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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을 선별지원하면 저소득층이 누구인지 판별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의 자식들은 낙인을 찍힐 수 있다. 한나라당은 낙인효과를 우려해 본인 외에는 알 수 없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이게 잘 지켜질지 의문이다. 학교 급식이 시행되는 실제 과정에서 무상급식 대상자가 노출될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을 학교에서 다 막아내기는 어렵다. 무상급식이 선별지원되면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초중학교 9년 간 아마 한 번 이상은 무상급식에 대한 상처의 경험을 안고 자라게 될 것이다. 




무상급식 대상자임을 본인이 아는 것도 문제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자신이 무상급식 대상자임을 친구들이 알까봐 두려울 것이다. 자기 반에 무상급식 받는 애가 몇 명 있다더라 하는 얘기가 친구 사이에 화제에 오르거나 하면 무상급식 대상자가 아닌 척 하려고 식은땀을 흘리며 친구들 앞에서 연기해야한다. 누가 알기라도 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무상급식 받는 거 친구들에게 비밀래 해줘." 아이들은 친구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비밀을 가지고 그렇게 9년을 보낼 것이다. 

밥먹을 땐 개도 안건드린다는 말이 있다. 사람에겐 밥은 하루 세번 벌이는 의식과도 같은 행위다. 누구도 그 의식을 방해해선 안된다. 우리는 그 의식이 방해당했을 때 가장 격한 울분을 느낀다. 그래서 가장 슬픈 기억은 눈물젖은 빵이고 밥먹으며 삼키는 눈물이다. 부모가 돈이 없어서 나라에서 주는 급식을 먹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9년 동안 이 의식을 방해당할 것이다. 친구들과 다른 밥을 먹는다는 자각은 아이의 소화기관 활동을 방해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식으로 밥먹는 아이를 건드리게 되는 것이다. 

당신의 자식이 이 밥을 먹는다면 좋게나? 당신들의 자식은 먹는 밥이 아니라서 상관 없나? 제발 아이들의 밥을 건드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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