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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박람회에서 초청하는 팸투어에 블로거 20여명과 같이 다녀왔다는 얘기는 몇번 했죠. 향일암(영구암)의 시원한 경치를 보고 갓김치 등의 맛난 음식을 맛보았습니다. 근데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개도 막걸리입니다. 

개도 막걸리는 맛을 보기도  전에 당시 팸투어에 참여한 블로거라면 귀에 박힐 정도로 들었습니다. 조금 늦게 내려오신 한 분이 자리에 앉을 때마다 "개도 개도" 하셨기 때문입니다. 시를 쓰신다는 이 분은 여수에 개도막걸리 때문에 내려온 듯 했습니다. 스스로도 그런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이날 오후 쯤 그 말이 농담만은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사도를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온 블로거들 앞에 시인은 벌써 한상 차려 개도막걸리를 드시고 있었습니다. 개도 막걸리가 그렇게 좋은지 얼굴에서 연방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막걸리가 다 거기서 거기지 도대체 뭐가 맛있다고 저렇게 섬에 들어오자 마자 술상을 차릴까? 주당 중에 주당이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인이 한국에서 최고의 막걸리라며 침튀기며 칭찬하는 이 막걸리의 맛이 궁금해져 그 앞에 나도 앉았습니다.




개도라고 했을 때 앞의 '개'자가 무슨 글자인지 잘 몰랐습니다. '게'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궤'도를 쓰는 건 아닐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개'도였습니다. 막걸리가 생산되는 곳이 개도라는 섬이라서 개도막걸리라고 이름붙여진 것입니다. 섬이름은 왜 '개'도지 하는 의문이 약간 들긴 했지만 일단 '개'라는 글자에 대한 궁금증은 거기서 멈추었습니다. 




시인은 군복이라는 해산물을 안주로 개도막걸리를 드시고 계셨습니다. 섬을 한시간 정도 돌아서 안그래도 갈증타는 목에다 그렇게 칭찬하는 막걸리까지 앞에 있으니 입에 침이 돌았습니다. "야 이게 개도막걸리입니까." 하고 너스레를 떨고 있으니 한잔을 주십니다.   




한 모금 머금었습니다. 신맛이 느껴집니다. 강하진 않습니다.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막걸리 답지않게 입안에 잔감도 남지않습니다. 그래서 빨리 입안을 또 뭔가를 채우고 싶어집니다. 맛의 비밀은 신맛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부드러운 신맛에 자극받은 목구멍이 막걸리액을 쉴새없이 빨아들이고 싶어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발 한잔이 금새 사라져버렸습니다.

시인이 개도막걸리를 들이키는 저를 뚫어지게 처다봅니다. 뭔가 한마디 해야 합니다. 

"부드러운 신맛이 막걸리를 목으로 쫘악 빨아들이는 느낌인데요. 이건 보통 막걸리와는 전혀 다른 맛인데요."

그 말을 듣고 시인이 '맞제'하는 흐믓한 웃음을 짓습니다. 

한 병 이상을 마셨을 겁니다. 더 먹고 싶었습니다. 개도막걸리를 먹자 다른 술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동이나는 술이 아까운 듯 바라보는 시인의 눈치 때문에 참아야 했습니다. 바꿔 마신 소주는 영 밋밋했습니다.


 

다음날 향일암에 올랐는데 길 옆에 진열해둔 막걸리가 전부 어제 저녁에 먹은 개도막걸리였습니다. 보고있자니 어제 목젖은 축인 그 맛이 생각나면서 목이 간질간질해졌습니다. 옆에 있는 갓김치도 한잔 욕구를 거들었습니다.




그 간질한 목을 참지 못하고 결국 몇분은 내려오는 길에 자리를 잡고 말았습니다. 어제 그 시인과 그 못지않게 개도막걸리를 찾았다던 만화가가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여수 다녀온지 보름이 넘었습니다. 그날 이후 술을 한잔 들이킬 때면 개도막걸리가 생각납니다. 그 오묘한 맛을 또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여수에서 그렇게 "개도개도" 하신 분들 이해가 됩니다.

개도막걸리에 전화해서 부산엔 어디서 파냐고 물어봐야 겠습니다. 안되면 택배라도 부쳐달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도 환장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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