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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8일 저녁 7시 부산대학교에 있는 효원낙지불고기집 2층입니다. 

6.2 선거가 끝나고 김정길 전 장관이 카페와 홈페이지에 벙개를 때렸는데 그에 호응해 2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20대 대학생부터 50대 주부까지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의 시민이 김정길 전 장관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여자분들이 남자보다 좀 더 많이 왔는데 정치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정치인과의 만남에 부산시민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까 걱정스러웠습니다. 수도권의 정치인들도 벙개 공지로 시민들을 십수명을 모으는 게 쉽지 않습니다. 부산은 더 어렵지않을까 생각하며 10 명 넘는 정도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그 두 배가 넘는 분들이 오신 겁니다. 모임 중에도 참석장소를 묻는 전화가 계속 걸려왔고 중간에도 여러 사람이 합류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보름만에 보는 김정길 전 장관의 얼굴은 좋아보였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의 등장에 한 분이 던진 첫 마디도 "장관님 얼굴 좋아지셨네요"였습니다. 힘들었던 선거유세의 피로도 털어내며 선거 이후를 잘 마무리하고 계신 거 같았습니다. 

티셔츠에 하얀 면바지를 입은 김정길 전 장관의 패션도 인사말에 올랐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즉시 답했습니다. "난 캐주얼 차림을 좋아해요. 아마 시장에 됐어도 이렇게 입고 일했을 거 같은데요" 인터뷰와 선거취재로 김정길 전 장관을 여러번 봤는데 노무현 대통령 묘역 참배할 때 말고는 항상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었습니다. 선거유세도 산뜻한 캐주얼 차림이었습니다. 




역시 가장 큰 관심사는 선거였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은 처음 출마를 결심했을 때 최악의 경우에 40% 이상은 넘겨야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뛰다보니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번에는 되야한다며 손 잡아주고 유세연설이 끝나면 여기저기 박수도 나왔습니다. 그간의 선거에서 느껴보지 못한 온기였습니다.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낙선은 생각도 안하고 뛰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투표일이 코 앞에 다가오니 판세를 좀 더 냉정하게 볼 수 있게 되더랍니다. 투표 전날 저녁엔 어느 정도 마음도 비우고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먼저 받아본 방송국 출구조사는 43%였습니다. 담담하게 받아들고 개표방송을 지켜봤습니다. 5개 투표구에선 김정길 전 장관이 이겼습니다. 중구 동구 서구 등에서 많이 졌는데 거기엔 기초단체장과 시구의원 야당 후보들이 전무한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김정길 전 장관은 자신을 공군에 비유하면서 육군인 기초단체장과 시구의원 후보들이 있었다면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거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낙선했는데도 축하는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출구조사 결과가 알려지고나서 온 전화들이 대부분 위로가 아닌 부산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는 축하전화였습니다. 서울에서도 택시기사에게 부산에서 표 많이 받았다는 인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떨어져 쓰린 가슴에 축하를 받으니 좀 벙벙한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부산시장 출마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처음 김정길 전 장관은 송기인 신부와 함께 문재인씨를 설득하러 다녔다고 합니다. 알려진 것처럼 문재인씨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버텼고 나중에 김정길 전 장관이 역으로 설득당하고 말았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은 사모님도 설득해야 했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은 사모님과 함께 귀농을 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밀양에 땅도 사두었는데 갑자기 부부의 계획이 바뀌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설득하는 도중에 출마가 기사화되어 사모님의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은 며칠 동안 집에 못들어가고 사모님 분이 삭히기를 기다리셨다고 합니다. 




요즘 부산정가는 무상급식이 이슈입니다. 교육감은 2012년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려고 하지만 허남식 부산시장 당선자는 부정적입니다. 이에 대해 김정길 전 장관은 8조 가까운 예산을 쓰는 부산시에게 무상급식은 의지의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아이들 뿐 아니라 몇십억원 수준인 경노당 무상급식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140억이면 대학생 등록금 이자가 해결된다고 합니다. 3억만 있으면 돈 없는 사람 의료보험을 해결할 수 있는데 이 돈은 허남식 시장이 쓰는 판공비 1/3 수준이라고 합니다. 허남식 시장은 예전에 안쓰던 공관을 슬그머니 쓰고 있는데 이 돈을 아껴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김정길 전 장관은 골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주었습니다. 대한체육회 회장 시절 sbs골프 채널에서 명사의 골프 프로그램에 김정길 전 장관을 초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정길 전 장관은 골프를 전혀 칠줄 모릅니다. 그래서 김정길 전 장관이 담당자에게 "골프 내같이 치면 안된다로 만들면 몰라도" 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2시간의 만남을 마치고 식당 앞에서 포토타임을 가졌습니다. 모두 한번씩 찍고 포즈따라 또 찍고 해서 20분 동안 김정길 전 장관과 함께 부산대 앞 거리에서 카메라 놀이를 했습니다.  




그냥 가긴 아쉬워 참석자들은 근처 노래방에 다시 모였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은 나훈아의 영영을 불렀는데 이날 최고점수인 백점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김정길 전 장관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거는 잘 안나오고 노래방 점수만 잘 나오네." 다들 뒤로 쓰러졌습니다.

대여섯 곡이 불려진 후 한 분이 노무현 대통령 추모곡으로 쓰였던 이승철의 그런사람 없습니다를 불렀습니다. 노래를 따라부르고나니 다들 예전부터 만났던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같은 생각을 공유하니 편안했습니다. 나도 어색한 기운을 떨쳐내고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기분좋게 불렀습니다.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앞선 모임이 끝날 때 마지막으로 일어나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은 부산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에도 참여했고 87항쟁 때도 부산의 야당 국회의원이었습니다. 부산민주주의의 역사와 함께 한 김정길 전 장관과 함께 부산의 민주주의를 걸어보면 어떻냐는 제안했습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음엔 김정길 전 장관을 길 위에서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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