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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대표가 조선일보 9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잘못된 행동이다. 조선일보 90주년은 '축하해서 안되는' 일이 아니라 '축하할' 일이 아니다. 한국현대사를 비틀어버린 조선일보가 이땅에 태어났다는 것, 그것도 90년 동안 살아왔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통탄할 일은 축하했으니 노회찬 대표가 잘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신당 대표라면 더욱더 잘못이다. 진보신당은 2008년 촛불로 인해 가장 정치적 이익을 많이 본 정당 중에 하나이다. 진중권 등 진보신당 정치인들은 직접 시위현장을 중계하기까지 많은 지지자를 얻었다. 그런데 그런 진보신당이 촛불이 가장 싫어하는 신문인 조선일보의 90주년을 어떻게 축하할 수 있단 말인가? 2008년 조선일보 현관 앞의 촛불의 분노를 2년만에 잊었는가?

어떤 사람들은 한나라당 대표도 한겨레 행사에 참석하는데 진보신당 대표가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한 게 잘못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한나라당의 한겨레 행사 참석과 진보정당의 조선일보 행사 참석은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게 안티조선운동초기에 결론 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 공감해서 안티조선을 실천해온 것이다.

조선일보와의 싸움은 이념의 싸움이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이다. 우리가 그들을 외면하는 것은 적이라서가 아니라 상식이 아니라서이다. 적은 만나도 적이지만 몰상식은 만나면 상식이 된다. 노회찬 대표가 조선일보를 만난 것은 우리가 정해놓은 몰상식과 상식의 전선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전선을 허문다면 어떻게 될까? 조선일보는 균열을 만들었다고 쾌재를 부를 것이다. 노회찬 대표가 만든 균열을 다른 정치인들이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진보가 힘들여 만든 이 전선을 흐려 절대악 조선일보를 뒤로 숨게 만들어줄 것이다. 민주세력은 악의 실체인 조선일보는 손대지도 못하고 그 꼭두각시들과 지리한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다.

노대표는 사건 뒤 올린 해명 글에서 우리 안의 조선이 무섭다 했다. 그러나 우리는 내부 깊숙이 들어온 노대표를 조선일보 행사 참석만으로 떼내기 힘들어 곤혹스럽다. 노회찬 대표 덕분에 제1저지선은 무너졌고 이제 조선일보 행사에 너도나도 자연스럽게 참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몇몇은 짝짝꿍하며 놀아나기도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니 주로 조선일보와 만남을 피하기 어려운 층에 있는 사람들은 조선일보 봉쇄령을 풀어달라고 한다. 시민들은 조선일보가 바뀐 건 없고 더 악랄해졌는데 그럴 수 있냐며 분개한다. 통큰 진보가 되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태의 본질은 진보의 포용력이 아니라 진보의 피로이다. 정 그러고싶다면 판이 바뀐 걸 이해해달라고 해야지 훈계할 입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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