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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으로부터 편지가 한 통 왔다. 열어보니 지로용지가. 얼마전 시사인에서 재구독 여부를 묻길래 그러노라고 했는데 이날 그에 대한 답장이 온 것이다. 2007년 창간호부터 구독했으니 이번에 재구독하게되면 3년째 보게 된다. 

시사인 추석호 '독자와의 수다'를 보니 한겨레·경향·한겨레21·시사인의 4개 매체를 구독하는 대단한 독자의 인터뷰가 있다. 왜 그렇게 많이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한 부라도 보는 게 도와주는 것 아니냐"라고 답한다. 사실 이렇게 '봐줘야'한다는 의무감에서 시사인을 구독하는 독자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나도 진보적 매체의 재정에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시사인 구독에 영향을 미친 게 사실다. 그러나 시사인 등의 재정이 나아지더라도 나는 구독을 중지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건 나의 경우 시사인의 구독결정에서 참언론의 재정에 도움을 준다는 공적 기대보다 나 자신을 위한다는 사적 기대가 더 컸기 때문이다. 




내가 시사인을 구독하면서 사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 영향이다. 시사주간지를 보는 부모의 기억은 아이에게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사인을 구독하는 사람이 5천만 중 몇만명 수준이라는 것, 시사인이 이익에 따라 논조가 오락가락하지 않는 정통매체라는 점이 아이들의 기억엔 자부심을 깃들게 할 것이다. 그리고 정통 주간지를 통해 지성을 얻는 부모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지성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배우게 될 것이다. 지성에 대한 신뢰와 존경에서 교육이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자식 교육의 반은 한 셈이다. 

책을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이지만 주간지와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 주간지는 부모의 지적 성향과 그에 대한 충성도를 확연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책과 다르다. 아이들은 구독하는 주간지를 통해 부모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되고 그런 생각에 의문과 호기심을 가지면서 간접적으로 부모와 대화도 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의 지적 성장이 이루어지게 된다. 




어떤 아이들 성공확률이 높을까? 부모에 대해 하나라도 더 자부심을 가진 아이들은 스스로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고싶어할 것이다. 부모를 통해 지성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배운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지식과 정보의 흡수에 열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다루고 지식과 정보의 흡수에 열의를 가진 아이들이 성공확률이 높다는 건 재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부모는 많은 돈을 직접 자식에게 상속해 주거나 교육에 투자해 유산으로 물려주려 한다. 시사인을 유산으로 물려주려는 의도로 구독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사인 구독이 자식에게 끼치는 영향은 그 어떤 돈이나 과외보다 값진 유산이 된다. 나는 백억이라도 시사인 구독의 유산과 바꿀 생각이 없다. 시사인 지로 용지는 내가 아이들에게 주는 백억 짜리 유산이다. 

나도 인터뷰한 시사인 독자처럼 4개 매체 모두 구독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400억짜리 유산을 물려주는 셈이다.   



시사인 창간 2주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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