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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피를 말리는 승부였다. 초반부터 한명숙 후보와 오세훈 후보는 몇천표 차이의 초박빙을 유지하며 개표방송을 보는 유권자들이 TV앞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앞선 한명숙 후보는 몇천표 차에서 더 이상 도망가지 못했고 오세훈 후보도 그 몇천표를 따라잡지 못했다. 평행선을 그리던 승부는 다음날 새벽 5시 쯤 순위가 뒤바뀌더니 결국 최종결과 오세훈 후보가 득표율 0.6%의 아주 근소한 2만표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선거 직전의 여론조사는 한명숙 후보가 15%-20% 차이로 뒤지는 걸로 나왔다. 많은 곳은 30%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다들 오세훈 후보의 손쉬운 승리를 점졌다. 이렇게 피를 말리는 0.6%차의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한명숙 후보는 졌으면서 이겼다고 볼 수 있다. 현직 프리미엄에다 북풍의 지원까지 받고 있는 오세훈 후보에게 20% 뒤진다는 예측을 극복하고 승부를 거의 무승부까지 끌어올린 서울시장에 당선되지 못했지만 승부에서는 여당을 패닉상황으로 몰아넣은 한명숙 후보의 실질적인 승리이다.

유시민 후보와 비교해 볼 때 한명숙 후보의 승리는 더욱 두드러진다. 다들 한명숙보다는 유시민이 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유시민은 김문수에게 5%차이로 패배했고 한명숙은 아슬아슬한 0.6%차이의 패배였다. 한명숙이 유시민보다 더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 것이다. 

만약 한명숙 후보의 승부가 없었다면 유시민 후보의 5%차이 패배는 박수받았을 것이다. 정권의 총력적인 선거지원과 현직 프리미엄에 맞서 15% 차이를 극복하고 놀라운 선전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도 있었다. 그러나 한명숙 후보의 초박빙 승부가 비교되면서 오히려 유시민의 패인을 찾는 분석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한명숙 후보는 6.2지방선거에서 온화한 자신의 이미지가 얼마나 대중흡입력이 있는지를 증명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한명숙 후보의 상대를 날카롭게 공격하는 토론능력과 달변을 기대하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온화하고 당당한 자신만의 이미지로 선거를 치른 한명숙의 전략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방선거의 명승부는 한명숙의 대선지지율에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명숙 후보가 6.2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극적인 승부는 유권자들의 인상에 깊이 각인되었다. 선거 전 한명숙 후보의 대선 지지율은 10% 중반대였는데 다시 조사한다면 아마 20% 선에 육박하는 조사가 나지지도 모른다. 그의 강한 대중 흡입력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에 오른 지지율은 왠만해선 빠지지 않는 고정지지율로 전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상치 못한 치열한 초박빙 승부 후에 패배라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대선주자 한명숙에겐 그야말로 더 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한명숙은 유권자에게 깊고 강한 인상을 남겼고 유시민과의 비교에서 강한 흡입력도 확인시켜주었다. 한명숙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서울시장 선거전의 아슬아슬한 결과는 서울시장에 그쳤을 한명숙을 대권에 도전하는 자리에까지 올려놓고 말았다. 민주진영으로서도 박근혜에 맞설만한 지지율을 가진 차기 주자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서울시장 선거전 결과는 전화위복이다. 

대권 도전을 제약하는 서울시장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승부만 이긴 한명숙이 이번 6.2지방선거의 가장 큰 승리자일지 모르겠다.




6.2지방선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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