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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애플의 차이는 반응과 통찰




참 웃기는 기사를 봤다. 한국의 휴대폰 기업들이 6개월이면 스마트폰 시장에 역공을 가할 수 있을 거란다. 

예전 같으면 이런 기사에 별 할 말이 없었다. 휴대폰의 복잡한 기술을 알지 못하니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는 기자가 전문가를 인터뷰하여 쓴 기사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아이폰 현상을 지켜본 후에는 달라졌다. 아이폰이 보여준 것은 휴대폰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상품에 대한 생각의 차이였다. 애플은 컴퓨터를 아이폰에 넣었고 삼성은 휴대폰으로 컴퓨터를 따라했다. 기술은 알 수 없지만 삼성과 애플의 이런 차이는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  
    
기술의 차이라면 기사에 쓰인 것처럼 6개월이면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삼성과 애플은 기술의 차이가 아닌 기술과 구조의 관계다. 삼성의 경쟁상대는 구조를 만든 애플이 아니라 애플의 제품에 기술을 제공한 대만의 하청회사다. 사정이 이런데 어떻게 애플과 경쟁 레벨에 있지 않은 삼성이 아이폰을 따라잡겠다는 말인가?
 



한국 휴대폰 업계가 아이폰을 따라잡기 위해 내놓는 방법은 안드로이드폰의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한다. 애플과 경쟁 레벨에 있는 안드로이드폰을 받아들여 아이폰에 맞서겠다는 말이다. 기사는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과 블랙베리, 안드로이드폰의 3파전이 될 거라고 전망한다.

기사에 나오는 한국 휴대폰 업계의 아이폰에 대한 대응이 전망으로 들리지 않고 암울한 예언으로 들린다. 기사대로라면 앞으로 휴대폰 시장의 주류가 될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폰이나 엘지폰의 브랜드는 사라진다는 말이다. 이건 역공이 아니라 강등이다. 애플과 구글에 대한 복속이다. 앞으로 휴대폰을 사면서 아무도 삼성이냐 애니콜이냐를 묻지 않을 것이다.




이건희의 삼성과 아이폰의 애플의 차이는 반응과 통찰이다. 삼성은 고객의 니즈에 반응하고 애플은 고객의 니즈를 통찰한다. 반응은 아무리 빨라도 통찰을 앞서지 못한다. 반응은 세계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통찰은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이 세계에서의 반응은 다른 세계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삼성은 명령에 반응하는 조직이다. 통찰은 이건희만 한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거나 새벽 5시 출근해서 오후 3시에 퇴근하라는 제국의 황제 이건희의 통찰만 있고 나머지는 이건희의 명령에 반응하는 조직원들이다. 삼성엔 이건희의 세상만 있을 뿐이다.  

이건희가 아이폰을 만들 건가? 이건희가 중요한 통찰 한 두개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은 하나의 통찰만으로 이루어진 제품이 아니다. 아이폰의 기능들은 반응이 아니라 통찰들을 통해 나온 것이다. 아이폰의 그 많은 통찰들을 이건희가 다 할 수 없다. 아이폰은 조직 내에 통찰을 유통하지 못하면 만들 수 없는 제품이다. 삼성은 조직 내에서 통찰을 만들어내지 못하니 누구보다 빨리 반응한다며 AS나 자랑하는 것이다.

삼성이 통찰을 만들어내는 길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알지만 가기 힘들 것이다. 결국 삼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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