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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해운대에 갔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보러갔냐?

아니요 호텔에 볼 일이 있었습니다. 노보텔이라고 해운대 중간 쯤에 위치한.

피프 맞네. 그 호텔에서 영화제 주요 행사가 많이 열리잖아.

그렇긴한데 그날 그 노보텔에 또 다른 중요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부마민주항쟁 30년 사업추진위원회에서 주최한 2009부산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있었죠.




경제 분야에서 한 칼 하신다는 분들이 해운대에 모였습니다. 2부에는 해외 석학을 초청한 국제심포지엄도 열렸죠.
 



따분했겠다. 학삐리들 얘기 아침부터 저녁까지 듣고 있을라니 골통 좀 빠개졌겠네.

그런 각오도 했었죠 혹시 졸지는 않을까. 그런데 그건 기우였어요. 토론자 간의 긴장감 넘치는 논쟁과 신선한 지적 자극들에 졸 새가 없었죠. 특히 시사인 경제팀장이 초청한 해외 석학들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과 발제자의 적절한 답변은 후련함이 느껴지더군요. 마치 간지러운데를 가리키니까 그대로 긁어주는 기분. 

그럼 얘기해봐 뭐가 재밌었고 어떤 지적 자극을 받았는지. 

제가 이날 보고 들었던 것 중 와 닿은 것 네가지와 정보 몇 개 소개하죠. 


첫째, 외환시장 자유화가 오히려 외환시장을 부자유스럽게 합니다. 

외환시장을 탄력성있게 운영하기 위해 자유화 했는데 오히려 그것이 외한시장을 경직되게 만듭니다. 왜 일까요? 자유화로 인해 외화위기에 대한 공포가 더 커졌고 각국 정부는 외환자유화 이전보다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자유화가 확대될 수록 정부가 필요한 달러는 더욱 많아졌고 그래서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환보유고를 쌓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2001년 2조 달러이던 외환보유고는 2008년 7조 달러로 급증합니다. 이렇게 쌓인 달러는 미국으로 다시 유입되어 파생금융상품을 키웠고 그것이 오늘날 경제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세계 달러 외화 보유고는 2001년 2조 달러, 2005년 4조 달러, 2008년 7조 달러로 급증했다. 중국에만 2006년 1조 달러, 2008년 2조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쌓였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유지하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쓴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막대하게 쌓인 동아시아 국가들과 석유수출국가들의 외환보유고는 미국으로 환류하여 미국에 유동성이 넘쳐나게 만들었다. 금융기관은 이렇게 외국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달러를 저 금리로 빌려 고부채로 금융자산, 특히 파생금융상품을 키웠다.(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와 대안의 모색.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부채 상환이나 자본의 흐름의 자유화에 의해서 발생한 송금의 부담을 가진 국가들에게는 무역은 결코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현재의 위기와 대안. 아데마르 S. 미네이로)



둘째, 한국의 신자유주의는 케인즈주의 복지국가 단계를 빼먹었습니다.(장상환)

서구 유럽의 신자유주의는 케인즈주의 복지국가 단계를 거치며 높아진 세금 부담률과 과도한 사회보장시스템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 성격이 강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케인즈주의 복지국가 단계를 거치지 않은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2004년 현재 GDP 대비 국민부담률은 한국이 OECD  국가 평균 35.9%에 비해 10%이상 낮은 24.6%입니다. 신자유주의가 아무리 기승을 부린다 해도 OECD평균이 30% 이하로 내려가진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단계의 우리 경제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케인즈주의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한국의 신자유주의자는 구호 신자유주의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념과 사상의 시대적 사회적 맥락은 고려하지 않고 세계적 유행이니 덮어놓고 따라가야 한다는 식입니다. 앞에서 외치면 뒤에서 따라하는 구호와 다를 것이 없는 것입니다. 

셋째, 세계화는 이제 관에 들어갔습니다.(윌든 벨로우)

필리핀의 석한 윌든 벨로우의 얘기입니다. 세계화란 무엇입니까? 그 본질은 미국인의 대량소비입니다. 미국인의 소비가 줄면 경제는 침체하고 늘면 호황이 됩니다. 그런데 이 미국인의 대량소비는 신용카드(빚)에 의한 것입니다. 이번 경제 위기로 이런 경제시스템은 신뢰를 잃었습니다. 서구 소비자는 망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대체할 새로운 소비자는 아직 없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소비자를 대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고로 세계화는 끝장난 거죠. 지금 경기가 살아나는 것 같지만 향후 몇년 간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습니다. 대공황 때도 37년도 회복되는 듯 하다 다시 침체했다고 합니다.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네번째입니다. 이것도 윌든 벨로우입니다.

넷째, 지금의 경제학은 좁은 효율성의 경제학입니다.

현재의 경제학은 단위 비용을 줄이는 것만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사회적·생태적 불안정화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좁은 범위에선 효율적이지만 모두가 함께하는 넓은 범위에선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게 되어 비효율적이 될 수 있습니다. 윌든의 말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의 표현에 따르면, "생활의 전체를... 회계사의 악몽의 파라닥스로 넣어버리는" 경제적 계산 시스템을 넘어야 한다. 오히려 효율적인  경제는 사회적 연대를 강화한다. 이는 시자의기능을 평등, 정의, 공동체,라는 가치에 종속시키고, 민주적 의사결정의 장을 확장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위대한 헝가리의 사상가, 칼 폴라니의 저서 거대한 전환에서 표현을 빌리자면, 탈지구화는 사회를 경제에 의해서 운영하게 하는 대신에 사회 속에 경제를 "다시 파묻는" 것이다. 



 그외 심포지엄에서 알게된 몇가지 정보도 소개할께요.


한국만 노동비용 감소 : 최근 OECD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유독 한국만 단위 노동비용이 감소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소비촉진을 위해 임금을 인상한 반면 한국만 임금이 하락했기 때문이다.(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와 대안의 모색.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몸집 불리는 대기업 : 반면 경제위기 가운데 대기업들은 몸집을 불리고 있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 계열사 수는 48개 집단, 1154개로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해 9월에 비해 7개 집단, 123개 기업이 늘어났다. 삼성그룹은 60개에서 64개로 늘렸고, 현대자동차도 38개에서 42개로 증가했다. LG그룹은 39개에서 54개, 롯데그룹은 49개에서 52개로 계열사를 늘렸다. 최근 잇따라 대기업들이 깜짝 수익 개선실적을 발표했지만 그 그늘에는 중소기업고 자영업자들의 희생과 고통이 깔려있다.(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와 대안의 모색.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빚이 더 늘어난 국민 : 가구당 평균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지난해 139.9%에서 올해 1/4분기 142.3%로 늘었다. 2008년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전년보다 2.% 늘어난 78.3%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은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렸지만 우리 국민은 오히려 빚이 늘었다.(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와 대안의 모색.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어때요? 들을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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