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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부산의 한 노선버스입니다. 이 버스가 유명해진 건 노선도의 공원 명칭 때문입니다. 얼마전까지 버스의 한쪽 종점 이름은 중앙공원이 아니라 민주공원이었습니다. 몇개의 보수단체의 요구로 중앙공원으로 바뀌었는데 그러자 이번엔 민주공원 쪽에서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렇게 명칭 다툼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공원이 인접해 있기 때문입니다. 버스가 지나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민주'와 '중앙' 두 공원은 마주보고 있습니다. 북쪽의 충혼탑에서 시작해서 남쪽의 도로 넘어서까지가 중앙공원이고 그 아래 남쪽의 노란 원 안에 있는 것이 민주공원입니다.





충혼탑은 봉우리에 70m 높이로  세워져 부산 중구와 동구 서구 일원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기념탑입니다. 이 곳엔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 국가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군인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습니다. 당초 용두산공원에 모셔지던 것을 이 곳에 중앙공원을 조성하여 옮기게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이니 대부분 6.25 때 남북 간 대결에서 죽은 군인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반공색채가 강합니다. 충혼탑 앞에 고정 전시되어 있는 사진전엔 북한과 중국은 적으로, 남한과 미군은 아군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위패가 모셔진 탑 바로 앞의 군인 동상입니다. 반공적 전시물을 지나서 군인 동상이 지키는 이 충혼탑 앞에 서면 순간 80년대의 한 지점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됩니다.   




민주공원은 충혼탑에서 남쪽으로 보면 건너편 봉우리에 서 있습니다. 골을 사이에 두고 양쪽 봉우리에 중앙공원의 충혼탑과 민주공원이 서있습니다.




충혼탑에서 민주공원 쪽으 내려가면 충혼탑과 민주공원 사이에 중앙공원 광장이 나타나는데 여기에 두 공원의 표지석이 나란히 서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이 중앙공원표지석, 오른쪽 끝부분이 민주공원표지석입니다. 공원 광장 너머 보이는 것이 바로 민주공원입니다.





반공적인 충혼탑의 분위기는 중앙공원 광장까지 여운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공원 한 가운데 6.25 유공자 기념비가 세워져있고 유비무환이라는 군사적 격언이 새겨진 돌도 세워져 있습니다. 




중앙공원 광장을 지나 붙어있는 조각공원을 살짝 건너면 이제 민주공원이 시작됩니다.




민주공원에 들어서면 잠시 전에 봤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펼쳐집니다. 군사적 격언이나 애국을 강조하는 문구가 새겨진 돌 등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정부에 비판적인 프랭카드가 나부낍니다. 





민주공원 내에 지어진 구조물 너머로 멀리 충혼탑이 보입니다. 충혼탑의 상징이 애국이라면 여기는 저항입니다. 87항쟁을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사진이 구조물의 벽에 새겨져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식수한 나무도 보입니다. 





민주항쟁 기념관 안에 들어서면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의 전시물들이 가득합니다. 군사독재자와 그의 명령을 받고 출동한 군인들은 압제의 원흉과 도구로 등장하고 미국은 그들의 동조세력으로 그려집니다. 충혼탑에 모셔진 위패의 주인들에겐 원수라 할 수 있는 김일성을 만나고 온 문익환 목사도 민주투사로 추앙받습니다.




이념적 지향이 전혀 다른 두 공원이 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 공원은 지금까지 별다른 갈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충혼탑의 호국과 민주공원의 민주정신이 공존하는 공원이었습니다.


민주공원 제공

'보수단체 요구에..' 버스노선도에서 사라진 부산민주공원(민중의 소리)


그러다 지난 대선 정권이 바꾼 후부터 공원 간의 이념 갈등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이미 공원 입구에서 민주공원이 아닌 중앙공원이라는 주장을 담은 보수단체의 프랭카드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드디어 버스의 노선도에서 민주공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중앙공원이 붙여졌습니다. 




현재 중앙공원이란 명칭은 버스에만 바뀌었습니다. 버스의 노선도와 정류소 표시만 중앙공원이고 나머지 표지판과 도로의 표시는 그대로 민주공원으로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이 표지판과 표시들도 곧 중앙공원으로 바뀔거라고 합니다.




민주공원과 중앙공원 중 누구의 주장이 타당할까요?  

일단 이 곳에 먼저 자리잡은 것은 중앙공원입니다. 82년 공원조성계획을 하고 용두산의 충혼탑과 위패를 옮겨 새로 건립한 후 86년 중앙공원으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시기로 따진다면 중앙공원의 주장에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 공원의 명칭은 중앙공원은 아닙니다. 처음엔 대청공원이습니다. 이곳 지역민들이 이 공원을 부르는 명칭도 중앙공원이 아닌 대청공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그 기원을 따져 이름 붙인다면 대청공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중앙공원이라는 명칭은 군부독재시절 계획되고 바뀌었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민주공원은 전국에서 유일한 민주주의를 기리는 공원입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휴식처 뿐 아니라 교육과 공연 등의 활동이 아주 활발한 연 30만명이 이용하는 공원입니다. 그 상징성이나 이용빈도로 볼 때 민주공원이 더 적절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매년 찾을 30만명의 시민과 이 곳을 전국 유일의 민주주의 공원으로 기억할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민주공원이라는 명칭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명칭입니다.

만약 이대로 민주공원이라는 명칭이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먼저 보수단체의 요구로 바뀌는 이 어이없는 사태의 전개 과정에 황당함을 느낄 것입니다. 민주주의 가치가 내팽개쳐지는 현실에 참담함과 슬픔을 느낄 것 입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원이름까지 바꾸어버리는 정권에 분노가 치밀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 이 일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부산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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