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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을 이긴 흑인은 많다. 그러나 백인을 설득한 흑인은 잘 떠올려지지 않는다. 당연하다. 미국 사회에서 리더가 될 기회를 가지지 못한 흑인은 설득력의 리더쉽을 표상할 인물을 가질 수 없었다. 고뇌하면서도 상대에게 끈질기게 접근하여 설득하고 그렇게해서 집단의 결정을 이끌어내는 그런 리더쉽을 흑인에게 투영하는 것은 그래서 다소 어색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의료개혁안을 통과시키면서 달라졌다. 그런 리더쉽을 표상하는 강력한 흑인이 등장한 것이다. 이제 흑인을 지도자로 설정한 영화나 소설에 특별한 의미를 줄 이유가 없어졌다. 흑인 오바마가 미국 100년의 숙원이라는 의료개혁안을 통과시키면서 리더쉽을 발휘하는 흑인의 모습을 당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흑인들의 위인이 있었지만 그들은 대개 저항의 위인들이었다. 말콤엑스나 킹목사가 그렇다. 그들의 리더쉽은 저항에 제한되어 발휘된 리더쉽으로 통합의 리더쉽을 표상하지 못했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흑인에게 통합의 리더쉽을 표상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말이다. 오바마는 흑인을 대표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통합의 리더쉽 표상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낸 것이다.




그 임무의 과제가 어렵고도 어렵다는 의료보험개혁이 된 것은 위험스럽기도 했지만 또 행운이기도 했다. 어렵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오바마는 역사에 흑인을 확실히 세울 수 있게 된다. 의료개혁법안은 통과했다. 미국의 흑인이 역사적 개혁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미국의 보수들이 의료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미쳐 날뛰었고, 보수정당에서 한 표의 찬성표도 없는 유례없는 표결이었으며, 민주당 내에서도 30명이 반대했다는 것은 아마 흑인에게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기회를 주는 게 미치도록 싫은 미국의 속내가 작용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을 도왔던 영국의 정치인이 의외로 일본이 이겼다는 소식에 얼굴이 똥색이 되었다는 얘기처럼 이날 법안통과 뉴스는 백인들에게 정서적 거부감을 일으켰을지 모른다. 

원피스를 입고 백악관을 거니는 미셀오바마의 모습에서 우아함을 느낀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오바마에게선 지적 향기가 풍긴다. 그리고 오바마가 의료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흑인이 백인을 지배(지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어제 들려온 미국 의료개혁법안의 통과는 흑인에 대한 모든 정서적 의구심을 사라지게 했다. 그 덕분에 세상은 상당히 진보되었다. 오바마가 정말 큰 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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