 일어나면서 블로거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그 역할은 이제 블로그를 개인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블로그가 매체 영역에서 일익을 담당하게 되면서 블로그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요구되기 시작한다. 블로거는 이제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에 귀를 기울이고 블로거의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하는 존재이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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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세력화에 대한 거부감엔 블로거와 네티즌을 동일시하는 시각이 들어있다. 온라인상의 단순한 만남을 왜 쓸데 없이 조직화 하려고 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블로거와 네티즌은 분명히 다르다. 네티즌은 방향성과 목적성이 없는 오프라인의 대중이 그대로 온라인으로 전이된 집단이다. 그러나 블로거는 대중이 블로고스피어로 옮겨 온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모인 집단이다.

블로거의 목적은 컨텐츠 생산이다. 게시판과 기사에 댓글과 게시물을 올리는 네티즌은 소통이 우선이지만 자신의 블로그 안에 글을 모아두며 방문자를 맞는 블로거는 컨텐츠가 우선이다. 소통의 목적으로 블로깅을 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저작권으로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애드센스로 상업적 시도를 하는 현 블로고스피어의 상황을 봤을 때 그건 그들만의 얘기일뿐이다.  

목적성을 가진 집단은 반드시 장애에 부딪히게 된다. 지난 대선에서 많은 블로거들이 선거법이라는 장애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는 컨텐츠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목적성을 가지지 못한 네티즌이라면 이런 문제가 반발과 항의를 하는 정도에서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컨텐츠 생산이라는 목적을 가진 블로거에겐 이것은 극복해야할 문제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의 극복을 위해서 블로거의 조직화는 필요하다.

후쿠야마의 '트러스트'를 보면 선진국일 수록 많은 단체들이 있다고 한다. 후쿠야마는 그 사회의 단체의 숫자가 신뢰지수라고 말한다. 선진국의 많은 집단들은 사회에 다양한 시각을 생성하고 일방적 힘을 견제하면서 사회의 번영을 이끈다. 한 사회의 민주화나 자유는 지도자의 이념이나 교육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수많은 집단과 단체 속에서 그 균형을 찾아가면서 이루어 지는 것이다. 블로거라는 단체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회 다양성과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공익적인 일이기도 하다.

블로거의 조직화는 필요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질의 문제로 보인다. 블로거 조직화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블로고스피어는 조직화에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해서 이끌고 갈 자질을 아직 스스로 갖추지 못한 것같다. 이건 세력화를 시도하는 쪽에서는 반성해야할 부분이다. 반면 블로거조직화에 반대하는 쪽은 개인적 관점에만 머물지 말고 사회적으로 확대시켜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블로고스피어의 현상황과 사회적 역할을 한번쯤 들여다 보고 생각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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