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시민들이 응원한 송인배 후보는 결국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건 그것뿐입니다. 양산은 선거기간 14일 동안 신나는 축제의 장소였습니다. 출퇴근길 반가이 맞아주는 유명 정치인에 어깨가 으쓱하고 색에 따라 옷을 맞춰 입은 사람들의 율동에 몸이 들썩거렸습니다. 수백명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한 춤은 도시에 보기힘든 군무를 만들어내면서 양산을 완전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축제는 거리의 율동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선거 사무실에도, 시장에도, 유세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도, 후보들 간의 만남에도 축제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14일간 양산을 들뜨게 했던 그 축제의 몇 장면들을 소개합니다. 
  



선거 현장에 뛰어들면서 처음 웃게 만든 건 바로 이 칠판입니다. 송인배 지지자들이 hite(히테)를 먹지 않는 건 '희태'때문이었습니다.  

칠판 왼쪽 위에 적힌 "만지러 왔습니다."는 직접 음성으로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안희정 아나요' 카페 회원 중 한 분이 저를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에 기사들 많으니까 우리 앞으로 거다란닷컴 만져주자구." 그게 그런 뜻이었구나 하는 걸 머리가 알아채면서도 그 말의 야한 어감 때문에 일순간 몸이 확 달아오르는 경험을.




24일 기적의 유세에 캠페인에 참여하기위해 송인배 후보 사무실을 찾은 지지자들도 앞의 문구를 몇개 지우고 이 게시판 축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입니다. 하루 종일 거리를 뛰어다니는 유세단을 위해 송인배 후보 사무실에 간식거리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들리면 일단 커피는 한잔 타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음료수 중에서는 몸에 좋은 홍삼을 주로 골라 마셨습니다. 




먹거리는 사무실뿐 아니었습니다. 거리에 나가면 유명한 사람만났다며 시장 상인이나 시민들이 이것저것 먹으라고 주십니다. 귤, 밤, 번데기, 전어에 소주도 두어잔 등등.  




게시판과 먹거리 외에 아고라 회원들도 사무실을 축제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민노당 박승흡 후보와 송인배 후보의 단일화를 요구하면서 이렇게 사무실에 자리를 깔고 이틀인가 사무실에 계셨던 것 같습니다. 이분들 덕분에 사무실 분위기는 좀 더 축제스러워졌습니다. 이분들 뜻대로 되었다면 마지막까지 후련한 축제가 되었을지도...





거리를 나가면 프랭카드가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송인배 후보 선거운동 초기에 걸린 프랭카드입니다. 폴리뉴스 지지율 조사에 많이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두번째 프랭카드는 송인배와 박희태의 2강 구도를 굳히고 추격전 들어갑니다. 




마지막 프랭카드는 시민들에게 박빙의 승부를 알리고 있습니다. 송인배 후보 프랭카드 이렇게 3개 연속으로 보니 예술인데요. 




프랭카드 얘기 나온 김에 이것도. 양산의 투표율이 높았던 것엔 이 프랭카드도 한 몫했을 듯. 양산선관위의 희망대로 경남 꼴찌가 10.28 재보선 투표율 전국 1등이 되었습니다.




유세장에 가면 이제 말이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초반에 사회를 봤던 개그맨 김용씨는 청중을 이렇게 웃겼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배는? 바로 송인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정이 많은 남자는? 안희정입니다.

여러분 그들을 관속에 묻어버릴 사람, 김두관입니다. 


 



김용씨가 선거 사회를 보면서 가장 효과를 발휘했던 게 유세장 인근의 가게 상호를 불러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양산시민 여러분 박효신 닭꼬지 많이 사드세요 맛있어요."

김용씨가 서울로 올라간다고 하자 송인배 캠프에서 많이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혹시 김용씨가 좀 더 있었다면 송인배 후보가 이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용씨가 말로 웃겼다면 유시민 전 장관은 말로 사람을 후련하게 했습니다. 유시민 장관의 연설은 그야말로 귀에 착착 달라붙었습니다. 유시민 전 장관이 연설하면 하던 일 내려놓고 그냥 가만 듣게 되더라는...


180석 한나라당에 한석 더 준다고 해서 의미 없습니다. 민주당 80석에 한석 더 준다고 갑자기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집권당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국회의석 하나의 문제가 아니고... 지방을 죽이고 서민을 죽이고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을 망가뜨리는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중단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일입니다.

양산에서 남해까지 승용차로 2시간 걸리더군요. 양산이 남해의 식민지입니까?

시아버지같은 박희태보다는 시동생같고 친정조카 같은 송인배가 낫지 않습니까? 지역구 국회의원! 어른 모시는 게 편합니까? 친정조카 같은 젊은사람시켜 부려먹는게 좋습니까? 어딜보나 젊은 놈이 낫죠?



 



어록은 정치인과 개그맨만 있는 게 아니죠. 시민들도 재밌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아파트촌 앞에서 보여주던 노무현 영상을 보시던 할머니 두 분이 하시는 말씀.

"아이고 극장 잘봤다. 요금 내야지."

할머니 요금 내셨겠죠?




축제에 가면 그런 분들 있죠. 유명인들에게 사인 받으려는 분들. 추매애 의원에게 사인을 받고 있는 이 분은 스케치북을 사서 주요 유세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유시민 전 장관과 추매애 의원 두 분의 사인을 받았습니다. 또 받은 사인 없냐니까 나경원 의원 사인을 어제 받았다고 합니다. 그냥 사인 받는 걸 좋아하는 분이셨습니다.




선거 축제가 아니라면 유명한 사람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지 않죠. 이 분들 얼굴 보고 모습을 살피는 것도 축제의 한 재미. 





유시민 전 장관을 두번 따라다녀봤는데 알려진 것보다 참 구수한 분이셨습니다. 행동도 익살스러웠고 말도 어르신들 듣기 맛깔나는 말도 잘 하셨습니다. 사람들 만나면 "아주머니 저 면없습니까" 그러면서 송인배 후보를 가리켜 "막내라예 막내. 큰 형이 막내 도울라고 왔지예" 하며 상황을 구수하면서도 깔금하게 설명하셨습니다.

다니면서 장난도 많이 치셨습니다. 간장게장 팔아준다며 박수를 치며 호객하고 여성용 의류 가게에선 민망하다며 눈 가리는 시늉을 하고, 시장 중간 쯤엔 대파 마이크를 붙잡고 익살을 부렸습니다. 가만보니 유시민 장관의 얼굴이 장난끼가 가득한 얼굴이었습니다.




유명인들의 망가진 모습도 재미죠. 쭈구리고 앉아 소주에 전어회를 먹고 있는 안희정 최고위원입니다.




김두관 전 장관이 아주머니들에게 인기가 많았죠.




다른 후보 측과 조우해도 축제의 분위기는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박희태 후보 운동원과 밝게 인사합니다.




장난스럽게 서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번호를 연호하고




한나라당 유세차는 오히려 민주당을 연호합니다. 그런데 이건 생각해보니 기분 좋게 받아들일 건 아니었습니다. 한나라당 유세차가 민주당을 크게 연호한 것은 송인배 후보가 민주당 사람이니까 알고 찍으라 그런 소리. 지역감정이 좀 묻어나죠.




유시민 전 장관에 유재명 후보가 자신의 번호가 손가락으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며 조크 섞인 하소연을 합니다. 손가락이 10개 일단 기본적으로 안되는데 두 개들어 작대기 표시하면 2번으로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가락 10개 펴고 1나 더 펴면 1번이냐 10번이냐 한다는 거죠.




축제라면 무엇보다 시민들이 즐거워야죠. 예 즐거워 합니다. 유세장을 지나가던 학생들은 1시간 동안 지켜보며 같이 연호도 합니다. 유세장의 축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고 갔습니다.




돈까스를 배달하는 이 여성 분은 유시민 전 장관의 연설을 놓쳤다며 많이 아쉬워 하셨습니다. 그래도 유시민 전 장관이 이 자리에 왔다는 것만 듣고도 좋은 가 봅니다. 계속 웃으십니다.




특히나 송인배 선거 운동원들은 다른 후보보다 더 발랄하고 멋진 율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스스로 재밌지 않으면 이렇게 못합니다. 




보세요 아주 즐거운 모습이죠.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으니 더 큰 힘을 얻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신이 난 건 지지자들입니다. 양산이 축제의 장이 되는데 가장 큰 기여를 이 분들이 하셨습니다.




아이야 축제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축제엔 감동도 있습니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아무런 이익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 양산에 왔습니다. 지역 정당 후보와 맞선 싸움에서 면박 당할 각오까지 하면서 지지후보를지지를 부탁하는 저 분들이 감동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 송인배 후보 홈페이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말하다 눈물이 맺혀버린 안희정도 감동이었습니다.  





떠들썩함이 사라진 축제의 마지막날 시민들은 양산 거리 곳곳을 감동으로 채워 축제의 멋진 마무리를 했습니다.




마지막 날 9시가 넘은 시각 또 다른 축제가 시작하는 듯 했습니다. 만약 당선된다면 양산에 무슨 일이 생길까? 송인배 후보가 역전했다는 소식에 다들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오후 11시경 현장 개표 결과 송인배 후보가 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14일간의 양산 축제가 이렇게 끝났습니다. 모두들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합니다. 

그러나 축제는 끝이 아닙니다. 내년 5월 더 큰 축제가 전국에서 벌어집니다. 6개월 뒤의 축제를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설레이는 건 양산 축제가 준 즐거움과 감동 때문일 겁니다. 

내년 5월 부산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서울에서 이렇게 다시 만납시다. 양산만이 아니라 전국을 신나고 감동적인 축제판으로 만들어 봅시다. 시민들은 그땐 더 신나고 감동적인 축제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헤어집니다.


* 기사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하고싶으신 분은 아래 토론 게시판 거다란 아고라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클릭하면 거기 갑니다.


거다란 아고라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