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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의장이 국회의장에 취임한 후 한 라디오와 시사프로그램과 가진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다. 사회자가 박희태 의장에게 국회를 어떻게 운영할 거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박 의장은 별 고민 없이 '법대로'라고 답했다. 성의 없는 대답에 만족하지 못한  사회자가 다른 방식으로 유사한 질문을 몇번 더 던졌는데 박 의장의 답은 그때마다 '법대로'였다. 나중에 사회자가 포기한 듯 허탈하게 웃으면서 '알겠습니다'하고 끝을 맺고 말았다. 


사실 '법대로'라는 말은 한 단체의 수장이 꺼낼 말이 아니다. 단체를 이끌어보겠다고 한다면 구성원의 갈등을 조정하고 단체의 비전을 제시하는 나름의 운영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 운영원칙이 '법대로' 일 수는 없다. 법대로 단체를 운영할 거라면 법 적용을 도와주는 사무원을 두고 때로 경찰을 동원하면 되는데 대표를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법대로' 라는 말은 국회에 의장이 없는 걸로 생각해달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국회같은 공론의 장에서 '법대로'를 외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국회의원은 법을 잘 만들고 잘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 법을 기계적인 법의 잣대로 만들 수는 없다. 법은 공론의 장에서 신중하고 깊이있는 논의를 거쳐서 만들어져야한다. 법을 법대로 만들겠다면 논의는 쓸모 없는 것이 되고 국회는 공론의 장이 아니라 대결의 장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국회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표대결을 위해서 따로 국회의원을 둘 필요는 없다.

 
취임초부터 '법대로'를 외치며 대표로서의 자격없음과 공론의 장인 국회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준 박희태 국회의장이 최근 그 법대로를 실제 실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법대로'를 보여줄 첫 사안은 세종시 수정안 처리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지난 22일 상임위에서 부결되었다. 그러나 친이계 의원들이 한번 좌절된 세종시 수정안을 다시 의원 30명의 서명을 받아 본회의에 부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본회의 표결을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박희태 국회의장은 법대로라고 대답하고 있다.  




법대로 한다면 박희태 국회의장은 세종시 수정안을 직권상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이 법을 만들 때 재임했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이만섭 국회의장이 23일 라디오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밝힌 바에 의하면 국회법 87조는 상임위 중심으로 하기로 국회법을 만든 후 넣어둔 예외조항이라고 한다. 본회의에 회부하면 통과가 확실한 해외파병 등 국제적 주요 안건으로 상임위에서 처리하지 않은 경우에 대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법의 입법취지를 생각해보면 상임위에서 이미 부결되었고 본회의에서도 부결이 확실한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 표결에 올리는 건 법조문대로지 법대로는 아니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법대로가 그래도 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적용하는 법대로인지 아니면 법조문 글자 그대로 불러주는 '법조문대로'인지 두고보자. 만약 후자라면 박희태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가장 치졸하고 무식한 국회의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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