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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연극집이라고하니 좀 이상하나요. 
술집이 연상되서겠죠. 어때요 뭐 단골술집 가듯 연극도 그렇게 자주 가면 좋잖아요. 
술집같은 그런 분위기의 유쾌한 연극도 괜찮고요.

그렇다고 제가 연극 매니아는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첫경험을 한 후 다시 본 게 작년 말이었습니다. 그 주제에 무슨 '단골' 운운하냐고요. 이 연극집(?)과 궁합이 좀 맞았나봐요. 이후 내리 세번 쭉 보러갔습니다. 그래서 혼잣말로 그랬습니댜. 여기가 내 단골연극집인가.  




이 연극집이 맘에 들었던 것 중 하나가 편안한 공간입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연극이 시작하기 한 시간 전에 도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부산의 도심지 남포동에선 최고층인 6층에서 친구와 두러두런 이야기 나누다 간혹 남포동 야경을 내다보면서 연극을 기다리는 건 뭔가 도취감을 주기에 충분하죠.




연극은 오후 8시입니다. 은은한 커피로 속을 축이면서 연극감상을 위한 감성을 최대치로 높여놓고. 빵을 곁들여 가벼운 저녁을 하는 것도 괜찮겠죠.  




실내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습니다. 야경을 내다봐도 좋고, 책을 봐도 좋고, 기타를 만져봐도 좋고. 




극단과 관련된 전시물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연극 시작 시간이 다 되고. 




관계자가 연극시작을 알립니다. 공연장입구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여성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참고하시고.  




배우들이 나오기 직전입니다. 준비된 무대를 은은한 조명이 밝히고 있습니다. 연극 제목은 "미누, 시즈위벤지를 만나다" 입니다. 어떤 얘기가 저 공간에서 펼쳐질까요.




작년말 고등학교 때 본 어렴풋한 기억으로 연극을 봤을 땐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몰랐습니다. 실제 사람이 바로 앞 몇 미터에서 연기를 하는 걸 보는 경험은 영화나 TV와 완전 달랐습니다. 연기에 보이는 나의 반응이 그들에게 즉각 보여진다고 생각하니 어색했습니다. 바로 앞에 존재하며 나의 감상에 개입하는 연기자들이 불편했습니다. 세번째 보니 이제는 연극보기가 좀 편안해진 것 같았습니다. 연극은 연기자 뿐 아니라 관객도 훈련이 필요한 거구나 그래서 연극의 3대 요소 중 하나가 관객이었던 거였던 거였구나 하고 바보 도 트는 혼잣말을 했었습니다. 

사진사로 나온 이현식(서씨 아저씨, 중간)를 사람들이 좋아하더군요. 노인 연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정말 노인의 표정과 행동 포인트를 잘 살린 편안한 연기에 빨려들게됩니다. 그런데 실제 만나보면 생각보다 젊어 다들 놀래기도 합니다. 오른쪽 옆에 미누로 나온 이도현씨는 지난번 작품 "우리시대의 삽화"에서 혼자 초반 몇분간을 혼자 연기했었는데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흡입력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공연한 "미누, 시즈위벤지를 만나다"는 남아공의 "시즈위밴지는 죽었다" 원작을 각색한 작픔입니다. 원작을 액자에 넣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추방당한 네팔 노동자 미누씨가 연극 시즈위벤지를 관람하는 걸로 재구성된 작품입니다.
 
미누가 동네 사진사와 연극을 보러가면서 시즈위밴지는 죽었다가 도입됩니다. 남아공의 흑인 노동자 시즈위밴지가 자신의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내용의 연극이 끝날 때 쯤 관객들의 훌쩍거림이 들렸습니다. 이어 시즈위밴지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추방되는 네팔노동자미누의 현실과 겹쳐집니다. 이땅에서 70년대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가 이루어지고있다는 연극의 외침은 이렇게 해서 설득력을 얻게 됩니다. 

연극은 수, 목, 금 오후 8시 공연이며 5월 15일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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