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초 조류독감으로 한창 시끄러웠던 때 기억나십니까. 닭 먹으면 병이라도 걸릴 것 같은 분위기에에 닭 소비가 급감하면서 많은 양계농가가 파산의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골목 치킨집도 하루에 닭 한마리 팔지 못해 닭집 사장님들이 그냥 가게에서 넋놓고 있었죠. 실제로 당시 파산한 농가가 많아 닭공급에 차질이 빗어졌고, 파동 이후 닭값이 오히려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닭·오리 안심하고 드세요”
http://news.media.daum.net/society/affair/200402/11/khan/v6137158.html

당시 어려움에 처한 양계농가를 돕기 위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닭고기 먹기 운동이 벌어졌는데 그게 바로 '발렌치킨데이'입니다. 다가오는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이 아니라 양계농을 위해 닭을 먹자는 운동이었습니다. 마침 총선을 앞에 두고 있던 정치권도 호응하면서 인터넷에서 시작된 운동은 언론과 방송을 거쳐 삽시간에 전국민에게 퍼져나갔습니다. 그해 2월14일엔 닭 먹었냐는 인사를 많은 사람들이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발렌치킨데이가 전국적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발렌치킨데이에 관한 한편의 재밌는 글이 뒷받침 됐기 때문입니다. 닭을 먹어주자며 의무감에 호소하지 않고 닭과 발렌타인데이를 재치있게 연관시킨 글로 사람들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잡고 싶다면 닭을 먹어야 한다는 코믹한 이유에 다들 웃으면서 닭다리 하나 씩 집어들게 된것입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왜 하느냐? 올해 양계농가가 조류독감으로 위태로운 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실은 제 자랑 좀 할려고요. 이 글을 쓴 사람이 바로 접니다. 당시 양계농가를 위해 도움이 될 거 없나 고민하다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대신 닭을 먹기 운동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 발렌타인데이와 닭을 왜 먹어야 하는데란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아래 글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공저자가 2분 더 있긴 합니다. '단순무식'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이 발렌치킨데이를 작명해주셨고 8번의 닭살커플은 'sns'라는 분이 댓글에 첨가해준 겁니다.

당시 이 글의 열풍을 몇 사람들이 전해줬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여러 곳에서 DJ들이 이 글의 몇 부분을 낭독해주셨고 마트에선 요 글을 붙여놓고 닭을 팔았다고 하더군요. 닭판매 늘어난 것에 대해 저작권이라도 받으라며 농담을 진지하게 해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 글로 득 본 거 없나고요? 혹시 치킨회사에서 닭고기 무료시식권이라도 보내주는 거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고,언론사 인터뷰라도 있을까 싶어 맘에 준비를 하기도 했는데. 없데요.  오히려 이 글의 저자로서 받는 책임감 때문에 발렌치킨데이 운동에 적극 나서면서 제 돈만 더 들었죠. 하지만 재밌었습니다. 지인들 앞에서 발렌치킨데이 글이 적힌 창을 열어 놓고 으쓱해 하기도 하면서 제가 만든 세상의 변화를 즐겼습니다.

그 후에 닭은 어느 정도 판매를 회복했는데 오리는 계속 안팔린다고 하더군요. 또 뭔가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발동해서 오리를 먹자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건 별 호응 없이 지나갔습니다. 쪼끔 뻘쭘하데요.

다가오는 발렌타인데이에 4년전 자랑스러운 일이 생각나 써봤습니다. 근데 그후에 치킨회사들이 발렌치킨데이를 써먹지 않는데 좀 아쉽데요. 저자인 제가 보기엔 괜찮은(^^;;) 마케팅인 거 같은데 말입니다. 회사들이 저작권 때문에 안쓰는 건가요.(^^;;*2)


2월 14일은 연인과 함께 닭을 먹는 발렌치킨데이

1. 연인이 바람기가 있습니까
닭을 먹이십시오
닭은 날라가지 못합니다
새장을 열어 두어도 날아 도망가지 못하는 닭처럼
그도 날라가지 못합니다
당신이 놓아주지 않는한 그는 그자리에 있습니다


2. 연인이 잔대가리를 굴리십니까
닭을 먹이십시오
사랑에 관한한 닭대가리가 될겁니다
계산하지 않고 그대만을 바라보는 닭대가리
그저 모이만 잘 챙겨주시면 됩니다
아주 편한 사랑 하실겁니다


3. 연인이 적극적이지 못합니까
닭을 먹이십시오
그러면 “꼭끼워” 안아 줄겁니다
감싸 안은 팔로 “꾹” 눌러줍겁니다
그 안에서 “퍼득 퍼득” 대는 당신의 모습
행복하십니까


4. 연인이 좀 약해 보입니까
닭다리를 먹이십시오
먹은 만큼 그의 다리와 히프는
튼튼하고 빵빵하게 변합니다
친구의 남자가 부러우셨죠
이제 내 남자가 그리 됩니다


5. 궁합이 안맞으십니까
닭과 함께 맥주를 드십시오
그는 닭이고 당신은 맥주입니다
닭이 혀에서 춤을 추고 목에서 주춤거릴 때
당신은 맥주가 되어 시원하게 목구멍을 쓸어내립니다
이보다 더 궁합맞는 음식이 어디있을까요
닭과 맥주의 궁합처럼 2월 14일 당신들의 궁합을 맞추십시오


6. 결혼하셨습니까
그럼 삼계탕을 드셔야죠
벗고 누워있는 영계 위에, 인삼, 대추, 밤
온갖 거시기에 좋은 게 다 들어있습니다
2월 14일 특별한 밤을 보내십시오


7. 결혼하지 않으셨죠
켄터기 치킨을 드셔야 합니다
벗고 있는 닭은 너무 선정적이죠
튀김 옷이라도 입어야 민망하지 않습니다
고기를 찢어 입에 넣어주는 연인의 손길에 만족하십시오


8. 사귄지 얼마안되는 사이입니까
닭껍데기를 같이 드십시요.
주위 사람들도 징그러워(?) 하는 "닭살"커플이 되실겁니다.


9. 갈때까지 가신 분들입니까
그래도 치킨을 드십시오
드실 때 튀김 옷을 살짝 벗겨 드십시오
닭의 하얀 속살이 드러날 때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를 느끼실겁니다
닭은 다 먹고 가십시오


* 경고. 덮덮한 가슴살은 당신이 드셔야 합니다
연인이 그 가슴살을 찢어 드시면 당신의 가슴이 찢어지실겁니다
연인이 찢기 전에 얼른 당신이 찾아 드십시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엔 연인과 함께 닭을 먹고
오래 오래 사랑하십시오



 

발렌치킨데이 A.S 서비스


연인이 닭을 먹고도 주변만 맴돕니까
오리를 먹이십시오
왜 닭잡아 먹고 오리발이냐구 따지십시오


아직 연인의 마음을 못잡으셨습니까
오리를 드리십시오
당신의 마음을 오린(all in)한다는 징표입니다


연인의 사랑을 확인하셨습니까
자축기념으로 오리를 드십시오
앗싸 가오리


삼계탕이 별 효력이 없던가요
한상궁께서 말씀하시길
유황오리 드시랍니다


당신의 사랑을 보여줬는데도 떠난답니까
오리를 맥이십시오
십리가 아니라 오리도 못가서 발병납니다


그래도 못잊으시겠습니까
오리를 드리세요
그가 다시 오리



 

Posted by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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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팽** 2009.02.13 2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게 벌써 4년전이군요... 그때 닭을 먹었던가??? 아마 안먹었지 싶네요
    내일 비번인데 애들이랑 닭이나 먹어볼까? 우리애들은 에디슨치킨 골드윙스
    우리도 다음 모임땐 닭먹으러 가까요? 사바사바?

  2. Ellis 2009.03.11 14: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터넷을 통해 좋은 글들을 접할 수 있어 기분이 좋은 하루입니다. 감히 퍼다가 제 싸이게시판에 올려도 될까요? 자꾸 읽어보고 싶은 글이라서요,,,,볼때마다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