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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향일암에 갔습니다. 일출이 유명한 곳이죠. 한겨레21에서 안수찬기자가 밤기차를 타고 이곳 일출을 보러 간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우리 일행은 일출을 보진 않았습니다. 해 다 뜬 오전에 절만 둘러보고 왔습니다.  




더운 날씨였습니다. 향일암을 두어 시간 구경하고나니 배도 출출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 딱 맞는 게 내려오는 길에 눈에 띄었습니다. 




시장에서 많이 먹던 바로 그겁니다. 큰 얼음 덩어리 넣은 콩국에 쫄깃한 그걸 띄워서... 머리 속에서 그거 그거 하는데 누가 말합니다. "우묵가사리다." 우묵가사리,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단어입니다.




한 그릇 먹을려고 앞에 섰습니다. 아줌마가 우릴 보고 콩국을 휘휘 젓습니다. 그 순간 한 분(블로거 박씨아저씨)이 지갑에서 4천500원을 꺼냅니다. "3잔 주세요" 

제가 늦었던 건 돈이 아까워서가 아닙니다. 주머니에 지갑이 없었습니다. 차 안에 두고 왔던 것입니다.  




한 잔을 받아 들이켰습니다. 혀 위로 닿는 차가운 콩국의 묵직함과 이빨 사이를 빠져나가는 우묵가사리의 부드러운 질감이 입안에서 어우러졌습니다. 캬! 쥑였습니다.

우묵가사리 콩국에 감동하는 사이 아주머니와 좀 아시는 분들이 우묵가사리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앞에 묵처럼 생긴 게 우묵가사리입니다. 저걸 잘라서 콩국에 넣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 우묵가사리는 바로 이걸로 만드는 겁니다. 바다에서 난다고 합니다. 난 처음 안 사실인데 다들 너무나 잘 알고있는 듯한 표정입니다.

여긴 저걸 사서 집에서도 묵처럼 해먹는가 봅니다. 산에서 도토리로 묵을 해먹는 것처럼 바다에선 우묵가사리로 묵을.




더 내려오니 어떤 할머니가 저 우묵가사리를 막 때리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할머니는 어느 정도 때린 우묵가사리에서 뭔가를 뜯어냅니다.




아직 할머니가 때리지 않은 우묵가사리엔 군데군데 저런 허연 알갱이들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냥 바다에 나는 그대로 파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런 불순물도 걸러내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좀 더 내려오니까 이젠 보라색의 우묵가사리가 보였습니다. 우묵가사리도 종류가 다양하구나 생각하며 보라색 우묵가사리를 다듬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아주머니 이건 색깔이 다르네요."

"이거 씼으면 저렇게 됩니다."

"아 예 ^^;;"

우묵가사리가 어떻게 시원한 콩국에 얹어져 내 입으로 들어오게 되는지 이제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저런 보라색의 우묵가사리를 바다에서 채취해서 씻어 말리면 탈색되어 회색으로 변하고 그걸 삶으면 묵처럼 되는데 다시 잘라 콩국에 넣어 먹는 겁니다. 

향일암을 내려오면서 우묵가사리를 역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내려온 길로 올라간다고 순서대로 공부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뭐든 먹어봐야 궁금한 거죠. 입에 들어갔으니 궁금해서 물어봤을 겁니다.

생각해보니 다 본 건 아니군요. 바다에서 채취하는 건 못봤네요. 이건 인터넷의 힘을 빌려 봤습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하면 해녀들이 우묵가사리 채취한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만난 제주 해녀들, 우뭇가사리 채취 현장

이왕 하는 거 확실히 합시다. 우묵가사리가 어떤 생물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우묵가사리가 아니고 우뭇가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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