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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5만불 수수혐의로 한명숙 총리 소환을 통보했다. 기사에 의하면 대한통운 곽영욱씨가 호주머니에 각각 2만, 3만 달러를 넣고 와서 총리공관에서 한명숙 총리에게 직접 돈을 주었다는 것이다. 

기사대로라면 일단 한명숙 총리는 5만불을 수뢰한 부패 정치인이 된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수모스러운 것은 '한명숙 또라이설'이다. 공관에서 총리 자격으로 접견인으로부터 현금을 직접 받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엄두도 내지못할 해괴한 행위이다. 

총리는 대통령 유고시 통치권을 승계할 수 있는 대한민국 2인자이다. 1인자인 대통령 만큼은 아니지만 그보다 좀 낮은 비중으로 의전과 경호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리가 공관에서 현금을 받았다는 것은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돈 받은 것과 비교될 수 있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접견인으로부터 현금을 받는 장면을 한번 상상해보라. 일단 대통령은 몰래 돈을 받기 위해 모든 의전과 경호를 물리치고 그 접견인을 단독으로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한뼘 두께의 100달러 짜리 500장 두툼한 돈 뭉치를 자신의 주머니에 꾸역꾸역 쑤셔넣거나 그게 쉽지않았다면 집무실 어디다 숨겼을 것이다. 이 얼마나 생각만해도 우습고 황당한 장면인가. 의전과 경호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말들이 나올 것이고 숨겨둔 돈을 빼내면서 면목 안서는 행동도 해야한다.    
  
총리의 공식 비공식 행사에는 항상 10여명으로 구성된 경호팀과 총리비서실장, 의전비서과, 수행과장 등이 함께 한다. 한명숙 총리시절에는 여성 경찰 2명을 포함해 10명의 경호팀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총리 공관은 경찰 40여명으로 구성된 공관 경비대가 상주한다. 대통령처럼 총리도 모든 움직임이 의전이고 경호가 따라붙게 된다. 대통령보다는 좀 허술하겠지만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돈을 받을 때처럼 뻔한 의심을 사고 면목이 안서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검찰은 맘만 먹으면 지금처럼 막연한 진술로 소환을 통보할 게 아니라 좀 더 정황증거를 확보하고 부를 수 있다. 총리 공관을 출입하는 모든 차량은 차량 번호 등이 일일이 체크되어 자료로 남고, 경찰청에 보고 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곽영욱씨 진술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경찰청에 보고된 내용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처럼 언론에 흘려놓고 한명숙 총리 측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지 않고 조용히 수사를 진전시키고 나중에 옴짝달짜 못하게 엮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검찰은 아지 익지도 않은 수사 내용으로 소환을 통보하면서 혐의자에게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10일 블로거 간담회에서 이해찬 전 총리는 '공관 내 현금 수뢰설'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5만달러 돈 뭉치) 남자는 양복 주머니에 넣는데 치마 입은 여자들은 어디에 넣을까요? (중략) 공관 근무자들은 파견 경찰입니다. 그 사람들은 총리를 도와주고 있지만 감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총리공관은  조심스런 공적인 공간이예요. 사생활을 할 수 없는 공간."

이해찬 총리는 한명숙 총리 바로 직전에 총리를 하신 분이다. 총리가 무슨 일을 하고 공관이 어떤 곳인지 잘 아시는 분이다.

이해찬 총리의 얘기에 의하면 총리는 감사를 받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이 11억이 책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 총리가 4천5백만원(당시 원화로 5만불) 때문에 유리알처럼 드러나는 위험한 총리공관에서 평생 민주화 투쟁으로 지켜온 명예를 실추시킬 짓을 저지른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검찰의 수사가 여론의 거센 반발을 사지 않으려면 여론이 납득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상황과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명숙 총리의 수사를 보면 검찰이 확인할 수 있는 건 안하면서 수사내용을 흘리고 일단 소환하고 보는 등의 상대에게 타격이 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인상을 받는다. 2007년 초 5만불 받았다는 막연한 진술만으로 한명숙 총리를 소환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6개월 전 노무현 대통령 서거만 떠올리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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