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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남해안은 한중일 삼국의 격전지였다. 동북아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일본과 그것을 막으려는 한중 간의 전쟁은 남해에서 결판났다. 일본은 육지에서 평양까지 올라갔지만 조선과 중국의 해군이 주둔한 남해안은 차지하지 못했다. 이순신의 조선 해군이 감히 일본군이 남해안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결국 남해안을 장악하지 못한 일본은 7년 뒤 동북아 패권의 꿈을 접고 조선을 떠나야만 했다. 

조일전쟁 당시 일본군을 떨게한 조선해군의 주력은 삼도수군통제영인 전라좌수영에 있었다. 남해안 중간 지점에 위치한 전라좌수영에서 조선해군은 훈련을 하고 군함을 고치고 식량과 물자를 공급받았다. 그 유명한 거북선도 바로 전라좌수영에서 만들어졌다. 당연히 조일전쟁의 영웅 이순신 장군도 전라좌수영에 있었다. 400년전 조선해군의 본영이 있던 곳이 어딘지 궁금하지 않는가. 그곳은 바로 지금 여수다. 




여수 앞바다엔 지금도 조일전쟁 그때처럼 많은 배들이 떠다닌다. 400년 전 군함이었던 배들은 화물선과 유조선으로 바뀌었다. 조선해군이 일본군과 사투를 벌였던 그 바다에서 400년 뒤인 오늘은 경제의 해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일전쟁 당시 조선해군의 본영이었던 여수는 지금도 우리 경제의 본영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도시에서 2년 뒤 올림픽과 맞먹는다는 세계박람회가 열린다. 위 사진의 여수 수정동 여수신항 및 덕충동 일원은 앞으로 776일(3월19일 기준) 뒤 아래 그림의 근사한 전시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그 후 3개월간(2012. 5. 12일 - 8. 12일) 여수는 대한민국의 과학과 기술을 세계에 보여주게 된다. 400년 전 이순신 장군의 지휘 아래 남해를 지킨 조선해군 본영의 도시가 2012년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의 도시가 되는 것이다.  




남해엔 동북아 세력 각축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1200년 전 신라의 장보고는 청해진(완도)을 근거지로 남해를 장악하여 동북아 해상을 지배했다. 800년 뒤 일본은 조선해군과의 남해 해전에서 패배해 결국 동북아 패권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120년 전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중국·러시아·일본 등 동북아 지역교류의 전략적 요충지인 남해의 거문도를 함정 3척 600명의 병력으로 2년 간 점령했다. 

왜 남해가 동북아 세력들의 각축장이 되었는지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남해는 서쪽의 중국, 동쪽의 일본, 북쪽의 러시아가 서로 교차하는 세계 초강국 3국이 만나는 바다이다. 바로 이 남해를 장악해야 동북아에서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거문도를 점령한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막고, 20세기 초반 조선을 병탄하여 남해를 장악한 일제는 동북아의 강자가 된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군사력 뿐 아니라 경제에도 해당된다. 한·중·일·러 4개국이 서로 교차하는 남해는 동북아의 지중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후쿠오카와 한국의 부산·목포, 러시아의 연해주와 중국의 상해 등을 연결하면 남해는 동북아의 내해가 되고 교차밀도가 높은 한국의 남해지역은 동북아 지중해 권에서 가장 유리한 입지를 가지게 된다. 이런 입지에서 중국이 세계경제 2강으로 올라서고 러시아가 급부상하는 오늘날 남해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인프라만 잘 갖춘다면 남해지역은 중·일·러의 동북아 3강을 연결하는 경제지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과거 남해를 장악한 세력이 동북아의 패권을 장악한 것처럼 남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세력이 동북아 경제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부산은 남해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동북아의 경제 팽창은 남해의 도시 부산에게 큰 기회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남해권의 다른 도시와 부산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벨트가 형성될려면 선을 당겨주는 결집력 있는 지점들이 필요한데 남해에는 부산과 함께 선을 팽팽하게 당겨줄 도시를 찾기가 어렵다. 벨트가 형성되지 않으면 남해를 거쳐가는 동북아의 경제에너지를 담아낼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남해를 지나가는 경제 에너지는 부산을 거쳐 서울로 가는 경부라인이나 일본 등으로 분산되어 버릴 것이다. 여수엑스포는 바로 이런 점에서 기대가 되는 행사이다. 남해에 부산과 함께 남해벨트를 팽팽하게 맞당겨줄 결집력을 가진 또 하나의 점을 만드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남해에 인프라와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경제 지대가 형성되면  남해는 강하게 사람과 돈을 빨아들일 것이다. 과거 동북아의 패권을 놓고 다투던 세력들이 남해에서 격전을 펼친 것처럼 동북아의 경제 에너지가 지나가는 21세기 남해에 경제 전사들이 몰려 동북아 시장을 놓고 싸움을 벌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해벨트는 지역 균형발전 정도의 의미를 넘어서게 된다. 남해는 수도권의 자력을 극복할 뿐 아니라 나아가 수도권을 능가하는 동북아 환형 경제지대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남해가 동북아의 지중해가 되면 400년 전 거북선이 누빈 바다를 거북 유람선이 누비게 될 것이다. 거북선을 타고 남해를 돌아다니는 크루즈관광을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수엑스포 외에도 남해벨트가 형성되기 위해선 몇가지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벨트가 형성하기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할 과제는 네트웍의 소통이다. 현재 남해의 네트웍은 좋지 못하다. 부산과 전라도 영암을 잇는 남해고속도로는 주말 오후엔 정체를 각오하고 갈 정도로 악명이 높고 평일에도 차량의 흐름이 좋지 못하. 현재 한창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남해 네트웍 소통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섬과 반도가 지형으로 인해 육지로 가면 한참을 둘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남해에는 섬과 육지를 잇는 브릿지가 필요하다. 남해의 브릿지는 벨트의 소통을 빠르고 원할하게 할 뿐 아니라 남해의 한려수도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관광자원화에 효율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2012 여수엑스포 꼭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여수가 부산과 함께 수도권을 능가하는 남해벨트를 형성하여 지역 균형발전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한 축을 세계 경제의 중심 지역으로 만드는데 이바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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