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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이 6.2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의 유력 후보들 대부분이 무상급식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보수정당인 선진당도 전면시행을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의 일부 후보들도 무상급식을 공약하고 있다. 이대로가면 무상급식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선거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실현성을 의심받는 무상급식은 사실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경기도의 과천·성남·포천의 84개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고 경남의 남해·합천·하동·의령·거창 5개 군에서 초중고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전북은 도서벽지와 읍면지역 초중고교 모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쪽에서 주로 문제삼고 있는 재원 부족도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서울시 전체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1900억원이 필요한데 이 정도면 한 해 21조의 예산을 쓰는 서울시가 의지만 있다면 마련할 수 있는 액수이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3년 간 쓴 서울시 홍보비 1100억만 아껴도 상당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정 꼴찌인 전북이 하는 무상급식을 재정1위인서울이 어렵다는데 귀기울일 국민은 없다. 

정부예산 측면에서 본다면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말은 더 이상 꺼내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일년 예산은 300조 정도이고 매년 6-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전국의 모든 초·중학교 무상급식하는데 드는 비용은 1조 8119억원으로 따로 예산을 마련하지 않고 재정합리화만으로도 가능한 금액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하는 4대강의 총공사비는 30조로 추정되는데 년으로 환산하면 10조가 넘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복지비 증액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무상급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 10조의 예산도 간단히 만들어내는 정부가 우리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한 1/5도 안되는 비용을 마련하는데 난색을 표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무상급식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많은 긍정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실제 무상급식이 이루어지는 학교의 경우 안정적인 급식비 지원으로 식단이 알차게 짜여져 아이들이 보다 질 높은 음식을 제공받는다. 급식비 미납으로 인한 상처를 아이들이 받지 않아도 되고 그런 아이들에게 독촉해야하는 선생님도 마음의 부담을 덜게 되었다. 무상급식 비용 때문에 보다 좋은 교육환경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하지만 무상급식만큼 교육환경을 눈에 띄게 개선시킬만한 다른 방책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상급식이 헌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정책이라는 거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헌법이 규정한 의무교육 서비스에 급식이 포함되느냐 마느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며 무상급식을 헌법에 적시된 의무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법에서 정한 의무교육은 학교급식까지 나라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무상급식이 헌법적 의무임을 못박았다. 

이런 저런 점을 볼 때 무상급식이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가 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지난 총선을 갈랐던 이슈가 뉴타운이었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무상급식이 될 것이고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많은 지자체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나머지 다른 지자체의 주민들도 무상급식 요구를 하게 되면서 대한민국 전체에 무상급식이 도입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상급식은 정책 그 자체로만 그치지 않는다. 무상급식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선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정치학습 효과를 주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정치인의 공약은 대개 기업이나 부동산 보유자에게나 유효했었던 것들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물이 차면 넘칠 것'이라는 간접적 수혜론의 기대로 정치권의 공약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정치권의 공약이 간접수혜가아닌 직접 수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가르쳐 주게 된다. 선거를 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제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인들의 행태를 유심히 바라보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혜택을 주는 주장들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정치가 우리 삶의 근간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국민들은 정치에 더 많은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무상급식이 실현되고나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더 커지게 되고 정치권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정책을 내놓으려 할 것이다. 무상급식 다음에 어떤 정책들이 나올 수 있을까? 무상교육이 있을 수 있다. 대학등록금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공약은 즉각 환영을 받을 것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으니 전례가 없단 말도 못한다. 무상의료도 나올 수 있다. 옆 나라 대만도 무상의료를 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못하냐는 말이 나오게 된다. 국민기본소득도 있다. 브라질에서는 이미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무상급식은 이런 진보적정책의 봇물을 여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90년대 중반까지 한국 사회의 핵심 이슈는 민주였다. 그러다 97년 IMF가 터지면서 이슈는 경제로 넘어갔다. 이제 2010년 올해 무상급식 공약을 기점으로 한국사회의 이슈는 복지가 될 듯 하다. 한국의 사회적 의제가 경제에서 복지로 넘어가게 된 데엔 이명박 정부의 공이 크다. 4대강 공사로 국가적 혼란을 일으키면서 국민들은 이제 삽질공약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음 선거에서 삽질공약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은 수십조 4대강 예산을 책정하면서 자원의 제한에 대한 보수의 논리를 스스로 풀어버렸다. 이제 정책의 수행에 있어 재원부족은 변명이 못되게 되었다. 

이명박 정권이 아니었다면 한국의 선거이슈가 이렇게 빨리 복지로 넘어가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선 이명박 정권이 역사의 진보에서 의도하지 않은 진보에 기여한 공로자로 기록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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