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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재밌는 건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하다 갑자기 공을 들고 뛴다 생각해봐라. 그걸 누가 보겠나. 선덕여왕의 미실과 덕만의 전쟁이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었던 것은 그들 싸움에 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패배한 만큼 물러났고 그만큼 상대의 침범을 인정했다. 그들은 불리해도 허락되지 않은 자원엔 손을 대지 않았다. 미실은 적과 대치 중인 군대를 빼지 않았고 덕만은 백성의 물에 독을 풀지 않았다. 

신국을 위해 죽은 병사들을 가슴에 묻어둔 미실과 진정 신국을 위한 길을 생각하는 덕만,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때문에 정치를 하는지 잊지않았다. 우리 피터지게 싸우자. 그런데 나라는 팔아먹지 말자. 미실과 덕만 두 사람은 정치가 사욕을 채우는 수단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경쟁이라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덕만은 미실이 군대를 퇴각시킬 것을 예측했고 미실은 덕만이 강물에 독을 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국토를 뒤엎는 대공사가 곧 시작되고 여야가 합의했던 세종시 이전이 취소되는 대사건이 벌어지고있는데도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 당연하다. 규칙이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추이를 예측하며 봐야 관심을 가질 수 있는데 세종시와 4대강은 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펼쳐지면서 어떤 예측도 불허하고 있다. 공을 발로 찰지 손으로 들고 뛸지 모르는 게임을 누가 본단 말인가? 여야가 합의했던 약속을 정권 바뀌었다고 깨고 10년 걸릴 평가를 넉달만에 해버리는 사람들과 무슨 게임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미실의 사람들은 미실을 살리려 한다. 내전이 벌어지면 미실을 살리기 위해 미실의 사람들은 하나 둘 죽어갈 것이다. 그러나 미실은 자신의 사람들을 살리고 싶어한다. 자신을 살리려다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살리려면 미실은 어떻게 해야할까? 그가 스스로 죽으면 된다. 죽는 순간 미실의 사람들은 살릴려는 사람이 사라져 죽음을 건 싸움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합종은 방편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싸움에서 미실의 사람들은 하나 둘 죽어가게 될 것이다. 이쯤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자신의 사람들을 미실과 덕만의 대결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그들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다. 아랫사람을 위해 죽은 미실은 이 순간 노무현이 되었다.

이제는 그만하려 합니다. 싸울 수 있는 날에 싸우면 되고 싸울 수 없는 날엔 지키면 되고 지킬 수 없는 날에 후퇴하면 되고 후퇴할 수 없는 날엔 항복하면 되고 항복할 수 없는 날은 그날 죽으면 그만이네.



마지막에 가장 믿을만한 설원랑과 나눈 대화는 미실의 유서나 마찬가지다. 설원랑과 같이 읊조린 미실의 말들은 연기론적 세계관을 보여주었던 노무현의 유서의 한 부분을 떠오르게 한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실은 공격과 방어, 승리와 패배, 승자와 패자, 삶과 죽음이 모두 한 조각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슬퍼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약해지지 말라는 설원공에게 "여러 단계의 계획을 세웠고 이제 마지막 단계를 실현할 뿐"이라는 말은 노무현의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와 닮았다.

마지막 순간을 같이한 아들 비담에게 미실은 이런 말을 들려준다. "여리고 여린 사람의 맘으로 너무나 푸른 꿈을 꾸는구나." 부엉이 바위에서 선 노무현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내가 너무나 푸른 꿈을 꾸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이 세상을 넘어가지 않았을까. 미실의 마지막 말은 우리가 듣지 못한 노무현의 마지막 독백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실의 서거에 눈물이 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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