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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보자보자했는데 시간이 안맞아서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20일 일요일도 6시 이후로 시간이 있어 어쩔까 하다 이러다 김새서 못볼 것 같아 일단 예매창에 질러버리고 말았다. 

처음엔 아내와 둘이 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런 영화는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문명의 기술과 상상력이 총동원된 이 영화가 아이들 머리 속에 우물이 되어 상상력을 퍼올릴 걸 생각하니 안 데려갈 수 없었다. 

예매하기 전날 지하철에서 누군가 2D로 보고나서 다시 3D 봤다는 얘길 엿들었다. 나도 그런 실수를 안하기 위해 3D로 예매. 어른 둘 아이 둘 표를 사니 합계 4만8천원이 나온다. 여기에 차비와 간식거리 사가면 8만원은 넘것다.

전에는 가족관람하면 4만원 안쪽이었다. 이제 가족이 영화 같이 보면 10만원 넘는 세상이 온 것 같다.  

영화관은 롯데시네마사상점. 우리 자리는 제2관 H열 16-19번까지다. 롯데는 경영 마인드가 맘에 안들어 되도록 안보고 안사자고 마음먹고 있는데 3D가 있는 가까운 영화관이 롯데시네마 뿐이란다.

7시30분 영화인데 객석이 꽉찼다. 비평가들 평은 좋은 편은 아닌데 관객은 그런 평에 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하기야 나도 영화 완성도보다는 볼거리가 뭔가에 더 관심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나 나나 이야기가 아니라 쇼를 기대하고 온 것이다.

자리에 앉자 구운 오징어 냄새가 확 풍긴다. 먹을 땐 몰랐는데 이렇게 옆에서 냄새를 맡으니 별로 기분이 안좋다. 밀폐된 극장 안에선 오징어는 안 팔았으면 좋겠다.

수퍼맨 때는 영화 일부만 3D였다. 영화 중간 안경 끼세요 하는 자막이 나왔다. 아바타는 전체가 3D다. 입체영상을 입체안경 끼고 두 시간 넘게보면 피곤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 3D 영상은 수퍼맨에 비해 화질이 개선된 거 같지는 않았다. 분명 2D보다는 선명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실망이다. 차라리 선명한 2D로 보는 게 더 눈에 확 들어올텐데.

주인공이 전쟁 중 다리를 다친 장애인이다. 아바타가 되어 장애에서 벗어나는 감동요소는 일단 기본적으로 넣었다. 판도라행성으로 가는 건 자원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을 떠올리는 지적요소도 넣었다. 이런 요소들을 잘 버무리고 배치해서 영화의 재미를 완성시키는 거구나.

나비종족은 키가 2미터가 넘는다.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그들의 뼈가 탄소섬유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비종족은 어깨는 넓고 허리는 얇고 히프도 크지않다. 눈은 아주 크다. 영화 중간 쯤 가니 나비종족의 체형이 인간보다 훨씬 더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는 좁고 허리는 두툼한데다 커다란 히프를 달고 다니는 인간이 우스꽝스럽게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이 링크되고 아바타가 판도라행성을 뛰어다니기 시작하자 화면에 장관이 펼쳐진다. 3D라서 느껴지는 흐릿함만 빼면 영상은 지금까지 본 것 중 최고다. 디지털로 찍었다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프리카 어딜 가면 저렇게 산이 공주에 떠 있는 장소가 있지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영상은 사실감있다.

나비종족 남자들은 흑인을 닮았다. 여자들은 인디언을 닮았다. 근데 주인공 여자는 실제 흑인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백인이다. 역시 백인들이 보는 영화란...                 누군가는 포카혼타스 실사판 보는 느낌이라고 하던데...

아바타는 유기체 로봇이다. 인간이 링크를 끊으면 의식불명이 되어버린다. 유기체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의식을 어떻게 없애버린 걸까? 흑인과 인디언을 닮은 나비족이 아무런 의식도 없는 생체도구가 된다는 게 상상력이긴 하지만 불쾌하다.

나비종족은 판도라행성의 동물들과 교감하는 기관을 머리카락에 가지고 있다. 머리카락을 동물의 촉수에 대면 인간과 교감한 동물이 인간의 말을 따르게 된다.

아마 나비종족은 자연을 지배하기보다 교감하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오면서 교감기관을 진화시켜 동물과 대화하는 방법을 익혔을 것이다.

자연과 교감하는 문명과 정복하는 문명 중 어디가 더 고등문명일까? 동물과 대화하는 문명과 동물을 사육하는 문명 중 어디가 더 고등문명일까?

자연과 교감한 나비종족에게 자연은 많은 혜택을 준다. 불이 없어도 식물의 빛이 공간을 밝히고 비행기가 없어도 큰 새가 하늘을 날게 해준다. 오랜 시간 자연과 교감하며 진화한 덕분에 얻은 혜택일 것이다. 만약 인간이 그런 식으로 진화했다면 지금 거리를 밝히는 건 가로등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진화한 커다란 반딧불일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걸 누가 가지고 있으면 정복한다."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하여튼 머리에 박히는 말이다. 인간과 나비종족의 차이.

"대지의 어머니는 편을 들지 않는다. 균형을 지킬 뿐이다." 주인공 제이크의 나비족 여자친구 네이티리가 한 말이다.

애들 데려가면서 조금 걱정을 했다. 혹시 아이들 보기에 민망하거나 너무 폭력성 있는 장면이 있으면 어쩌나 싶어서. 그래서 예매하기 직전에 와이프가 먼저 영화를 봤다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와이프 친구는 애들 보기엔 좀 야한 장면이 나오는데 괜찮겠나 한다. 

영화 하나도 안 야하다. 와이프 친구가 야하다고 말한 건 나비종족이 영화 내내 벌거벗고 나오면서 젖가슴이 보이는 걸 말하는 것 같다. 와이프 아내의 감각이 왜 이렇게 후지지 하는 생각이 든다. 선정성이나 폭력성은 애들 즐겨보는 아이리스보다 덜 한 것 같다.

마지막 전투 장면 정말 압도적이다. 영상과 물량이 조화를 이룬다. 

요약하면, 재밌다. 봐둘만한 영화다. 제임스 카메룬 믿을만하다. 아이들 상상력의 우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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