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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왠 변기? 10점 만점 10점? 화장실 변기 하나 보여주고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지난 8월21일 방영된 스펀지의 장면들이다. 스펀지 내에 전국 방방곡곡의 비밀을 찾는 꼭지가 있는데 이날 비밀로 소개된 것은 경찰의 이동화장실이다.




그러나 소개된 이동화장실은 우리가 행사장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시화장실과 비교해서 별 차이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다른 점이라고 해봐야 고작 수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 뿐이다. 임시화장실에 트럭 한 대 붙여 놓은 건데 스펀지는 뭐가 신기하다고 호들갑일까? 앞으로 이렇게 뭐든지 트럭하나 붙여서 끌고다니면 전국의 비밀이라며 스펀지가 다 소개해줄까? 이동 카페, 이동 은행, 소개할 게 천지 삐까리다. 




뻔한 걸 소개하니 자막도 궁색하다. 단 3대라는 강조 말고는 다 어문 소리들이다. 화장실 매일 비워내는 게 뭘 대단하다고 자막을 저렇게 키워놓은 건지?

최근 그 인기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스펀지는 한때 주말 오후를 장악한 프로그램이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를 키웠다는 소리도 듣었다. 그런데 이런 스펀지가 고작 이동화장실을 비밀이라고 방송에서 소개하고 있으니 헛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스펀지가 맛이 좀 간 건가? 이제 더 이상 프로그램에 맞는 소재를 찾기가 어려운 걸까?

스펀지의 소재 부재에 대한 염려말고 더 강하게 드는 다른 의심이 있다. 저 방송은 시위진압작전에 출동하는 경찰을 전제하고 있다. 출동지의 이동화장실을 친근하게 소개함으로써 스펀지는 경찰의 시위진압을 은연 중에 옹호하고있다. 용산참사 등에서 보여진 경찰의 강경진압이 시민의 원성을 사고 있는데 스펀지의 이 방송은 시민들의 반발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경찰 입장에선 성공적인 홍보이다.

경찰의 이동화장실을 소개한 kbs의 스펀지에 나는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몇분짜리 방송을 보고 너무 과민반응하는 거 아니냐고? 기우만은 아니다. 미디어법이 통과된 한국의 방송에는 앞으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얼마전 읽은 한겨레21이 나의 의심이 기우만이 아님을 알려준다. 한겨레21은 미국의 극우 성향 폭스방송이 어떤 식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지 보여준다.


이 밖에도 <폭스브로드캐스트>는 <프리즌 브레이크> <하우스> <24>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드라마·오락물을 만들어 미 전역에 내보내고 있다. 강재호 뉴스쿨 교수는 <폭스뉴스>만큼이나 <폭스브로드캐스트>의 콘텐츠 전략을 잘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드라마에 (뉴스와 같은) 시의성이 있어요. 전쟁이 나면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24> 같은 드라마를 전면 배치하는 거죠. 미국에 잠입한 테러리스트를 24시간 이내에 체포한다는 줄거리예요. 동시에 <폭스뉴스>의 뉴스는 ‘드라마화’되고 있어요. 충격적이고 오락적으로, 하나의 드라마처럼 편집하죠.”(“입 닥쳐” 뉴스를 보게 될까- 한겨레21)


경찰의 이동화장실 다음엔 뭘까? 검찰청사에서 비밀이라고 찾아다며 방송하진 않을까? 청와대의 비밀이라며 특집방송 하는 건 아닐까? 혹시 급기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비열한으로 그리는 드라마도 나오지 않을까? 

kbs스펀지, 벌써 미디어법에 포획된 걸까? 앞으로 펼쳐질 미디어법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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