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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제작한 2단 로켓 검증이 핵심(한겨레신문)


나로호의 1단은 러시아가 만들었다. 2단부터는 우리나라의 작품이다. 1단은 발사체를 띄우는게 목표다. 2단은 발사체를 궤도에 진입시켜야 한다. 1단의 발사는 성공했다. 그러나 2단에서의 궤도진입은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봐야하나. 실패다. 위성을 발사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나로호는 실패에 가까운 것이다.

지난 4월 북한도 자체 개발한 위성을 쏘아 올렸다. 그런데 이 위성도 나로호와 마찬가지로 궤도진입에 실패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의 언론들은 이걸 두고 부분 실패라고 말하지 않았다. 궤도진입에 실패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의 위성발사가 실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등에서 애초 우려한 것은 북한의 위성발사였다. 그들은 위성발사 성공만으로도 북한은 미국 등을 위협한다고 얘기했다. 원래의 우려라면 북한은 성공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처음엔 우주에 진입한 발사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듯 말하다 나중에는 위성발사가 실패했다며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과 비교했을 때 평가가 애매한 점은 또 있다. 북한은 순수 자국 기술로 만든 위성이다. 그러나 한국은 발사체의 1단 로켓이 러시아의 기술이다. 만약 한국이 나로호를 궤도에 무사히 진입시켰다 해도 10대 위성발사국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나로호는 태생적으로 절반의 성공의 운명을 타고 난 것이다. 이런데도 북한의 위성발사는 여지없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내려졌고 한국의 나로호는 부분 실패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이 붙여진 것이다.

이번 나로호 발사를 위해 애쓴 과학자들의 노고에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 그리고 다음 번 발사 땐 꼭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국가적 기대에 대한 실망 때문에 과학적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흐릿해선 안될 일이다. 다음 번 발사를 위해서도 이번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정확해야 한다. 실패와 성공을 분명히 평가해야 어떤 부분이 모자란지를 국민에게 설득시킬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한 국민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얼버무리면 돈만 낭비하는 우주개발을 왜 하느냐는 국민적 여론에 부딪힐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우주전문가는 "발사체가 우주로 쏘아 올린 것은 확실하지만 본래 목적인 위성이 정상궤도를 찾지 못하고 임무를 하지 못한다면 부분실패도 실패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국익 등을 고려해 추가 발사 등 향후 일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나로호 부분성공 '면피용' 해석?…3차 추가발사 기회 박탈되나)



'부분 실패'라는 말을 듣고 있으면 '완전 실패'는 어떤 뜻일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실패'라는 단어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 때 쓸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모든 것에서 실패할 때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작은 실패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을 만드는 것이다. 실패와 성공은 연속된 것이 아니라 한 순간에 갈라지는 것이다. 아무리 아쉬워도 실패는 실패인 것이다.

'부분 실패'라는 실패를 포장하는 듯한 문구에는 정치적 냄새가 진하게 느껴진다. 최초의 발사체라는 국가적 이벤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다 잘 안되자 서둘러 수습하려는 모양새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학적이어야할 평가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학은 제발 그냥 놔두라. 과학도 언론이나 법처럼 권력 앞에서 엉거주춤한 모양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들어선 안된다. 권력을 위해서 과학을 소진해선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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