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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의 정치를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보복은 정치 발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보수세력들은 국회의원부터 지지자까지 아주 용감하다. 국회의 보수 정치인들은 논리로 설득하기보다 안하무인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는 걸 선호한다.지지자들은 가스통을 들고 경찰 앞에서 무력까지 행사한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 용감해서 그런 건 아니다. 보수세력은 독재의 시대에 권력이 두려워 숨죽이고 살던 인간들이다. 민주투사에게 악랄한 고문을 주문하면서 자신들은 피한방울 흘리는 것도 공포스러워한 인간들이다. 심지어 신의 아들이라는 부러움을 받는 6개월 군복무도 피하는 게 이 사람들 습성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열하고 나약한 인간들이 독재가 끝난 후 용감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이들이 자신들의 과거 과오를 심판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수세력은 문민정부라는 김영삼정권부터 참여정부까지 한번도 정치보복을 당해보지 않했다. 나쁜 짓을 했는데도 꾸지람 받지 않으니 버릇이 나빠지는 게 당연한 것이다.

보수세력은 진보개혁세력을 10년 간 겪으면서 이들이 절대 보복같은 건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진보개혁세력은 자신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의 발언권 위해 싸우는 관용의 미덕이 있다는 걸 보수세력도 잘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면 모든 걸 갖고 져도 책임질 일 없는 게임에서 누가 안하무인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구라도 겁대가리를 상실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타협과 통합의 정치가 정착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걸 부르짖는 진보개혁진영 때문이다. 합리적 판단을 이끄는 것은 관용보다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일 수 있다. 양쪽이 극렬하게 대립하 때 나오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야 타협과 통합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한쪽에만 관용이 있고 다른 쪽은 보복과 탄압을 주저하지 않는다면 보복의 정치를 구사하는 쪽에선 타협과 통합에 나설 이유가 없다. 진보개혁진영의 관용이 저쪽의 뗑깡을 받아주면서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막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은 가치의 정치를 했다. 참모들이 반대하는 정몽준과의 불리한 단일화에 나서면서 자신이 져서 정몽준 당선을 돕는다면 그것도  정치적으로 아주 가치있는 일이 될 거라며 단일화를 반대하는 참모들을 설득했다. "정치는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라고 했던 노무현은 한국정치에 긍정의 가치를 쌓고자 했다.  

그러나 정치에 긍정의 가치만 효과를 보는 건 아니다. 부정의 가치가 더 큰 효과를 보기도 한다. 관용이라는 긍정의 가치가 사람들을 감화시켜 더 좋은 정치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반면 정치보복이라는 부정의 가치는 게임의 참여자에게 두려움을 안겨 극단적 대립을 피할 수 있는 길로 가도록 재촉한다. 어쩌면 감화보다 자신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빠르고 효과적인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진보개혁진영에서 이렇게 상대에게 두려움을 안겨줄 수 있는 정치를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딱 한 사람 떠오른다. 박지원의원이다. 그라면 보수진영이 3년 뒤를 걱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한 리더쉽의 박지원의원이 집권 후 전정권의 구악을 일소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어떨까? 과연 3년 뒤를 걱정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아마 지금 상황을 보수세력이 여유롭게 즐기지만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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