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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한국 정치생태계를 위해 야권연대에 나서라




연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야권에 대해 백 낙청 교수가 일갈을 했다. 특히 백 교수는 민주당의 책임을 강조했다. 연합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말까지 했다. 

백 교수는 야권연대 없이는 승리전망이 없다는 생각이다. 백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이 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난 뒤, 나는 한국에서 영미 같은 양당정치는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과연 한국에서 진보개혁세력이 한 개의 정당으로 뭉쳐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뚫는 게 가능할까. 막연한 느낌이지만 연립정부가 아니고선 불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연합정치가 중요하다. 이게 없으면 올해 지방선거에서 다소 재미를 보더라도 2012년 총선·대선 다 무망한 것이다."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야권 전체가 백 교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한다는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야권연대 성사가 불투명한 이 시점에서 백 교수가 시의적절한 말씀을 하셨다. 백 교수의 일갈이 야권연대 성사의 채찔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 교수의 시원한 일갈에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백 교수는 이 시대에 야권연대가 절실한 이유로 한국에서'양당체제의 도입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들고 있다. 백 교수의 야권연대라는 판단은 공유하지만 그 근거가 되는 분석은 좀 찜찜하다. 미국과 같은 정치시스템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방편으로 연대해야한다는 백 교수의 분석은 한국정치 후진론을 연상시킨다. 양당체제를 우리가 추구해야할 정치시스템의 하나로 전제하면서 진보정당들을 그런 안정적 정치시스템 구축의 훼방자로 비치게 한 것도 문제다. 

백 교수가 다른 당에겐 서운하게 들릴 이런 말씀을 하신 배경은 이해할만하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에게 역사의 죄인이 될 각오를 하라는 호통까지 친 백 교수가 민주당의 책임을 더 강조하기 위해 민주당의 전제를 바탕으로 비판을 도출해냈을 것이다. 양당체제를 꿈꾸는 민주당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비판을 구성한 것이다. 

사실 민주당이 전제하고 있는 양당체제는 이 나라 정치의 전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한국민에게 여당은 한나라당이고 야당은 민주당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렇게 양당체제가 한국 정치의 전제가 된 데엔 미국의 영향이 클 것이다. 미군정을 경험한 한국으로선 세계최강대국 미국의 정치시스템을 선진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추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치가 추구해야할 대상으로 봤던 미국의 양당체제가 그리 안정적인 정치시스템은 아닌 것 같다. 미국 양당체제의 불안정함은 최근 의료보험개혁입법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의료보험법안 통과 과정에서 보수세력은 오바마 정부에 대해 극단적 대결로 맞섰고 통과되자마자 법의 폐기를 다짐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극단적 대결정치가 우리의 미래가 되어선 좀 곤란한 것 같다.

미국과 같은 철저한 양당체제에선 극단적 대립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양당체제에선 서로 대결하는 2개 정당만이 정치에 의제를 공급한다. 이렇게 되니 항상 의제에 대해 흑백대결의 구도가 형성된다. 양당의 대결구도를 제어할 정치세력이 없어 대결은 좀처럼 진정되지 못하고 속된 말로 갈데까지 가보는 것이다. 

무상급식이 선거 이슈가 되는 과정을 보면 한국정치가 미국정치보다는 훨씬 건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상급식은 진보정당들이 내걸었던 공약이었다. 이 공약을 김상곤 경기 교육감이 받아 전면 이슈화 시켰다. 만약 진보정당에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공급받지 못했다면 무상급식은 선거이슈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올해 간신히 의료보험개혁법안을 통과시킨 미국을 봐도 그걸 잘 알 수 있다. 만약 미국에 진보적 의제를 공급하는 진보정당이 존재했다면 의료보험개혁이 100년까지 걸리진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양당체제가 굳어지면 어떻게 될까?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빨갱이 논란이 여전한 것에서 알 수 있든 아마 좌파논란은 한국정치의 중심에서 더 확고히 자리를 잡을 것이다. 한국정치에는 빨갱이 누명 씌우는 정당과 빨갱이 누명 안쓸려는 두 개의 정당만 남게 될 것이다. 이런 극단적 대결의 양당체제에선 다양한 정치의제가 공급되지 못한다. 정치의제 시장이 독점되면 국민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양당체제보다는 여러 소수정당이 살아남는 다당체제가 더 민주적인 정치시스템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면 민주당에겐 양당체제의 한 축으로서가 아닌 다른 책임의식이 요구되어져야 한다. 반쪽을 대표하여 링에 오르는 파이터의 책임의식이 아니라 유력한 정당으로서 한국정치판의 중심에 서는 더 큰 역할이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IT업계의 생태계를 창조한 것처럼 것처럼 민주당은 한국정치에 자신들을 중심으로한 정치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야권 연대 없이 선거를 치러도 민주당이 손해볼 것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여당과 청와대의 독주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결국은 유력한 대항 정당인 민주당에 표를 몰아줄 것이고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연대 없이도 혼자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도 일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승리는 항상 지역적, 정치정서적 한계로 제한적이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민주당이 연대 없이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민주당은 양당체제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허약한 야당으로 인한 일당 체제의 고착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양당체제는 추구할 정치시스템도 아니고 민주당 입장에서 유리한 시스템도 아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민주당 자신들을 위해서도 정치생태계는 더 다양해져야 한다. 민주당이 연대에 적극 나서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대하지 않으면 6.2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정치생태계는 활기를 잃어 한국의 민주주의를 축소시키고 민주당도 선거에서의 가능성도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애플이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어 성공하자 삼성전자와 한국의 이동통신사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생태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면 지역주의의 벽은 무너지고 지역에서도 다양한 정치생태계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유력한 정당의 약한 한 쪽이 되기보다 생태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자질과 철학을 가져야할 것이다. 그게 민주당이 한국 정치에서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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