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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팜아트입니다. 논에 글자를 새기는데 익어가면서 형상이 더 뚜렸해진다고 합니다. 

이 팜아트는 새겨진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부산시에서 만든 겁니다. 부산시에서 논에 글자를 새긴다니 좀 생소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부산에도 3만여 명의 농민이 있고 그 농민들이 경작하는 논과 밭이 있습니다. 

부산시는 다음달 벼 수확기를 맞아 이 논에 시민들을 초청하여 팜아트 들판축제를 벌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도시인 부산에서 얼마 되지 않는 농민들이 이렇게 존중받고 대우받는 걸 보니 흐믓합니다. 






그러나 팜아트가 펼쳐지는 대저농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낙동강의 삼락둔치에선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농업축제가 벌어지는 대저농지와 달리 삼락의 농지에선 농업소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산시가 4대강 공사에서 나오는 모래를 여기 쌓으려 하면서 이곳 농민들은 쫒겨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삼락둔치의 농민들은 이곳에서 수십년 간 농사를 하면서 부산시민에게 싱싱하고 저렴한 채소를 공급했습니다. 이 땅엔 그들의 수십년 땀과 눈물이 베여 있습니다. 종이 문서만 가지지 않았을 뿐 이 땅의 진짜 주인은 바로 삼락농민들입니다. 부산시가 낙동강 둔치 환경정비 사업을 하면서 이 곳 농민들에게 당대 농업을 허락했던 것도 인간의 노동이 이룬 땅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서 이렇게 수십년 농사를 지어 뒤에 보이는 강 너머 부산시민을 먹였는데 이 땅이 이 분들 땅이 아니라면 누구의 땅입니까. 부산시가 이 땅의 주인입니까. 이 땅은 시민의 재산이고 주인은 삼락농민입니다. 시민의 재산인 이 땅을 삼락의 농민들이 주인되어 경작하는 걸 도와주는 게 바로 부산시의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부산시는 시민의 재산을 황폐화 시키고 그 주인을 내쫓고 있습니다.




곧 이 땅의 주인인 농민들은 사라질지 모릅니다. 농작물도 농기계도 볼 수 없을 겁니다. 시민의 재산인 삼락농지는 모래산이 쌓인 흉칙한 모습으로 변할 겁니다. 이렇게 농업을 죽이고 농민을 쫓아내는 부산시가 다른 곳에선 축제를 벌인다고 하니 그 이중적 태도에 역겹지 않을 수 없습니다. 

농업을 파괴하는 부산시는 팜아트 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논에 새겨진 I LOVE BUSAN을 지우십시오. 그걸 보는 삼락농민의 눈엔 피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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