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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저조한 이유가 룸살롱 같은 남성 중심의 직장 회식 문화 때문이 아니냐”


지난 3월 8일 재정부 기자간담회에서 WSJ의 람스타드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에 격분한 재정부 관리가 람스타드 기자에게 부적절한 질문이라 따졌고 이에 람스타드 기자가 욕설로 맞받으면서 이 질문은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당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람스타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신규 검사들 중 절반, 신규 판사 중 1/3이 여성임을 들면서 정부 내에 ‘괄목할 만한 변화와 진전’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장관의 이러한 답변은 44일 만인 지난 4월 21일 저녁 부끄러운 답변이 되어버렸다. 정부가 괄목할 만한 변화와 진전이 있다고 예로 들은 바로 그 검사세계에서 성접대와 향응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피디수첩의 보도가 이날 저녁 나온 것이다.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저조의 반론으로 든 검사들이 실제로는 람스타드 기자가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저조의 원인으로 지목한 룸살롱 같은 남성 중심의 직장 회식 문화를 선도한 집단임을 피디수첩 보도는 보여주었다. 심지어 그 직접적 증거라 할 수 있는 신규 검사의 절반인 여자들도 룸살롱에 동행하여 여성접대부를 끼고 앉은 상관에게 아부성 멘트까지 날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얼마전 나온 OECD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 OECD최대인 38%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는 OECD 평균인 17%보다 무려 두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판검사의 여성진출이 늘고있다는 윤 장관의 답변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의 임금격차는 줄지 않는 것은 왜일까? 상징적인 일부 엘리트층 여성의 사회 진출만 늘었을 뿐 전반적인 여성의 경제 환경은 나아지기는 커녕 열악해진 것이다. 윤 장관이 일부 엘리트 여성의 사회진출 성과로 전체 여성의 문제를 호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도심에서 본 구인광고 두개다. 하나는 최저임금을 주고 있고 다른 광고는 1.5배인 6천원을 준다. 6천원을 주는 곳은 식사와 차비까지 제공하는 조건이다. 일자리를 원하는 여자라면 어디를 가고싶을까? 당연히 두번째 구인광고일 것이다. 두번째 구인광고를 낸 곳이 어디인가 고개를 들어 간판을 보니 술집이었다. 

한국처럼 남여 임금격차가 높은 사회에서 유흥산업은 여성들에게 큰 유인이 된다. 높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싶은데 남성위주의 사회는 여성들에게 그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렇게 여성들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사회에서 여성은 유흥산업의 훌륭한 예비인력이 된다. 유흥산업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여성들에게 그보다 좀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여 남성들의 향응과 성접대를 제공할 인력을 쉽게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람스타드 기자의 질문은 사실 처음부터 우리의 폐부를 찔렀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부정하거나 외면했다. 그러다 두달도 채 안되어 개쪽팔리게도 우리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들키고 말았다. 

아마 람스타드 기자는 지금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항의하던 재정부 관리를 떠올리면서 얼굴에 비웃음도 스쳤을 것이다. 두 달도 안되어 자신의 질문이 강력한 의미를 가지게 된 이 나라의 천박함과 후진성에 고개를 저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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