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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반칙을 보고 이렇게 분노하기는 처음이다. 

수아레스의 손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결정적인 핸드볼 반칙이다. 연장 후반 15분을 막 넘어 휘슬이 울리기 직전이었다. 여기서 한골이 터지면 그 즉시 4강이다. 가나의 도미니크의 슛이 골키퍼도 없는 우루과이 문전에 그대로 향했다. 의심의 여지없는 확실한 골이었다. 그 순간 수아레스의 손이 그 슛을 강하게 밀어냈다.

수아레스의 반칙은 본능이 아니다. 축구본능은 손이 아닌 발과 머리다. 우리가 저런 상황에서 흔히 보는 장면은 선수가 있는 힘을 다해 공의 궤적 가까이에 머리를 들이미는 장면이다. 수아레스는 한 손도 아니고 두 손으로 마치 배구선수가 블로킹 하듯 손으로 공을 힘차게 내쳤다. 그 공이 우루과이의 4강 탈락 골이라는 걸 알고 작정한 짓이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수아레스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골을 죽였다. 90분 간의 피말리는 승부에 다시 30분 간의 사투를 더해 막 태어나려던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이번 월드컵 최고 감동의 골이 수아레스가 머리위로 뻗은 손바닥에 막혀 떨어져 죽고 말았다. 수십억 축구팬들이 앞으로 수십년은 향유할 그 아름다운 골을 수아레스가 빼앗아간 것이다. 120분 간의 이야기 끝에 마지막에 등장하는 감동적 드라마의 주인공이 어이없게도 살해당했다. 그 순간 명승부의 감동에 환호하며 뻗었던 손은 내려지고 팬들은 대신 축구에 대한 저주를 퍼붓고 말았다. 

우리의 월드컵을 수아레스의 손은 그들의 월드컵으로 만들었다. 세상은 아름다운 골 대신 수아레스의 손을 얘기하게 되었다. 월드컵은 수아레스의 손에 막힌 가나의 골을 슬퍼하는 자들의 것이 아니라 가나의 도미니크 골을 막은 수아레스의 손을 낄낄때며 기억하는 그들의 것이다. 수아레스는 극적인 승부와 아름다운 골 대신에 '봐라 저렇게 나라를 구했다'라는 더러운 교훈을 남겼다.




그런데 대한민국 언론이 가나와 우루과이전 경기 기사엔 아름다운 골이 막힌 것에 대한 분노는 없다. 오히려 수아레스가 손으로 막은 상황을 재밌다고 즐기고 있다. 수아레스를 영웅시 하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더러운 교훈은 여기서 그쳐야 한다. 후속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선수들은 수아레스를 배우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아름다운 골들이 살해당하면서 우리는 축구를 통해 희망이 아닌 좌절을 배우게 될 것이다. 가나의 도미티크의 골이 수아레스와 같은 더러운 손에 의해 더 이상 희생되어선 안된다. 

수아레스의 반칙은 게임의 일부가 아니라 게임의 전부이다. 오심이 아닌 오류이다. 수아레스의 반칙은 '오심도 게임의 일부라는 말'과도 맞지 않는 다른 상황이다. 축구의 규칙이 예상하지 못했던 오류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그때문에 명백히 4강에 올라가선 안될 팀이 올라갔다. 해당 승부는 어쩔 수 없지만 다음 게임에서 이런 오류는 바로 잡혀야  한다. 

선수는 비열한 반칙으로 축구의 재미와 감동을 팬에게서 뺐어선 안된다. 이게 축구에서 가장 우선되는 원칙일 것이다. 반칙으로 퇴장 당하고 페널티킥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런 상대적 어드벤티지는 심판이 해줄 수 있는 게임의 보완일 뿐이다. 좀 더 완전한 게임은 수아레스가 그 공을 손으로 안건드리는 것이다. 수아레스의 반칙은 그런 상황에서 게임의 보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수아레스가 영웅대접 받는 꼴을 막기위해서도 규칙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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