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서울지역의 물난리에서 트위터가 또 한번 미디어로서의 탁월성을 입증했다. 수많은 수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현장 소식은 어느 언론도 흉내낼 수 없는 속도와 범위였다. 이렇게 되니 언론은 트위터에 올라온 소식을 따라가며 인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저작권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언론이 출처도 표기하지 않고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으로 기사를 쓰고 심지어는 사진에 자사 로고까지붙여 기사로 내보내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 언론사에 대한 고소까지 언급되면서 트위터가 한동안 컨텐츠를 도용한 언론사들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달아올랐다.

사실 트위터스피어의 격앙된 반응은 저작권 주장보다는 보수언론에 대한 반격에 무게가 더 실려있다. 보수 언론은 사용자층을 급속히 넓혀가는 트위터에 그간 적대적 태도를 보여왔다. 트위터를 음란물의 온상으로 보도하는 등 폐해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기사를 자주 쓰며 공격했다. 이랬던 보수언론이 트위터를 인용해 물난리를 보도하는데 트위터리안들이 그냥 지켜볼리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논란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이것이 법적으로 결론이 난다면 트위터 저작권의 선례가 되어 트위터 활동을 제한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보수언론의 마타도어에 대항해서 일으킨 논란이 쥐새끼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식으로 오히려 트위터를 옥죄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트위터 저작권 요구는 신중해야 한다.

추석 전날 서울 물난리에서 트위터가 대활약 할 수 있었던 것은 트윗은 공유재라는 인식 덕분이었다. 트위터리안들은 수도권 물난리 사태를 리트윗 뿐 아니라 자신의 블로그에 다른 트위터의 사진과 글을 정리해서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위키트리가 이런 소스의 정리자로서 주목을 받았는데 덕분에 트위터리안들은 사태를 더 명쾌하게 알 수 있었다. 거대 언론사인 YTN도 그날 보도는 이런 역할이었다.

이런 트위터에 만약 저작권법이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트윗은 공유재라는 인식은 분명 깨질 것이다. 법의 칼이 들어오는 순간 트위터들은 인용에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위키트리와 같은 그런 류의 컨텐츠는 시도되지 않을 것이다. 그 엄청난 양의 트윗에 저작권법이 적용되는 순간 트위터는 닫힌 공간이 되어 활력이 사라지게 된다.

트위터의 저작권에 부정적인 것은 트위터의 비전 때문만 아니다. 사실 트위터가 저작권 주장이 가능한 매체인가 하는 의심도 있다. 140자만 허용되는 트위터는 완결성 있는 컨텐츠를 담기 어렵다. 순간 떠오른 생각이나 짧은 사실 전달에 진지하게 저작권을요구한다면 세상은 아주 복잡하고 피곤해질 것이다.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저작권은 어느 정도 형식과 맥락을 갖출 때 인정되야 한다.

태생적으로도 트위터는 저작권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다른 트위터의 글을 인용하는 '리트윗(RT)' 자체가 트윗을 공유재를 전제하면서 저작권과 대립한다. 만약 트위터에서 저작권 주장이 용인된다면 트위터의 리트윗 시스템 자체가 무력화 되어 트위터는 트위터가 아닌게 되어버릴지 모른다.

이쯤되면 트위터에서 저작권이 거의 떨어져 나가지 않았을까. 그러나 정말 중요한 하나가 남았는데 바로 사진이다. 원래 사진은 트위터의 기본 요소가 아니지만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와 결합하면서 중요해졌다. 이번 물난리사태에서도 언론이 원한 것은 현장 사진이었다. 사진을 빼놓는다면 트위터 공유의 논의는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이미 하나의 컨텐츠로 인정받고 있는 사진에서 저작권을 떨쳐내는 것이 가능할까?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사진과 동영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앞으로 지금보다 수백배의 사진이 생산되고 그것들은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다. 양과 시간의 변화는 사진에 질적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사진은 전문가의 노동이 들어간 작품이 아니라 일상의 흔적이나 조크 정도의 가치가 될 것이다. 사진은 공기와 물처럼 누구나 생산하는 공유재가 되는 것이다.

컨텐츠가 소량 생산되던 시대에 저작권은 컨텐츠 생산에 자극을 주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무한한 컨텐츠가 생산되는 시대에 저작권은 신경만 쓰이는 장애 요소다. 상품이 아닌 생태계를 구축해서 이익을 얻는 시대다. 컨텐츠 저작권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은 점점 힘들어지고 컨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자가 승자가 될 것이다. 무한 컨텐츠와 생태 경제의 시대에 생산과 유통을 방해하는 저작권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시대를 반발 앞서 트위터를 저작권프리지대로 선포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