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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는 원래 야권이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선에서 패배를 맛본 야권지지자들은 절치부심하여 결집하게 되지만 승리한 여권지지자들은 느슨해진다. 정권심판이 주 이슈가 되는 지방선거도 야권을 돕는다.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은 여권지지자들의 결집을 부추기고 야권지지자들은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지방선거 여당 필패론은 이미 지나간 많은 선거에서 검증된 구조이다. 이 구조를 어느 정권도 피해가진 못했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 직전 조사에서 2% 차이로 앞섰던 김민석도 이명박 현 대통령에게 결국 10% 차이로 패하는 결과를 보여주면서 지방선거의 여당필패 구조가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선거 여론조사가 현재까지는 여당필패의 지방선거 구조를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가 10일도 안남은 상황에서 야권 후보들은 예상 외로 고전을 하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 수록 여야의 격차가 좁혀지는 게 지금까지의 선거 패턴인데 이번 선거는 오히려 여야의 차이가 더 벌어지거나 야권이 정체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20년 간 이어져온 구조를 배반하는 여론조사현상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가장 먼저 얘기되는 것은 천안함으로 인한 북풍이다. 북풍이 보수적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남북 간 대결 상황에서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중간 성향의 유권자들 여론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의 영향아래 놓인 언론들이 정권비판적인 이슈보다 야당에 불리한 이슈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천안함을 언론은 두달 이상 주요 뉴스로 장식하면서 다른 이슈를 묻어버렸다.  

그중에서도 야권으로부터 가장 많은 의심을 사는 것은 바로 이런 현상을 만든 여론조사이다. 선거가 가까워질 수록 여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압도해가는 결과는 사실 우리가 알고있는 선거상식에 비추어 볼 때 의문을 제기할만 하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조사결과의 차이가 너무나 커서 유권자들이 신뢰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여기에 숨은표가 10%라니까 그 이상 벌리려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덧붙여지면 여론조사 음모론도 만들어진다.  


야권의 여론조사 신뢰도에 대한 문제제기는 근거도 다분히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ARS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쓴 칼럼을 보면 정부가 유리하게 나오고 있는 전화면접조사의 경우 지난 선거 때 ARS응답에 비해 유권자의 본심을 제대로 찝어내지 못한다고 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응답을 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유권자들이 전화면접에서 본심을 속이는 게 그 이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총선에서 ARS응답 조사를 한 SBS가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KBS와 MBC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민주정권 10년 동안 현 정권의 지지자들은 선거 때면 바빴다. 서울이며 어디며 흩어져 사는 친척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서 2번 찍으라는 부탁을 하느라 전화통은 쉴새가 없었다. 영남 지역에서는 마주치는 동네사람들과 2번하면서 인사를 했고 모르는 사람도 브이자를 그리며 웃고 지나쳤다. 그때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분위기에서 선거에 대한 얘기도 꺼낼 수 없었고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거결과는 민주정권 패배였고 당시 야당지지자들은 선거가 끝나는 날이면 축배를 들었다.

지금은 그 상황이 뒤바뀌었다. 야권 지지자들은 이대로 가면 민주주의가 죽는다며 친척과 지인들에게 전화통 앞에서 절규하고 있다. 야권의 지지자들은 인터넷에서 또는 오프 모임에서 만나 반MB를 외치고 지지 정치인을 연호한다. 반대로 여권 지지자들은 이런 야권지지자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선거 얘기를 쉽게 입밖에 꺼내지 못한다. 그 결과 지난 재보선에서 여당을 참패했다. 

지방선거는 바로 이런 구조에서 치러진다. 구조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는데 여론조사 현상만 달라진 것이다. 과연 북풍이 지방선거의 구조를 흔들어 놓은 걸까? 정부에 영향받는 언론이 20년 간 이어져오고 몇달 전 재보선까지도 드러난 구조를 드디어 바꾼 걸까? 

정권이 바뀌었다고 민심의 구조가 쉽게 바뀐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민심의 관성은 북풍같은 바람이나 언론의 포장으로 흔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찌한 것처럼 보이게는 할 수 있지만 그 무거운 실체를 옮기지는 못한다.  

지방선거의 여당 필패의 구조 속에 야권단일화라는 유리한 요소까지 야권은 만들었다. 확실히 결집하는 표를 모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지방선거의 구조 속에서 더 잘 할 것도 없이 바뀐 역할만 충실히 수행해도 패배할 가능성은 낮다. 북풍이나 언론장악으로 나타나는 불리한 여론조사 현상에 혹시 질까 하는 두려움을 표출하지 말고 자신의 게임을 할 필요가 있다. 

야권과 민주시민들은 현상을 보지말고 구조를 보아야 한다. 답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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